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혼 - 기억 없는 시간
감성현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말해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다면  뭘 할 거지?

 


먼저 읽은 분들께 많은 호평을 받았기에 더욱 기대되고 저 한 문장에 매료되어서 시선을 떼지 못 했던 책이에요.  평소에도 내가 저 사람이라면..이라는 생각을 종종 해서일까요?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다면'이라는 말이 너무나 달콤한 유혹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아 물론, 빼앗기는 입장이라면.... 으.. 생각하고 싶지 않으네요.


갑자기 카페로 돌진하는 자동차. 운전자는 카페 전면 유리로 돌진하고도 계속해서 악셀을 밟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연우는 운전자의 모습을 본 후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수혼이다. 능력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수혼인을 만나고 싶어 하던 그의 앞에 수혼인이 나타난 것. 하지만 구조활동 후 돌아보니 신부복을 입고 있던 수혼인은 사라지고 없다. 
버스에서 한 남자가 몸에 피가 하나도 없는 상태로 절반으로 잘린 채 발견되는데 출동한 태훈은 이 말도 안되는 사체를 보고 범인을 꼭 잡아 의문을 풀겠노라 다짐한다.
연우는 또다시 출동한 사고 현장에서 머뭇거리는 구조자에게 수혼해 무사히 구조하지만 구조된 마석은 수혼인이 되고 그 즈음 이곳저곳에서 갑작스러운 사고가 많아지고 관련자들은 일관되게 어느 한 지점에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하는데...


타인의 몸에 들어가 몸을 지배하는 수혼인. 그런 수혼인을 없애는 살해사.
 
 
" 자네, 인간이 선하다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네. 인간은 벌을 두려워하는 것일세. 그 두려움이 결국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그런데 수혼을 하게 된다는 건, 그런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네. 수혼이란, 결국 다른 누군가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 아닌가? 최강의 면죄부를 손에 쥐는 거지. 내재된 악의 본성이 스스럼없이 드러나게 되어 있네. "       - 87p
 

살해사에게 수혼인은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존재이며 살아서는 안될 악한 존재일 뿐. 그리고 수혼인은 살해사와의 만남은 자신의 죽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타인에게 수혼을 함에 있어서도 조건이 필요하며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한에서 수혼은 이루어지는데 몸의 주인은 일절 기억하지 못하기에 수혼인은 악한 마음을 품기가 쉬운듯합니다. 헌데 몸이 지배당하는 동안 몸의 주인인 인간의 영혼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수혼이란, 악마가 준 선물이라는 걸 직감했지요. 수혼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그 악마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    -93p
 
타인의 몸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추악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들에게 수혼이라는 능력이 생기면 얼마나 더 잔인하고 무서워 질까..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영.. 불편했습니다.
수혼을 당하는 인간들은 자신의 수혼 능력을 깨닫게 되는데.. 왠지 쳇바퀴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닌듯한 잔잔한 잔인함에 놀랍기도 했고,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점점 하나의 중심으로 모이는 듯 연결되고 되돌려 보려 발악 할 수록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 읽다 보니 수혼능력따위는 갖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점점 자제력을 잃어가는 나를 보고싶진 않더라고요.

끝없이 연결되는 수혼의 고리가 끝으로 갈수록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 줍니다.
스피드한 진행과 속도감이 한순간에 뚝딱 한 권을 읽게 만들었어요.
시작부터 결말까지 작고 얇은 책이 강렬함을 몰고 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