는 작은 가방에 최고ㅏ으로 필요한 물건을 모두 챙기고 모자를 썼다. 지겹다. 현대적인 여고생이여, 안녕, 핌코여, 안녕. 아니,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다시 만날 리는 없으니까, 영원히 안녕......!
홀가분해진 나는 마침내 그곳을 벗어났다. 조심스레 아주조심스레 구두의 먼지를 털었고, 등 뒤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멀어져 갔다. 아니다. 멀어져 갔다 혹은 떠났다. 라기보다는 그냥 갔다. 고전적인 현학자 핌코가 정말로 날 얼간이로 만든 적이 있었나? 내가 정말 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나? 현대적인 남자로 현대적인 여자와 함께 있었나? 침실에서 춤을 추고, 파리의 날개를 떼어 내고, 욕실 안을 훔쳐보고, 이하 등등... 내가 그 모든 걸 정말 했나? 정말로 궁뎅이, 낯짝, 장딴지, 이하 등등.....⋯을 다 겪었나? 그렇다. 이제 아무것도 없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현대적인 인간도 구닥다리도, 학생도소년도, 성숙한 사람도 풋내기도.... 아무도 없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똑바로 걸어서 여기를 벗어나자. 이곳에서 멀어져 똑바로 가자. 추억까지도 다 버리자. 아! 다 상관없어지면 행복하리라! 다 잊으면 행복하리라! 당신 안에서 모든 게 죽어 버렸고 새로 태어날 시간은 아직 없다면! 오! 죽음을 위해, 자기 안의 모든 것이 죽어 버렸고 이제 자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자기안에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다는 걸, 그 무엇도 섞이지않았고 들어 있지 않다는 걸 느끼기 위해 살 가치가 있다. 그곳에서 멀어질 때, 내가 그냥 가 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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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쓰인 글을 아이들이 읽고 나자 운동장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았다 우리가 순진하다고? 우리,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이미 여자를 아는 우리가?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빈정거림이 섞인 웃음은 조심스럽지만 강력했다. 순진한 늙은이 같으니! 순진하기도해라! 세상에! 어쩌면 저리도 순진할까! 하지만 나는 곧 아이들의 웃음이 너무 길게 이어진다는 사실을깨달았다. 웃음은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단호해졌다그러니까 너무 인위적으로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지? 왜 웃음이 끝나지 않는 거야? 나는 잠시 뒤에야 권모술수에 능하고악마적인 핌코가 아이들에게 어떤 독을 감염시켰는지 알 수있었다. 삶과 유리된 채 학교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낸 아이들은 순진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전혀 순진하지 않으면서,
정말 순진하면서, 그렇게 순진했다! 절대로 순진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 속에서 순진했다! 여자를 품에 안고 있어도 순진했다! 다투고 싸움을 벌일 때도 순진했다. 시를 낭송할 때도 순진했다. 당구를 칠 때도 순진했다. 먹을 때도 잘 때도 순진했다. 순진하게 행동할 때도 순진했다. 피를 흘릴 때도, 누군가를 고문하고 범하고 저주할 때조차도, 그리니까 순진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뭐든지 다 할 때조차도 싱스러운 순진함이 아이들을 위협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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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꿈속에서와 마찬가지로 모호하고 찢긴 상태였다. 나는 막 서른 살의 루비콘 강을 건넜고, 인생의한 문턱을 지나왔다. 신분증이나 겉모습에 따르면 나는 중년남자 내가 아닌 남자였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브리지 게임을 하는 서른 살 남자? 일거리가 생기면 일하고,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꾸역꾸역 해내고, 변제 날짜가 정해진빚이 있는 사람?
KS내 상황이 어땠더라? 나는 카페와 술집을 들락거렸고,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말을, 때로는 생각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내 상태는 그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아서, 내 안의 어느부분이 어른이고 어느 부분이 애송이인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결국 삶의 전환점까지 온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이미 결혼을 하고 (삶 자체가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행정적으로는) 확실하게 정해진 위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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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달을 봐요."
"매우 로맨틱하군." 다마루는 감탄한 듯이 말했다. - P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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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하게 엉뚱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말로 설명한다 해도, 세상 어느 누구도납득시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임신한 것 자체가 이치에맞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어쨌거나 지금 이곳은 1Q84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는 세계다.
만일 이것이 정말 덴고의 아이라면, 아오마메는 생각한다.
그날 아침, 수도고속도로 3호선의 대피 공간에서 나는 권총의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나는 정말 죽을 작정으로 그곳에 갔고,
총구를 입에 물었다. 죽는 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덴고를 구하기 위해 죽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순간 어떤 힘이 내게 작용했고 나는 죽기를 그만두었다. 아득히 먼 곳에서 한 목소리가 내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내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언가가 내게 그 생명의 탄생을 알려주려고 했던 게아닐까.265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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