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아난시 열린어린이 그림책 6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 윤인웅 옮김 / 열린어린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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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인 제럴드 맥더멋의 그림은 스치듯 한번만 봐도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단순화하고 상징적인 독특한 문양들과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채감은 그 강렬함 탓에 호불호가 명확한 작가 중 한명이다. 그의 글은 아프리카 민담이나 인디언 설화 같은 신화적인 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신비감과 호기심과 재미를 두루두루 선사하고 있다.

<거미 아난시>는 푸에블로 인디언 설화를 그림책으로 만든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에 이어서 제럴드 맥더멋의 작품 중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또한 ‘거미 아난시’에 대한 이야기는 게일 헤일리의 <이야기 이야기> 이후 두 번째로 만나게 됐다. 먼 대륙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아샨티 사람들의 영웅 콰쿠 아난시의 수백 년 전 모험담을 바로 이곳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바로 그림책의 특혜가 아닌가 싶다. 알고 보니 콰쿠 아난시의 이야기는 벌써 오래 전부터 유명한 이야기라서 이미 많은 책속에서 언급하고 있었으니 그 유명세를 몰랐던 나는 뒷북도 엄청난 뒷북을 치고 있는 중이다.

하늘에 하나뿐인 해와 달을 두고 우리나라의 ‘연오랑 세오녀’를 비롯해서 세계 각국에는 참으로 다양하고 재밌는 신화와 민담들이 존재한다. 콰쿠 아난시 모험담의 결론 부분을 먼저 얘기하자면 지금 밤하늘의 달이 거기에 있게 된 것이 모두 아난시 덕분이라는 아프리카식 일월신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재미는 콰쿠 아난시의 여섯 아들의 활약상이라 할 수 있다. 그 이름 또한 어찌나 독특한지 아이들은 그 이름에 깔깔대고 이름값을 하는 여섯 아들의 활약상에 눈을 반짝거린다. 콰쿠 아난시의 여섯 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큰 아들 ‘큰일 났다’는 멀리서 생긴 큰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둘째 아들은 ‘길 내기’, 셋째 아들은 ‘강물 다 마셔’, 넷째 아들은 ‘먹잇감 손질’, 다섯째 아들은 ‘돌 던져’, 막내 아들은 ‘방석’이다. 이름에서 그 활약상의 윤곽이 잡힐 것이다. 집을 떠나 먼 길을 가게 된 아난시는 그만 길을 잃어서 큰일을 당하게 된다. 강에 빠져 물고기 밥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아빠에게 큰일이 닥쳤음을 알게 된 큰아들 ‘큰일 났다’가 바로 형제들에게 알리게 되고 ‘길 내기’가 길을 만들고 ‘강물 다 마셔’가 한입에 강물을 다 삼켜버리고 ‘먹잇감 손질’이 나서서 물고기 배를 갈라서 아빠를 구한다. 겨우 한숨 돌리고 있는 아난시에게 이번에는 하늘에서 매가 나타나 아난시를 물고 하늘로 올라간다. 예상대로 ‘돌 던져’가 돌을 던져 매를 명중시키고 ‘방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빠를 받아낸다. 콰쿠 아난시와 아빠의 목숨을 구한 여섯 아들이 나란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숲속에서 빛나는 큰 구슬을 발견하게 되고 아난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들에게 그 구슬을 상으로 주고 싶지만 누구의 공이 큰지 가늠하기가 힘들의 세상 모든 것들의 신인 니아메에게 잠시 맡아둘 것을 부탁을 하게 된다.

아난시의 여섯 아들의 이름도 재미있지만 작가는 각각의 아들들에게 이름표처럼 특징적인 문양을 부여해줬다. ‘길 내기’에게는 X표시, ‘강물 다 마셔’에게는 출렁이는 강물을 형상화한 표시..이런 식이다. 책장을 넘기며 독특한 문양 만으로 아들 거미의 이름 맞추기를 하는 것도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제럴드 맥더멋, 원색이 촌스러움으로 흐르지 않고 단순함이 세련됨으로 승격된 그림은 정말 그에 대적할 만한 작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탁월하다. 그가 소개하는 또 다른 웅장한 신화 이야기를 담은 따끈한 신간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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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클로스와 나쁜 아이 명단
로렌스 데이비드 지음, 김희정 옮김, 델핀 듀란드 그림 / 킨더랜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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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멀찌감치 쫓아내듯 일찍 들이닥친 추위와 강원도 산간에 내린 폭설 때문일까? 올해는 여느 해보다 서둘러 크리스마스 관련 그림책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이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크리스마스 그림책은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아주아주 멀고먼 롤리 폴리 산꼭대기 오두막집에 사는 하비 슬럼펜버거에게도 그 험난한 길을 가서 선물을 전해주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감동한 모양이다. 우리 집까지는 그리 험한 길도 아니니 당연히 선물을 전해주러 오실 거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그림책이었다. 몇 권의 산타 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에 대한 그림책들을 봤지만 아직까지 최고의 자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이다. 이 책을 능가할 만큼 아이가 좋아할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찾는 게 11월과 12월에 엄마인 나의 큰 숙제다. 올해 첫 번째로 고른 크리스마스 그림책은 <피터 클로스와 나쁜 아이 명단>이다. 반응은 꽤 괜찮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산타클로스의 나쁜 아이 명단에 낄까봐 살짝 두려워하는 눈치다. “그런 일을 하면 나쁜 일이 한 가지 더 늘어나는데 괜찮아?”라는 말이 아주 제대로 먹힌다. 그림이 친근하다 했더니 올해 여름에 읽었던 <우리 집 막내는 꼬꼬닭>의 그림 작가다. 유럽권 작가들의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항상 이런 오류들이 있다. ‘델핀 뒤랑’과 ‘델핀 듀란드’는 같은 사람임에도 함께 검색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프랑스 사람이니 ‘델핀 뒤랑’이 맞을 듯한테 킨더랜드는 홀로 델핀 듀란드로 표기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신다는 것은 세 살 아이도 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의 아들인 피터 클로스는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기준에 이의를 제기한다. 한 해 동안 124번의 나쁜 일과 123번의 착한 일을 한 미첼 플로트가 나쁜 아이 명단에 올라 선물이 없는 슬픈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거라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다. 작년에 이어 피터 클로스 또한 나쁜 아이 명단에 오르는 것에 항의의 여지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밤에 몰래 빠져 나와 사슴 썰매를 타고 날아가 미첼 플로트를 비롯한 나쁜 아이 명단에 오른 아이들을 썰매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나쁜 아이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제서야 산타는 한 가지라도 나쁜 일을 한 횟수가 많으면 기준에 의해서 나쁜 아이로 분류했던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들을 다시 데려다 주면서 한사람씩 이유를 들어보고 서로 베풀고 돕는 마음을 보여서 착한 일로 나쁜 일을 갚는다면 나쁜 아이 명단에서 빼줄 것을 약속하게 된다. 나쁜 아이 명단에 오른 아이들의 나쁜 짓은 귀여운 수준이다. 여동생을 원숭이라고 놀려댔다는 토비 몰리의 말에는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토비의 여동생은 정말 원숭이와 꼭 닮았다. 베티는 남동생이 옷을 안 입겠다고 하자 휴지로 몸을 칭칭 감았다고 하고, 미첼은 채소가 먹기 싫어서 엄마 구두 속에 몰래 숨겼다고 하는 정도다. 아이들을 모두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니 나쁜 아이 명단에는 피터 클로스 단 한명의 이름만 남았다. 모두의 예상처럼 나쁜 아이들 명단에 올라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뻔한 아이들을 도운 피터 클로스 또한 나쁜 아이 명단에서 지워진다. 이제는 북극의 산타 가족에게는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해주는 신나는 일만 남았다.

델핀 뒤랑의 그림책은 <우리 집 막내는 꼬꼬닭>에 이어 두 번째인데 중심인물에게 쏠린 시선을 잠깐만 다른 곳으로 돌려보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넘친다. 전작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었는데 역시 이 책에서도 그런 요소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격무에 지친 사슴 하나가 길게 누워 잠을 자는데 요정 하나가 메가폰으로 잠을 깨우는 장면은 아이가 찾아내서 무척 즐거워한다. 산타클로스 가족 주변의 요정들과 개 고양이 토끼 새 같은 동물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다음 작품도 눈여겨 볼만한 작가로 찜해둔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언제나 따스하고 포근하고 행복한 느낌이다. 이 책도 그런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는 그림과 이야기들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느낌을 준다. 모두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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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간 공주님 그림책 도서관 41
잔느 윌리스 글, 유경희 옮김, 로지 리브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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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맘대로 나라’에 살고 있지만 사실은 나도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의 공주 라라가 참 부럽다. 빼곡하게 둘러싼 책들만큼이나 묵직한 분위기로 압도하는 도서관에서도 빵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책장을 타고 올라가고 뛰어다니고 높이 있는 책을 꺼낼 때는 공중그네를 타고 의자 위에 올라가서 노래까지 부르는 라라처럼 한번쯤 규범에서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행동을 해보고 싶어진다. ‘제법 의젓 꼬마 나라’에 살았을 때부터 몸에 밴 규범과 규율이  ‘어른 맘대로 나라’에 와있는 지금까지 내게서 그런 재미들을 가져가 버린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든다. 주인공 라라의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 공주님 놀이가 ‘제법 의젓 꼬마 나라’로 넘어가기 전까지 조금 오래 지속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건 내가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라라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라라의 엄마는 라라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하지만 라라는 엄마 말을 믿지 않는다.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의 공주님이라 굳게 믿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라라는 라라와 동생 꼬맹이를 돌봐주는 루루 언니와 도서관에 가게 된다. 하지만 요리사가 만든 빵이 제공되는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와는 달리 이곳 도서관은 음식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책장을 타거나 공중그네를 타며 책을 찾으러 다니는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와는 다르게 조용히 말해야 하고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게다가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에서는 책을 빌려서 집에 가는 게 아니라 담요와 곰 인형을 껴안고 요정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들면 된다. 급기야 도서관의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까지 부르게 된 라라... 도서관 사서 언니는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하는 수없이 우주인이 되고 싶은 어릴 적 꿈을 털어놓았지만 라라에게 책을 하나 들려 보내면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라라가 빌려온 <열대 지방의 질병>이라는 책은 재미가 있을까?^^

도서관 유아실에 가면 사서와 엄마들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큰 소리를 내도 안 되고 음식물을 꺼내놓고 먹어도 안 되고 심지어 물을 마시는 것도 제한을 한다. 쿵쾅거리며 뛰어다녀도 안 되고 떼쓰고 울어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저 조용히 얌전하게 앉아 책만 본다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내쫓지 않는 곳이 도서관이다. 도서관만큼 아이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제약하는 곳이 드물 정도다. 어디 도서관뿐이겠는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공공장소에서도 아이들은 ‘하지 마라’ ‘안 된다’는 이야기를 지겹도록 들으며 참는 법을 배우고 적응해 나가면서 ‘제법 의젓 꼬마 나라’로 넘어간다.

안 되는 것들을 먼저 가르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것들의 재미를 우선하는 것도 아이와 도서관을 다니며 나름대로 깨달은 방법이다. 서가 사이를 다니며 보고 싶은 책은 뭐든 꺼내 오라고 하는 것, 책을 보고 난 후에는 ‘읽고 난 후’ 책장에 꽂아두는 것, 책을 빌릴 때 회원증과 책을 아이에게 들려서 사서선생님께 드리는 것을 좋아해서 아주 멋지게 그런 일들을 해낸다. 큰소리를 낸다고 뛰어다닌다고 지적받는 단계를 자연스럽게 졸업하게 됐다. 내 맘대로 꼬맹이 나라에는 도서관 같은 건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한 라라는 아마도 다음번 도서관 나들이에서는 조금은 더 의젓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도 꼭 필요한 규칙과 질서에도 익숙해지며 그렇게 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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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방 일곱 동무 비룡소 전래동화 3
이영경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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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시간에 한번쯤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고대 수필 ‘규중칠우쟁론기’를 재구성한 그림책이라니 잘 알려진 옛이야기를 전래동화로 옮겨놓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사실 신변잡기의 의인화 정도로 제목만 달달 외운 고수필이 그저 입에만 맴돌게 남아있을 뿐이라서 칠우(七友)의 확실한 존재도 기억에 없었는데 그림책을 읽고 보니 이제는 결코 잊어버릴 일이 없을 듯하다. 게다가 자 부인, 가위 색시, 바늘 각시, 홍실 각시, 인두 낭자, 다리미 소저, 골무 할미..일곱 동무의 이름 또한 어찌나 정겹던지 그림책의 놀라운 발견이라 살짝 흥분했을 정도다.

 

그 내용은 익히 알려진 대로 바느질을 즐기는 빨강 두건 아씨의 손끝을 떠나지 않는 일곱 동무의 이야기다. 낮잠이 든 아씨를 옆에 두고 일곱 동무의 자랑이 이어진다. 옷감의 좁고 넓음, 길고 짧음을 재는 자 부인이 자신이 바느질의 최고 공로자라고 자랑하니 잘 재어본들 자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냐며 가위 색시가 나선다. 그러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며 바늘 각시가 따끔한 한 마디를 하고 뒤이어 홍실 각시는 실없는 바늘이 일을 잘도 하겠다며 쏘아붙인다. 이들의 다툼을 가소롭게 지켜보던 골무 할미는 아씨 손부리 다칠세라 밤낮 시중드는 본인의 공로를 이야기하고 인두 낭자와 다리미 소저는 모양을 다듬어주고 구겨진 곳을 펴서 옷맵시를 살려주는 본인들의 자랑도 보탠다. 일곱 동무 다투는 소리에 잠이 깬 아씨는 너희가 아무리 잘해도 내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시끄럽게 단잠을 깨우냐며 화를 낸다. 하지만 결국 나쁜 꿈으로 인해 아씨와 일곱 동무는 누구 하나라도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서로 화해를 하며 예전처럼 즐겁게 일을 하게 된다.

옛이야기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작가의 역량이 그대로 담겨져서 그 맛을 더하는 빼어난 그림책이다. 아씨방 방안의 문갑을 비롯한 소품들이며 창호지 바른 문창살, 댓돌 위의 고무신...이런 것들을 아주 정겹게 그려낸 솜씨며 그림 상단에 항상 등장해서 일곱 동무의 잘난 척 경연대회 사이사이에 적나라하게 표정변화를 보여주는 아씨의 모습은 일곱 동무가 늘어놓는 자랑보다 더 재미를 더한다. 아씨 체면에 입을 벌리고 자다가 하품을 쩌~억 하기도 하고 시끄러운 소리에 한쪽 눈만 실눈을 뜨고 보다가 결국 단잠에서 깨어나 화를 내고 돌아눕는 모습까지 작가가 별책부록처럼 살짝 숨겨둔 보너스 같다. 앞표지와 뒤표지도 일곱 동무가 아씨방에서 밖을 내다보는 장면을 안과 밖에서 바라본 시선으로 꾸며져 있다. 요즘 그림책은 앞표지와 뒤표지도 빼놓으면 서운할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 쓰는 추세다.

바느질에 꼭 필요한 일곱 동무들이 전하는 이야기 또한 정성껏 만들어낸 옷가지처럼 반듯하다. 아무리 저 혼자 잘났더라도 함께 어우러져야 멋진 작업을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빛나는 보석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안다. 그래서 자신을 빛나게 하기 위한 수고와 정성을 쉽게 무시하고 더불어 타인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고 누구에게나 군림하려고만 들고 잘난 척이 하늘을 찌른다. 제 아무리 잘났다 해도 세상 속에서 사람들 속에서 혼자의 힘으로만 이뤄낼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일곱 동무들이 이야기 하고 있다.     

고전문학인 ‘규중칠우쟁론기’의 재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살려낸 작가가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와 주길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시험을 위해 제목만 달달 외우기에 급급했던 많은 고전문학들이 이런 작업을 거쳐서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면 날름 집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매력적인 소재를 찾아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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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45
케빈 헹크스 글 그림, 맹주열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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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에 아빠와의 저녁 산책길에서 만난 달을 오래도록 이야기한다. 아빠가 어렸을 때 달과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쫓아가도 늘 앞에 있고, 도망가다 돌아봐도 늘 뒤에 와 있더라는 얘기를 했다고 늘 달을 보면 그 얘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도 그 옛날 아빠처럼 달과 함께 달리기 경주를 하곤 한다. 아마도 그때의 그 달이 지금의 달이니 아들의 아빠를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달을 쫓으려고 달려가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아이와 아빠의 공통된 기억 속의 달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세상에 태어나 보름달을 처음 본 아기 고양이의 이야기다.

하늘에 조그만 우유 접시가 떠 있는 것을 발견한 아기 고양이는 우유가 마시고 싶어져서  목을 쭉 뻗어보고 혀를 내밀어 할짝거려 보며 애를 쓴다. 하지만 우유 접시는 그 자리에 그대로다. 우유 접시를 향해 높이 날아보기도 하지만 굴러 떨어져서 여기저기 부딪기만 하고 우유 접시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아기 고양이를 기다리는 것 같다. 아기 고양이는 우유 접시를 쫓아 달리기 시작하지만 우유접시는 가까워지지 않고 늘 같은 거리만큼 멀리 있다.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올랐지만 우유 접시는 아직 너무 멀기만 하다. 바로 그때 나무 아래 연못에 또 다른 우유 접시가 보인다. 와, 맛있겠다. 연못 속으로 뛰어들지만 흠뻑 젖어버리고 지치고 배만 고플 뿐이다.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아기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유가 한가득 담긴 아기 고양이의 우유 접시다. 하늘의 우유 접시를 배경으로 그득한 우유 접시를 말끔하게 비우고 잠이 든 아기 고양이는 아주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무채색의 그림책을 골라서 뿌듯하게 들고 서있는 아이에게 옛날 그림책을 또 골랐냐고 한소리 하고 보니 케빈 행크스의 작품이다. 그리 오래된 작가도 아닌데 책은 아주 구식 느낌이 난다. 2005년 칼데콧상 수상작이란다. 짙고 굵은 선 안에 흰색과 회색이 전부지만 아기 고양이의 표정과 행동이 살아서 움직인다. 동화작가 타샤 튜더는 동물의 생생한 표정을 담아내기 위해 지하실에 죽은 동물들의 시체를 냉동시켜 두었다가 필요할 때 살짝 녹여서 원하는 포즈를 취하게 한 뒤에 그림으로 옮겼다는 일화를 작품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로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케빈 행크스는 이 아기 고양이의 표정을 담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양이들 주변에서 맴돌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기 고양이의 표정이 아주 생생하다.

‘달님 안녕’ 이후로 마음 붙일 달님 이야기가 없다는 3,4세 정도의 유아가 있다면 바로 이 책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를 적극 추천한다. 내게는 돌전의 유아들의 필독서라 할 수 있는 ‘달님 안녕’보다 훨씬 매력적인 달과 고양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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