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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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이란 그렇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다. "


가없이 슬프고 신비한 인간의 운명에 관한 보고서라고 합니다.
박범신 작가님의 책은 처음 접하는 것 같아요. 소개를 보니 73년부터 작품 활동을 하셨다고 하는데.. 제 나이를 훌쩍 넘겨버리고도 강산이 한 번 더 바뀔 오랜 시간을 한국 문학 발전에 힘쓰셨네요.
하얀색의 겉 표지 벗겨내면 파랑의 양장 표지가 나오는데 깔끔합니다. 뒷면의 줄무늬는 책 선물할 때 메시지 적으면 좋겠더라고요.
이미 먼저 읽은 분들에게서 소소한 풍경이지만 소소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읽기 전부터 살짝 긴장했어요. 역시나... 최근 한국문학을 자주 접하지 않은 탓인지 진입이 힘들더라고요..


선생님에게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 보셨어요?"하는 전화를 건 ㄱ. 그녀를 수소문해 찾아간 곳은 소소시. 그녀가 살던 집 터에서 데스마스크가 나왔고 그 주인은 그녀와 잠시 함께 살았던 ㄴ. 물구나무를 서고 있던 ㄴ을 집으로 데려와 살게 했고 한 달여 후 갑작스레 집으로 찾아와 혹시 세 안 놓느냐는 ㄷ을 받아들이면서 이들이 말하는 덩어리의 시작이 된다.
가족 모두를 잃고 이혼한 후 고향으로 돌아온 ㄱ과 1980년 형과 아버지를 잃고 싫어증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두고 떠돌기 시작한 ㄴ, 탈북 중 아버지를 잃고 한국까지 흘러흘러 오게 된 ㄷ...

 

ㄱ, ㄴ, ㄷ이라는 정체 모를 익명 같은 설정이 독특했습니다.
'혼자 사니 참 좋아'는 ㄱ의 시선으로 정리되지 않은 정신없는 느낌이라면(아무리 봐도 ㄱ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인물로 보입니다.)
'둘이 사니 더 좋아'에서는 ㄴ의 시선으로 차분히 정리된 듯한 느낌으로 그간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듯 한 느낌이 들고
'셋이 사니 진짜 좋아'는 삼천포로 빠졌던 수다가 자리를 찾는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결국 결론은 나지 않는 듯하죠.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어느 생각에도 마침표를 찍을 수 없었어요..
"작가는 그래. 그들은 쓰면서도 진실로 제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난 생각해. 겨우 플롯 따위나 인식하는 거지." -297p

 

 


작가인 선생님은 ㄱ의 집 마당 우물에서 나온 데스마스크를 영감으로 플롯 없는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아마도 실제 작가님도 책 속 선생님과 같은 생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인과론.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원인에 뒷받침되는 이유가 없는 무한한 상상력이 나열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으셨던 걸까요? 손이 가는 대로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심장이 뛰는 대로.. 그저 느낌 가는 대로.

책 속에는 조용히 스며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유가족인 듯한 사연, 안전불감과 사후 처리 등 요즘 많은 관심이 집중될법한 이야기들도 녹아져 있었습니다. 헌데 우물과 선인장이 꽤 중요 포인트인 것 같은데 전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제목은 소소한 풍경이지만 전혀 소소하지 않은 소소의 풍경이었던 것 같아요.

분명 소설책을 읽었는데 자기개발서를 읽은 듯한 느낌은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요...
맨 뒤 해설 글까지 다 보고 나니 전 레벨이 부족했네요... 조금 더 레벨을 쌓은 후 박범신 작가님을 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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