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거나 미치거나 1
현고운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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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취향이 이런 거였나? 내가 이랬었나? "




현고운작가님은 1%의 어떤 것으로 알게 된 분입니다. 딱 내 스타일의 로맨스라며 당시에 유령과 토마토도 구입해서 봤었는데 나와 함께 채송화, 봄날의 팔광이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 이후에는 다른 책들에 밀려났었더랬죠.. 이번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예스24 인터넷서점에서 연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출간이 되었네요.
이 이야기는 고려 시대 왕건의 셋째 아들이자 4대 왕인 왕소(광종)가 주인공입니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새로운 로맨스를 만들어 낸 것이죠. 현작가 최초의 역사 로맨스라고 하는데 읽기 전 작가의 말을 읽다 보니 최초이자 마지막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어날 때부터 주변의 경계를 받아온 왕소. 그는 아버지 왕건에게 혼인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거부하는 말씨름을 하다가 혼인 대신 조의선인을 이끌 흑패를 넘겨받게 된다. 황태자를 위협하는 동복의 형인 왕요를 경계하고 황태자 왕무를 보필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중원의 이름난 상단을 가진 양씨 가문의 양딸인 신율. 그녀는 오라비가 친 사고의 수습으로 곽장군에게 시집갈 위기에 처하고 혼인을 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설령... 납치를 할지언정 이 혼인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율의 의지! 급기야 아랫사람들이 납치해 온 왕소에게 막무가내 거래를 내세워 혼인하지만 결혼 직후 바로 헤어지게 되는데..

 


안타까운 운명을 타고난 두 남녀.. 그저 평범한 배경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스쳐 지나가는 그 웃음에 왕소는 눈을 떼지 못 했다. 커다란 눈이 반달이 되고 하얀 볼이 오목하게 패었다. 마치 전장에 달려가는 그 순간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니, 그와는 다른 좀 낯선 느낌. 이 감정이 무엇일까.

심장이 붉게 타오르는 이 느김은 그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258~259p

 


알 수 없는 처음 느끼는 감정을 배워가는 왕소. 그리고 질투하는 황자 왕소를 보고 있자니 귀여움이 폭발합니다.
아흐.. 왕소와 신율은 볼수록 빠져드네요. 웹 소설의 일러스트 때문인지 읽을수록 귀여운 얼굴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날 진심으로 아끼는 이가 세상에 없다. 아니, 온전히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내 온전히 너의 편이 될 것이다. 그러니 너도 내 편이 되어주려무나. - 665~666p



눈앞의 첫 부인도 알아보지 못한 채 진심 가득한 왕소. 하지만 선 듯 받아줄 수 없는 신율.
왜 하필이면 개경에서도 그 먼 곳에서 왕자를 납치하는 바람에 자신을 드러내지도 못하는 신율의 모습이 안쓰러워야 하는데 재미있습니다.

언제쯤 내가 신랑인 너를 이리 찾아다녔노라!! 네가 경국지색은 아니고 나라고 했던 네 색 시가 나다!!!!라고 말할 날이 올까요?

 

아무래도 친척끼리 결혼이 가능한 고려의 족내혼은 이해가 되질 않지만.. 아.. 이 책이 족내혼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고려에서 처음으로 족내혼을 치른 황자였다고 합니다. 이복동생과 조카... 가 부인인... 하여튼 그러한 광종에게 아들이 혼인한지 십여 년이 지난 후에야 태어났다고 하니.. 그것에서부터 작가의 상상력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힘들게 빼앗은 황제의 자리를 지키려는 셋째 왕요.
아버지인 태조에게 받은 흑패로 현 황제를 지키려는 왕소.
납치해 결혼한 자신의 남편의 신분도 모르고 알게 된 후엔 더더욱 숨을 수 밖에 없는 신율.

자신이 아닌 다른 황자만을 바라보다가 결국 자신은 봐주지도 않고 황제에게 가버린 연인 때문에 만인지상의 자리를 탐내는 왕욱.
그리고 왕소는 과연 신율과 어찌 될 것이며, 어머니가 같은 현 황제에 이어 어떻게 그 자리를 탐내는 여섯째 황자 왕욱을 밀어내고 자신의 힘으로 자리에 오를 것인지 어서 2권을 봐야겠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낚여서 다음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치겠네요. 어서 빨리 둘의 알콩달콩 투닥투닥 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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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하늘 1
윤인완 지음, 김선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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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지?"

 

 

 

웹툰으로 연재되던 심연의 하늘이 출간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떠들썩한 사건사고에... 그것도 인사사고로 인했으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런 사고들에 국민 모두의 몸과 마음이 피로해지는 요즘이죠... 안전불감증에 빠진 요즘 보면 더욱 무서워질 내용입니다.


학원에서 잠들었다 깨어보니 주변은 온통 암흑. 핸드폰을 꺼내 비춰보니 눈앞엔 시체가 널브러져 있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다가 이상한 벌레들에게 공격까지 받는다. 건물이 무너져 죽을뻔한 걸 또래 여자애가 구해줬는데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도 대답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고.. 갑자기 하늘에서 지하철이 떨어져 피하다가 손에 들고 있던 불들이 다 꺼지자 또다시 벌레들의 공격을 받고 급기야 여자애는 기절. 빛이 있는 곳으로 갔다가 이번엔 사람에게 공격을 받고..


온통 어둠에 빛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벌레들의 공격, 빛이 있을 땐 떠돌이 동물들의 공격. 그러다가 조금 괜찮아지나 싶으니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막 쏟아져내리고..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꿈이었으면 하는 모든 상황들이 반복됩니다.

 

 

 

싱크홀에 관한 웹툰이나 소설은 딱 한 번씩 봤던 것 같아요.. 볼 때마다 으스스 함이 몸속 깊이 들어왔는데.. 심연의 하늘 역시 그러한 재해로 인해 시작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싱크홀이 생겨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죠. 그렇다 보니 이제는 싱크홀이 말로만 듣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옆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된 것 같아서.. 더욱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못 들어봤지만 QR 코드로 음악도 함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벽의 빈 공간에서는 누군가가 써놓은 메시지들이 보이고 대부분 심연과 하늘이 등장하는데.. 1권에서는 이 심연의 하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무래도 네이버에서 시즌 2를 막 연재 중이니 (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08261 ) 뒤를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뒤로 갈수록 처음은 재해지만...... 결국은 사람으로 인한 모든 원인의 발생 혹은 계획적인(?) 것 같은 느낌에 보는 내내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고요.. 여기에 나오는 벌레는.... 너무 끔찍했달까.. 공격받을 때마다 막... 내가 공격받는 느낌이.. 후... 무섭습니다.

 

 

윤인환 작가는 스토리 작가로 웹툰에 참여도 많이 했고 제가 몰랐을 뿐이지 신암행어사, 시척살 등으로 이미 주변에서 아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번에 판타지 소설도 출간하셨던데...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깜깜한 절망의 구덩이 속에서 과연 희망의 빛을 발견 할 수 있을지.. 다음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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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1 - 시작
에이미 틴터러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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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더 강해져야 해. "


남들보다 한 발 빠르게 읽은 리부트입니다.
블랙로맨스클럽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한 책에서 여러 가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죽었다 살아나서 자유롭진 않지만 또 한 번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리부트들의 이야기입니다. 간단히 말해 좀비일 수 있지만.. 좀비가 아닌 존재. 그 중심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 죽었다 살아난 178이 있습니다.


죽은 후 되살아난 시간이 짧을수록 인간적인 모습을 더욱 많이 갖게 되는 리부트의 특성으로 178분 만에 다시 살아난 렌은 인간들에겐 공포, 같은 리부트들에겐 높은 서열에 위치한다. 178이 있는 인발진 지부에 신입들이 들어오고 120 이상의 조교들은 각자 자신이 담당할 신입을 고르는데 '네가 제대로 훈련시켰기 때문에 네 훈련생들이 최고인 거야'라는 생각을 하던 그녀에게 캘럼 22는 갈등이고 유혹이다. 결국 178은 가장 낮은 22를 선택하는데, 죽어있던 시간이 길수록 더 강하기에 선택의 우선순위에 있는 178의 선택을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22를 훈련시키며 178은 자꾸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어느 날 인간들을 잡아오는 임무로 22와 트러블을 겪은 178은 인발진의 비밀 임무를 받아 인간인 마일로를 잡으러 갔다가 "난 네 편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고 함께 출동한 군인 레브가 범죄자로 인발진에서 잡아오라고 시킨 마일로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들이 셔틀에서 하는 대화를 듣고 혼란을 느낀다.


22의 등장과 반란군에 대해 알게 된 후 혼란을 느끼게 된 178은 현존하는 리부트중 가장 오래 죽어있었기에 그만큼 인간과 거리가 멀고 가장 감정 표현도 없는데 룸메이트인 56이 인간들의 실험으로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자신이 교육하는 22는 기준에 미달하기에 제거 대상이 되고 마는데 그 와중에 22의 영향으로 점점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178을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죽었다 살아났어도 아직은 10대. 감정 없는 모습에서 타인으로 인해 변화되는 모습이 귀엽네요.


KDH로 죽는 것은 끔찍했다. 그 바이러스는 질병 발생의 시작점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킬 데빌 힐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에게 발병하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며칠 만에 대부분의 인류가 이로 인해 사망했다. - 48~49p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인류가 사망하고 되살아난 리부트들을 관리하는 인발진. 약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리부트들이 생겨나는 것은 아마도 개발되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리부트들은 부모가 있어도 보호받지 못한 채 인발진에 들어와 훈련을 받은 후 범죄자 검거라 적고 인간사냥이라 읽는 일에 동원되고... 어찌 보면 무지 잔인한 설정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먹지 않아도 한동안은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과 머리를 공격받지 않으면 공격에 큰 타격이 없는 것은 좀비 같으면서도 개별적인 생각이 가능하고 상처에 대한 재생능력이 있는 것은 인간에 가까운 편이네요. 웜 바디스만큼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의 탄생이에요.

 


" 내가 해내지 못하더라도, 넌 그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해. "

 

 

22(캘럼)를 살리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기로 마음먹은 178(렌). 레브와의 협력(계약)으로 탈출을 감행하지만 군인들에게 쫓긴다. 그러던 중 적대감을 가진 인간들에게 공격당하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탈출 후, 룸메였던 56에게서 봤던 인발진에서 낮은 숫자들에게 주사한 약의 징후가 캘럼에게 나타나기 시작하고 레브와의 약속대로 레브의 딸 39(애디나)를 탈출시키던 중 캘럼은 인간을 공격한다. 그 후 쫓기던 중 애디나에게 주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캘럼과 애디와 렌 일행은 군인들에게서 도망쳐 특별구역으로 가기 위해 반란군 토니를 찾아가는데...

렌에겐 리부트 특별 자치구역을 향해 가는 도중 만난 인간들이 그저 신기할 뿐이네요. 임무 때문에 출동하면서 리부트들에겐 항상 두려움과 증오의 표출만 해왔던 인간들이 같은 인간인 인발진에 대한 거부감으로 리부트들을 돕는 것에 여전히 의심과 혼란스러움이 공존합니다.
그 속에서 캘럼을 향한 마음은 더욱 커져가고 리부트로 다시 태어난 이후 전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 했던 여러 가지를 캘럼과 함께 할 때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렌의 성장(숨겨진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 하는 모습도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인발진은 너희가 필요해. 공격적이고, 무심한 군인으로서의 너희를 필요로 하지. 특히 60번대 이하에게서는 그런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으니 방도를 강구한 셈이지. 인발진 의도한 대로 제대로 작용한다면, 이게 그 해결책이 되겠지." - 389,401p

 

 

60번대 미만에게 이상한 주사를 놓고 그들이 변화되게 만든 다음 부작용으로 인해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손쓰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서 모든 인류의 적은 인간인 것 같은 모습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리부트 전쟁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생겨난 인발진이 점점 악덕해져 결국엔 반란군이 생겨나고 인발진은 그들을 잡아들이는 일에 리부트를 이용하는 일 또한 계속되는 거죠. 시작이 어찌 되었든.. 결국엔 인간에게 독이 되고 마는 이러한 일들이 현실에서도 수시로 발생하지.. 하며 떠오르는 사건들이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디스토피아 소설을 몇 번 읽은 적은 있지만 리부트만큼 흥미롭게 읽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거기다 지금껏 읽은 블로클 출간 책들 중 가장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읽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엔 씩- 하고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렌과 캘럼 그리고 애디와 많은 어린 리부트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2권에서 178이 감정적으로 성장하는 것과 22와의 로맨스가(나오겠지요??) 매우 기대됩니다.
요 몇 달중 읽은 책들과 비교하면 가장 속도감도 좋았고 재미있게 읽는 시간이 되어 기분이 좋아요.
폭스사에서 영화 판권을 사들였다고 하니 언젠간 영화화된 리부트를 만나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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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혼 - 기억 없는 시간
감성현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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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다면  뭘 할 거지?

 


먼저 읽은 분들께 많은 호평을 받았기에 더욱 기대되고 저 한 문장에 매료되어서 시선을 떼지 못 했던 책이에요.  평소에도 내가 저 사람이라면..이라는 생각을 종종 해서일까요?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다면'이라는 말이 너무나 달콤한 유혹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아 물론, 빼앗기는 입장이라면.... 으.. 생각하고 싶지 않으네요.


갑자기 카페로 돌진하는 자동차. 운전자는 카페 전면 유리로 돌진하고도 계속해서 악셀을 밟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연우는 운전자의 모습을 본 후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수혼이다. 능력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수혼인을 만나고 싶어 하던 그의 앞에 수혼인이 나타난 것. 하지만 구조활동 후 돌아보니 신부복을 입고 있던 수혼인은 사라지고 없다. 
버스에서 한 남자가 몸에 피가 하나도 없는 상태로 절반으로 잘린 채 발견되는데 출동한 태훈은 이 말도 안되는 사체를 보고 범인을 꼭 잡아 의문을 풀겠노라 다짐한다.
연우는 또다시 출동한 사고 현장에서 머뭇거리는 구조자에게 수혼해 무사히 구조하지만 구조된 마석은 수혼인이 되고 그 즈음 이곳저곳에서 갑작스러운 사고가 많아지고 관련자들은 일관되게 어느 한 지점에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하는데...


타인의 몸에 들어가 몸을 지배하는 수혼인. 그런 수혼인을 없애는 살해사.
 
 
" 자네, 인간이 선하다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네. 인간은 벌을 두려워하는 것일세. 그 두려움이 결국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그런데 수혼을 하게 된다는 건, 그런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네. 수혼이란, 결국 다른 누군가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 아닌가? 최강의 면죄부를 손에 쥐는 거지. 내재된 악의 본성이 스스럼없이 드러나게 되어 있네. "       - 87p
 

살해사에게 수혼인은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존재이며 살아서는 안될 악한 존재일 뿐. 그리고 수혼인은 살해사와의 만남은 자신의 죽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타인에게 수혼을 함에 있어서도 조건이 필요하며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한에서 수혼은 이루어지는데 몸의 주인은 일절 기억하지 못하기에 수혼인은 악한 마음을 품기가 쉬운듯합니다. 헌데 몸이 지배당하는 동안 몸의 주인인 인간의 영혼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수혼이란, 악마가 준 선물이라는 걸 직감했지요. 수혼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그 악마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    -93p
 
타인의 몸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추악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들에게 수혼이라는 능력이 생기면 얼마나 더 잔인하고 무서워 질까..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영.. 불편했습니다.
수혼을 당하는 인간들은 자신의 수혼 능력을 깨닫게 되는데.. 왠지 쳇바퀴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닌듯한 잔잔한 잔인함에 놀랍기도 했고,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점점 하나의 중심으로 모이는 듯 연결되고 되돌려 보려 발악 할 수록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 읽다 보니 수혼능력따위는 갖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점점 자제력을 잃어가는 나를 보고싶진 않더라고요.

끝없이 연결되는 수혼의 고리가 끝으로 갈수록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 줍니다.
스피드한 진행과 속도감이 한순간에 뚝딱 한 권을 읽게 만들었어요.
시작부터 결말까지 작고 얇은 책이 강렬함을 몰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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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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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이란 그렇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다. "


가없이 슬프고 신비한 인간의 운명에 관한 보고서라고 합니다.
박범신 작가님의 책은 처음 접하는 것 같아요. 소개를 보니 73년부터 작품 활동을 하셨다고 하는데.. 제 나이를 훌쩍 넘겨버리고도 강산이 한 번 더 바뀔 오랜 시간을 한국 문학 발전에 힘쓰셨네요.
하얀색의 겉 표지 벗겨내면 파랑의 양장 표지가 나오는데 깔끔합니다. 뒷면의 줄무늬는 책 선물할 때 메시지 적으면 좋겠더라고요.
이미 먼저 읽은 분들에게서 소소한 풍경이지만 소소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읽기 전부터 살짝 긴장했어요. 역시나... 최근 한국문학을 자주 접하지 않은 탓인지 진입이 힘들더라고요..


선생님에게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 보셨어요?"하는 전화를 건 ㄱ. 그녀를 수소문해 찾아간 곳은 소소시. 그녀가 살던 집 터에서 데스마스크가 나왔고 그 주인은 그녀와 잠시 함께 살았던 ㄴ. 물구나무를 서고 있던 ㄴ을 집으로 데려와 살게 했고 한 달여 후 갑작스레 집으로 찾아와 혹시 세 안 놓느냐는 ㄷ을 받아들이면서 이들이 말하는 덩어리의 시작이 된다.
가족 모두를 잃고 이혼한 후 고향으로 돌아온 ㄱ과 1980년 형과 아버지를 잃고 싫어증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두고 떠돌기 시작한 ㄴ, 탈북 중 아버지를 잃고 한국까지 흘러흘러 오게 된 ㄷ...

 

ㄱ, ㄴ, ㄷ이라는 정체 모를 익명 같은 설정이 독특했습니다.
'혼자 사니 참 좋아'는 ㄱ의 시선으로 정리되지 않은 정신없는 느낌이라면(아무리 봐도 ㄱ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인물로 보입니다.)
'둘이 사니 더 좋아'에서는 ㄴ의 시선으로 차분히 정리된 듯한 느낌으로 그간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듯 한 느낌이 들고
'셋이 사니 진짜 좋아'는 삼천포로 빠졌던 수다가 자리를 찾는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결국 결론은 나지 않는 듯하죠.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어느 생각에도 마침표를 찍을 수 없었어요..
"작가는 그래. 그들은 쓰면서도 진실로 제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난 생각해. 겨우 플롯 따위나 인식하는 거지." -297p

 

 


작가인 선생님은 ㄱ의 집 마당 우물에서 나온 데스마스크를 영감으로 플롯 없는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아마도 실제 작가님도 책 속 선생님과 같은 생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인과론.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원인에 뒷받침되는 이유가 없는 무한한 상상력이 나열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으셨던 걸까요? 손이 가는 대로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심장이 뛰는 대로.. 그저 느낌 가는 대로.

책 속에는 조용히 스며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유가족인 듯한 사연, 안전불감과 사후 처리 등 요즘 많은 관심이 집중될법한 이야기들도 녹아져 있었습니다. 헌데 우물과 선인장이 꽤 중요 포인트인 것 같은데 전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제목은 소소한 풍경이지만 전혀 소소하지 않은 소소의 풍경이었던 것 같아요.

분명 소설책을 읽었는데 자기개발서를 읽은 듯한 느낌은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요...
맨 뒤 해설 글까지 다 보고 나니 전 레벨이 부족했네요... 조금 더 레벨을 쌓은 후 박범신 작가님을 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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