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1 - 사도세자 이선, 교룡으로 지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린 :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즉 군주가 노여워하는 군주만의 약점 또는 노여움 자체를 가리키는 말.




영화 역린을 본 뒤 읽기 시작한 원작 소설이에요. 영화에서 보이지 않았던 숨은 과거를 더욱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이산을 보고 난 뒤.. 제게 있어서 정조는 애정 하는 왕으로 등극하였어요. 그래서 그 앞뒤의 인물들도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동이라는 드라마로 또 한번 그 즈음(앞)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죠. 역린 1권은 영조-사도세자-정조로 이어지는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왕과 신하 그리고 살수 등등의 인물들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연결이지만 주인공이 바뀌는 느낌이에요. 신선합니다. 드라마처럼 한 사람의 입장이 아닌 여러 사람의 시선에서 보여준달까요?

선왕이었던 경종이 사 년 만에 훙서하자 영조는 재위 후 형을 독살하고 왕의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을 받고 소론 강경파들이 난을 일으키는 사건도 일어난다. 영조는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아들 이선이 다섯 살 무렵부터 세자에게 양위하겠다며 조정을 흔들어댔고 열다섯 무렵에는 대리청정을 하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이선은 자주 아프기 시작했다. 노론은 동궁에게 올린 자신들의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임금에게 속삭여 이간질을 했으며 임금은 그 속삭임을 듣고 마음속에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 찬다.
광백은 살인청부를 하는 사람 백정이며 경우가 없고 포악하다. 부상을 입고 찾아간 거간꾼이었던 칠복의 소개로 비밀살막을 운영할 꾼을 찾는다는 내시 안국래를 만나게 된다.
갑수는 흉년에 부모를 잃고 동생 을수와 몸을 피해있다가 굶어죽기 직전 광백을 만나 살막에 살게 되고 살수 훈련을 받는다. 살막에 도착한 첫날 동생 을수는 개에게 물려 죽고 한참 후에 살막에 들어온 을수를 닮은 이백이십노미에게 을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은 을수 대신 내시로 만들어진다. ​
 
왕의 길이란, 생사의 경계, 그 칼날 위라는 것     -11p
권력을 쥐고 있는 노론은 그 권력의 높은 곳에서 내려가지 않기 위해 정적이라 생각되는 반대파인 소론을 죄다 발라내고 정치적 견해가 맞지 않는
선을 자신들을 편에 세우지 못할 바엔 자신들의 손으로 없애고 쥐고 흔들기 좋은 군주를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손을 쓴다.
 
 
진위란 것은, 세상 밖으로 나온 두려움에 맞추면 되는 것이었다.
임금은 자신의 두려움에 당위를 부여했다. 세자 이선은, 그날부터 대역 죄인이 되어 다시 엎드렸다.        -287p
 

자신의 혈육이나 마찬가지인 사위에게 살수를 쓰는 것도 꺼리지 않고 아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지아비까지 버리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는 모습들이 자기 욕심과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인면수심도 불사하고 물, 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이 보이네요.
슬픈 과거이고 슬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열여섯 번의 단락으로 나뉘어있고 매 번 서로 다른 인물들의 시선으로 바뀌기에 정신없을 줄 알았던 진행은 오히려 야금야금 겹쳐지는 이야기들을 짜 맞추며 아~그렇구나.. 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기에 재미있다고 말하려니 마음이....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버릴 수 없이 강해서... 서로 다른 이야기로 꾸며질 수도 있을 것 같을 정도네요..
 
영화를 본 이후여서인지.. 영화에서 생략되었던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영조와 정조의 뒤에 가려진 사도세자가 아닌 세자 이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껏 사도세자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책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갑수가 을수를 생뚱맞게 아꼈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광백의 성격도, 왕들의 명분과 사연들도 조금 더 볼 수 있던 원작이었습니다.
이래서 원작이 있는 영화들은 책을 보고 봐야 더욱 즐길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영화를 본 후 봐도 이번엔 재미있어서 좋았어요. 2권도 조만간 구매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전 역시 역사소설이 좋으네요.. 로맨스도 좋고.. 이런 뿌리 깊은 나무도 그렇고 역린 같은 분야도 좋습니다..
역모와 비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의가 승리하는... 그런 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리얼한.. 또 누군가에겐 너무 좋아서 표지 디자이너를 만나 안아주고 싶은 느낌을 갖게 하는 제바스티안 피제크의 눈알 시리즈입니다.
첫 장에는 작가의 경고의 말이 있는데요. 주의해야 할 점이랄까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반드시 수집가를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연관이 없지 않다는 것과 사냥꾼을 먼저 읽는다면 수집가는 흥미진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부입니다.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다 하니 다행인 마음이 들었으나 아쉽게도 눈알 수집가를 먼저 보지 않은 것을 초반에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연결선에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아직 눈알 시리즈를 안 보셨다면 수집가를 본 후 사냥꾼을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눈알 수집가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주변 분들께 꽤나 애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번 사냥꾼은 수집가 사건에서 활약한 미래를 보는 물리치료사 알리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은 범죄 전문 기자 초르바흐 콤비가 새로운 모습의 악과 더욱 잔인해진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율리안이 질식해 죽기 직전까지 정해진 시간에서 7분이 넘긴 뒤 율리안이 갇혀있을 현장에 도착하게 된 초르바흐. 그는 아들이 갇혀 있던 장소에서 잠겨있는 가방 하나를 발견합니다. 경찰을 따돌린 후 전화를 받았는데 13.10.71이라는 숫자를 불러주는 눈알 수집가 프랑크였죠.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자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알리나는 스토야 반장의 계략에 휘둘려 강간, 살인 혐의로 구속되어있는 차린 주커의 마사지를 하게 되는데, 주커는 자신의 이름을 딴 매스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안과의사이지만 낮에는 유능한 안과의로 저녁엔 사이코처럼 여자들의 눈꺼풀을 잘라낸 후 강간을 하고 내다 버리고 풀려난 여성들은 모두 자살을 한 잔인한 놈이다. 그런 주커를 마사지하는 동안 알리나는 미래를 보지만 경찰에게 말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숄레 형사에 의해 죽은 줄만 알았던 초르바흐가 있는 곳을 알게 되고 그동안 주커가 구속에서 풀려나고 알리나는 주커에게 납치된다.
 
 
눈알에 집착(?) 하는 끔찍한 사건들입니다.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와 어떻게든 돕고 싶은 앞을 못 보지만 미래를 보는 여인, 피해자는 곧 가해자라는 미친 생각을 가진 안과의와 제정신이 아닌 사디스트 조력자 등등 얽히고 엮인듯한 인물들의 복선과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당황스러웠어요.
어릴 적의 사연이 어쩌고저쩌고 다 제쳐두고 죽어마땅한 인물들이 줄줄이 나와서.. 가슴이 답답... 하기만 했달까요.. 두 가지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 담겨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여전히 눈알 수집가는 잡히지 않고 율리안을 납치한 후 뻔뻔하게 살아 돌아다니고 있으며, 또 하나의 말도 안 되는 사건 후 정확한 증거를 찾지 못해 범인이 확실한 사람을 풀어주게 되고 그놈이 다시 사건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엎친 데 덮치고, 산 넘으니 물 나오고 막.. 그런 상황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소설이지만.. 제발 이런 놈들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이야기에 훅하고 휘말린 듯합니다. 정신없이 이야기에 휘둘렸어요. 읽으면서 화도 엄청 낸 것 같네요. 요리조리 안 잡히는 범인들 때문에 분노 또 분노 모드에 돌입하게 되더라고요.

열심히 읽다가 마지막에 닿았을 때의 그 기분이란..... 잘 밤에 침대에 누워서 보기엔 심히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선이 너무 깊이 다가와 내내 암울한 느낌이 들었달까....


피체크의 여덟 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2011년 출간되어 그해 넬레 노이하우스의 <바람을 뿌리는 자>,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창백한 죽음>, 요 네스뵈의 <유령> 등을 제치고 '독일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크라임&스릴러'로 뽑혔다고 합니다. 한 번 잡기 시작하면 놓기 힘든 그런 책이었기에 인기를 얻은 것이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혹시.. 눈알 수집가에 이어 사냥꾼이 나왔듯.. 사냥꾼에 이어 또 다른 눈알 시리즈가 이어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아파도 사랑하며 사는 게 낫다 "
"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이 되기도 한다. "

 

 


봄이잖아요.
이런 계절엔 오히려 덥거나 추울 때 보다 외출이 꺼려집니다.
솔로천국 커플지옥!! 한 커플이 깨지면 두 솔로가 생겨난다! 솔로부대 만세!
그... 그래도 감성터지게 잔잔한 사랑 이야기가 당기는 계절이잖아요. 솔로이든, 커플이든, 혹은 기혼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이 책은 서정의 달인 SBS 이숙영의 러브 FM 메인작가인 송정연님이 꼽은 공감백배 리얼 러브스토리입니다.

 

사랑은 느닷없이 온다. 인연도 느닷없이 온다. 지금 내 옆자리가 비어있을지라도 언제 좋은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워줄지 모른다. 세상의 남자는 내 남자와 내 남자가 아닌 남자로 이뤄졌지만 내 남자가 아닌 남자에서 내 남자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시작되면서 두렵고, 진행되면서도 두렵다 - 172p

 

 

사랑은 용기인가 봅니다. 대부분이 용기를 내 다가 가니 성공하는군요. 하지만 일단 마음 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죽음을 앞두고 그녀를 위해 365일 동안 들을 수 있도록 365개의 메모를 남긴 남자.
음치임에도 프러포즈를 위해 노래교실에 가서 노래를 배우기까지 했으나 차이고 노래교실 선생님에게 오히려 프러포즈를 받은 남자.
선배의 소개로 만난 남자가 알고 보니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버지의 바람 상대의 아들이었던 것을 상견례 날 알게 된 여자.
장애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마음만을 바라봐 준 남자.

이 책에 실린 사연들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들입니다. 더러는 어떤 분들이 "에이, 설마 현실에 이런 일이 있겠어?" 하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오기도 했지만, 이 이야기들은 현실 속의 이야기들입니다. 리얼 스토리 뒤에는 제 마음속 사랑의 시선을 담아 봤습니다. - 9p

 

 


30가지가 넘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있습니다.
어찌 보면 드라마나 소설 속에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에 세상에는 참 여러 모습의 사랑이 자리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가끔 턱도 없는 로맨스를 꿈꾸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드라마나 책을 너무 본 거라고 환상을 버리라고 말하곤 했는데.. 아주 환상인 것은 아닌가 봅니다.
사랑은 눈이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내릴 땐 아름답지만 녹을 땐 질척거리고 추하다. 사랑으로 인한 슬픔은 다음 사랑으로 치유된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싱싱하다.
빈티지 와인처럼 시간과 함께 연륜이 생기면 상처 가득한 사랑도 추억으로 회상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눈을 치우면 또 눈이 내리듯이, 치워도 치워도 눈은 또 내리듯이 그렇게 사랑은 온다. 우리는 눈을 치울 때 힘들어하다가도 다음 눈이 내릴 땐 환호성을 지른다. "함박눈은 무죄"라고 고은 시인이 말했다. 사랑도 무죄다. - 129p

 

 


하나하나 짧은 이야기들을 읽을수록 행복과 슬픔, 안타까움 같은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들 후에 달리는 작가의 리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가슴이 찡~한 느낌에 한참을 책을 덮지 못하고 뒤적뒤적 했네요. 최근 읽은 이야기들 중에는 가장 따뜻한 책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이 좋아진 날..
언젠가 제(누군나의) 앞에 나타날 '당신'과 나의 이야기도 가슴 따뜻해서 주변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 짓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 번째 아들 3 - 영혼을 훔치는 자 일곱 번째 아들 3
조셉 딜레이니 지음, 김옥수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 힘든 겨울이 될 거야. 아주 길고 끔찍한 겨울. 모든 징조가 그렇게 말하고 있단다. "



저는! 1, 2권을 과감하게 패스하고 3권을 읽는 용감함을 발휘했습니다.
작가가 교사 시절 영상미디어를 가르친 덕분인지 어쩐지 책을 읽는데 단순하게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 느낌은 해리 포터 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책이 있음에도 과감히 앞에 권을 패스했지만 읽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더군요. 인물들은 이어지지만 각 에피소드가 나뉘어 있어서인지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모건이라는 수상한 남자로부터의 편지를 받은 후 겨울 집으로 떠나려는 유령 사냥꾼은 당장 앵글자크의 겨울 집으로 떠나기로 한다. 가는 길에 한 농장에 엘리스를 떠넘기듯 맡겨두고 도제인 톰과 집으로 왔는데 엘리스와 떨어지는 것도 싫고 안락했던 치펜든에서처럼 보가트의 청소와 음식 도움을 받을 수 없는데다 집까지 맘에 들지 않아 톰은 실망한다. 거기다 그곳에는 레이미어 마녀 메그가 있었는데.. 유령 사냥꾼은 메그를 사랑하기에 그녀의 기억을 지우는 차를 몸에 좋은 차라 속이며 그녀에게 마시게 해 마녀의 본능을 지우고 집에서 함께 지낸다. 어느 날 근처 농장에 돌 던지는 보가트가 나타나 처리하다가 유령 사냥꾼이 다치고 엘리스가 도와 간신히 목숨을 건지는데.. 치료를 하고 겨울 집으로 돌아오니 톰에게는 더 나쁜 소식이 기다리고..
 

유령 사냥, 마녀사냥이라는 주제를 가진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보통 마법을 쓰거나 피를 갈망(흡혈) 하거나 하는 식의 판타지를 주로 봤던 터라 너무나 인간적(?)인 퇴치 방법에 살짝 당황했지만, 현실적인 것 같았달까.. 구덩이를 파고 쇠와 소금을 이용해서 막고, 굶기는 것 같은.. 방법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네요.
이 책에서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7이라는 숫자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듯 보였습니다. 일곱 번째 아들, 그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 그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까지... 운명을 가진 일곱 번째 아들들의 유령 사냥꾼이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호감은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될 것처럼 느껴졌어요.
 
 
나는 어머니의 마지막 키스를 뺨으로 느끼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엘리스와 함께 치팬든을 향해 걸었다. 나는 여전히 겨우 열세 살이었지만, 이미 어린 시절은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401p
 
 
예순 넘은 스승과 이제 열셋이 된 도제.
 어리기 때문에 생각이 많고 주변에 많이 휘둘리는 톰.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낀 탓에 훌쩍 큰 듯 한 톰이 마지막엔 조금 안쓰럽더라고요. 앞으로 톰과 엘리스 그리고 훌쩍 늙은 듯한 유령 사냥꾼의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일단. 재미있어요.
얼마 안 읽은 느낌인데 벌써 반권이 훅 지나있었고.. 일단 읽기 편하다는 게 강점인 것 같습니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언급하는 홍보에 이런 식의 홍보를 하는 책치고 재밌는 걸 못 봤는데..라는 의심을 가지고 봤거든요. 근데 일단은 합격!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탄탄하고 웅장한 느낌은 없지만요. 간결하게 포인트들이 재미있더라고요.
나머지 시리즈도 모아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하신우는 널 천사라고 불렀어. 자기를 구원해줄 피를 가진 아이라고 "

 

 

 

이번 달엔 줄줄이 로맨스입니다. 다른 장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뭔가 신비로워 보이는 제목에 이끌렸습니다. 미신을 믿는 우리들은 혈액형, 별자리 같은 거 참 좋아하잖아요?(미신이랑은 관계없나?) 그래서인지 뭔지 모르게 뱀주인자리는 확 끌렸어요. 정말 먹고 싶은 건 나중에 먹듯이.. 기대하던 책은 조금 더 묵혀서 읽습니다. 고로. 같이 온 책 중 순번은 나중이 되었다는... 뭐 그런 사담입니다.

 

 

의도치 않게 운하가 묻혀있는 나무를 찾았다가 한 여인을 발견한 신우. 매혹적인 피의 주인이지만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겠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그(천사)의 피를 훔치지 않았으나 곧 후회한다. 400년 전쯤 죽은 고목나무가 천사의 피로 살아나 꽃을 피웠기 때문. 죽은 나무도 살려낸 피라면 분명 자신의 죽은 영혼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우는 천사를 찾기 전에 운하를 찾아 나무에 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신우는 무오년 독감이라는 유럽 전역을 휩쓸고 간 스페인 독감이 조선 땅에 찾아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건에 뱀파이어가 된 네 명의 뱀파이어 중 하나이다.
수안은 세계 3대 향수회사로 꼽히는 헤라의 브랜드 매니저로 어려서부터 별을 올려다보고 자랐으며 회사에 의견을 제시해 천문대를 세웠다. 가장 좋아하는 별자리는 뱀주인자리이다.
이엘은 쌍둥이 형과 함께 뱀파이어가 됐다. 형의 폭주로 운하가 죽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우월했던 형이 무서웠음으로..
싸늘한 냉기에 까닭 모를 안도감이 드는 비 오는 새벽 거리 수안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은 아홉 살의 크리스마스의 향기를 떠올리게 하는 향과 마주한다. 그 향기는 수안이 입사를 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수안은 어느 날 갑자기 마법 같은 연주로 나타난 가면 쓴 피아니스트 이엘이 향기의 주인인 산타라고 생각했고 그리워하지만 이내 그리운 향을 가진 신우가 눈앞에 나타나자 사랑에 빠지는데..

 

 

요즘 400년을 늙지도 않고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도민준외계인이 한창 인기였습니다. 막방에 슬퍼하고 있었는데 그 틈에 100년을 같은 얼굴로 살고 있는 존재가 나타나는데 그게 바로 신우입니다. 해와 달만큼 캐릭터는 다르지만 오랜 세월을 살고 있는 두 인물이 매력적인 건 같은 것 같네요. 

 

 

운하를 땅에 묻던 날, 신우는 다짐했다. 다시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겠노라고.  - 9p
어쨌거나 뱀파이어가 인간을 뱀파이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운하의 주검이 그 증거였다.  - 20p



약 100년 전 즈음 가족들 중 몇몇이 병으로 뱀파이어로 변이 되고 같은 병으로 죽어가는 운하를 살리려고 서역에서 온 책의 한 구절을 믿고 실행하기 위해 목을 물었으나 자제하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신우. 그 모습을 목격한 이엘은 쌍둥이 형의 뒤에서 똑같은 마음으로 운하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형에 대한 분노가 자리합니다. 모든 것이 운하에 대한 두 형제의 사랑과 죽음으로 어그러져 버립니다.

 

 

우리는 지금도 어떤 별이 남기고 간 몸뚱이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고는 언젠가 다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거예요.

그러니 당신이 사람이건, 뱀파이어건 상관없어요. 나안테 중요한 건 하나의 별과 별로 만난 당신과 내가 서로의 중력에 끌리고 있다는 거니까.  

   - 447p
 

10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반복이라도 하듯 그대로 100년 후에 한 여인을 중심으로 반복하고 있는 형제. 그리고 그 뒤에 자리한 사연들...

수안의 산타 찾기와 신우의 천사 찾기.. 그리고 향수와 음악, 은 매화 꽃잎, 피.. 별자리까지. 아주 많은 소재들이 번쩍번쩍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처음엔 괜히 삐뚤어 보이기만 하던 이엘이 얄밉기도 하고 못돼 보이더니.. 중반으로 갈수록 신우가 참 악마같이 보이면서 분명 메인은 신우와 수안인 것 같은데 자꾸 이엘과 수안이 잘 되기만을 바라게 되더라고요.. 더 나쁜 놈은 또 따로 있고... 어휴... 그러다가도 신우가 이해되기도 하고.. 사연이 점점 밝혀질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내 마음....

판타지 로맨스에 약간의 스릴을 가미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느낌은 찾질 못하겠어요.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인데.. 흔히 본 구조랑은 조금 다른 것 같고.. 신비한 느낌이 들기도 한데 정갈한 느낌 없이 마구마구 풀어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고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건 아닌데.. 고루고루 포인트를 잘 꼽아놓았다가 꺼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전쟁 같은 이야기를 풀어 낸 후 나타난 읽은 사람은 공감할 듯한 슬픈 해피엔딩에 씁쓸한 마음이 들어오네요..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아닌 이런 결말은 오랜만이라 여운이 오래갈 것 같아요.

리뷰를 쓰다 보니..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였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파고드네요... 다 같은 상처이지만 가장 아픈 상처는 누구였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