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웅덩이 킨더랜드 뉴 자연스쿨 73
그레임 베이스 글.그림, 고수산나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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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문이 트이면서부터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건 뭘까요?"란 말이 하루종일 입에서 떠나지 않으니 백과사전이나 자연관찰 책을 읽어줘야하나
생각하고 있었지만 잘 만들어진 전집들 가격이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지라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된 [물웅덩이]... 킨더랜드 뉴자연스쿨 시리즈 중 하나인데
실사사진과 함께 지식을 전달해주는 느낌의 백과사전같은 자연관찰책이 아니라
사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에 스토리가 있는 자연동화라고 할까??
'보면 볼수록 더 신기한 책'이란 책소개글처럼 기발하고 다양한 장치들이 책읽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단순히 1부터 10까지의 숫자와 각장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전부가 아니었다. 

각장마다 책장 위아래에 그림자처럼 작게 그려져있는 숨어있는 동물찾기도 매력적이다. 
각대륙을 대표함직한 동물들 속에 숨어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주는 메세지에 숙연해지는 느낌이다.
또 각각의 그림 왼편으로 타지마할,히말라야,만리장성..처럼 그 동물 주요서식지의 힌트그림이 숨어있다. 
물웅덩이가 점점 줄어들다가 말라버린 땅에 비가 내리는데 흐르는 물길이 세계지도를 이룬다. 
그리고 이 책의 근간을 이루는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성 메세지까지...
휴~~ 한권의 책으로 참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직 모르고 지나친 부분이 또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정도로 세밀하게 만들어진 전집이라면 책값을 아끼랴..하는 생각도 스쳤다.^^
자연관찰!!! 딱딱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지 고민중이었는데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준 책이었다.
우리 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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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그림책은 내 친구 29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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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든 숫자든 무슨 재료든 자유자재로 잘 갖고 노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일러스트는 이 그림책 『학교 가는 길』에서도 단연 첫 번째로 꼽는 매력이다. 이 폴란드 작가와의 첫 만남이었던 ‘생각하는...’시리즈를 읽으며 알파벳과 숫자와 한글의 변신이 놀라웠다. ‘문자도’를 떠올리게 하는, 상상력 가득한 즐거운 장난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작가가 단순히 일러스트의 기술만 뛰어난 작가였다면 금방 익숙해지고 서둘러 시들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일러스트에는 철학적인 깊이가 담겨있다. 단순한 일러스트도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되고 길게 생각하게 만든다. 『반이나 차 있을까 반밖에 없을까?』『생각』『두 사람』『파란 막대 파란 상자』『발가락』등등 이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좋아하는 이런 이유들이 정작 그림책을 읽어야 할 아이들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아서 어른들에게 추천하는 그림책으로 자주 회자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작인 『학교 가는 길』은 아이들도 마냥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 지난해에 출간된 『문제가 생겼어요!』에서는 엄마가 아끼는 식탁보에 다리미로 눌린 자국을 만들어서 고민하는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면 『학교 가는 길』에서는 아이의 발자국이 만들어낸 즐거운 상상이 함께 한다. 


 


“앞표지의 꾹꾹 눌러 밟은 듯 선명한 발자국들을 따라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 그럼 발자국들이 변신한다.^^”


아이와 이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발자국들이 다양하게 변신한다. 강아지, 선인장, 자동차, 오리, 해골, 신호등, 호박, 생선, 악기, 엄마의 앞치마, 사람 얼굴... 말 그대로 즐거운 상상그림책이다. 특히 ‘한눈팔지 마라!’의 발자국이 가장 마음에 든다.^^ 사탕으로 유혹하는 귀부인으로 변신한 발자국은 “사탕 줄 테니 아줌마 따라 갈래?”하며 말을 걸고 경찰서에 이르러 지문으로 변신한 발자국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가면서 아이와 즐거운 책읽기였다. 혼자 학교 가는 길에서 느낄 아이의 호기심과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아이를 혼자 학교 보내는 엄마의 걱정과 불안한 마음과 무사귀환의 반가움이 죄다 들어있는 그림책이다. 단지 학교 가는 길뿐이겠는가.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내딛는 모든 발걸음에 이런 감정들이 실려 있을 것이다.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아이의 발걸음마다 용기와 신중함과 더불어 호기심 가득한 즐거움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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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 할머니의 비밀 꼬맹이 마음 42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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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애란의 단편에서 읽었던, 파랑의 종류만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는 글이 순간 떠올랐다. 인디고블루, 프러시안블루, 코발트블루, 네이비블루, 아쿠아마린, 스카이블루... 장맛비로 불어난 물에 스티로폼 판때기를 타고 떠내려가면서 까무룩 잠결에 본 쾌청한 하늘빛을 뭐라 명명해야 할까, 그 파랑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이름이 뭘까 고민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그림책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에 등장하는 파랑에 뭔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완벽한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졌다. 스미레 할머니가 정성스레 만들고 있는 손녀의 원피스, 할머니의 치마, 할머니 블라우스의 꽃무늬, 달개비 풀, 거리를 지나는 자전거, 밤풍경에 등장하는 파랑이 어쩜 이리 고울 수가 있는지 자꾸만 파랑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책을 먼저 읽은 일곱 살 아이에게 무슨 책이더냐고 물으니 “스미레 할머니가 동물 친구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줬는데 나중에 할머니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동물친구들이 힘을 모아 도와줬다는 내용이에요.”하며 쉽게 내용을 요약해서 알려줄 정도로 이야기 구조는 갈등도 반전도 없이 쉽고 잔잔한 편이다. 잔잔하고 단순하고 고운 이야기인데 이 파랑의 매력 때문에 나에게 특별한 그림책이 되었다. 글로 설명하자니 답답하고 보여주자니 여러 환경에 따라 맛이 차이가 나는 사진으로는 뭔가 부족한 이 매력적인 파랑..







바느질 솜씨가 좋은 스미레 할머니는 나이가 들자 바늘에 실을 끼우기가 힘들어졌다.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겨우 바느질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손녀의 원피스를 마무리 해야 하는 날 얄궂게 비가 내려서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없었다. 한숨 쉬는 할머니 앞에 개구리가 나타나자 할머니는 실을 끼워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엄마 개구리는 연못에 있는 아기 개구리의 수련 잎 침대가 찢어져 고쳐달라는 부탁을 한다. 아기 개구리 침대를 고쳐주고 나니 엉겅퀴 가시에 걸려 날개가 찢어진 나비가 부탁을 하고, 직박구리는 부서진 둥지를고쳐 달라고 한다. 솜씨 좋은 할머니는 멋진 솜씨로 부탁을 다 들어주는데 일을 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스미레 할머니에게 큰일이 생겼다. 손녀의 원피스를 완성할 실이 다 떨어져 버린 것이다. 자기들 때문에 실이 동난 걸 미안해하던 친구들은 숲속 거미에게 부탁해 특별한 실을 얻어온다. 빗방울을 머금은 거미줄로 수를 놓은 손녀의 원피스가 얼마나 고왔을까 상상해보라. 작은 동물들의 어려움도 지나치지 못하는 할머니의 고운 마음과 감사할 줄 아는 마음들이 보태져 만들어진 원피스라 더욱 특별하다.

 

엄마가 되고부터는 내가 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러저러한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 중 아이가 젖을 뗀 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잠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기다.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아이가 괜찮은 반응을 보이면 다음날은 밤이 될 때까지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뒷얘기들을 이어붙일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결국에는 한계에 부딪쳐 서둘러 이야기를 끝내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해서 멋진 그림책을 남긴 버지니아 리 버튼이나 딸에게 자장가 대신 들려준 이야기가 「말괄량이 삐삐」, 칭얼대는 손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에밀은 사고뭉치」라는 책으로 남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같은 재능 있는 동화작가들을 부러워한다. 나는 나중에 손자가 생기면 지금 내 아이처럼 이야기를 좋아하는 녀석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야기 내공을 더 쌓아서 그때쯤이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할머니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샘솟는 멋진 할머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을 읽고 나니 손녀에게 이쁜 원피스 만들어 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 바람 하나가 더 추가됐다. 그럼 바느질도 배워야 하나... 근사한 할머니가 되기도 참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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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비 온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13
피터 스피어 글.그림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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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다가오며 비를 뿌리기 시작하자 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남매는 집으로 쫓겨 들어갑니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는 저만치 앞서 가고 아이 둘과 강아지는 엄마를 향해 달려갑니다. 비옷과 장화를 신고 비오는 풍경 속으로 다시 뛰어든 아이들은 마냥 신납니다. 비가 오니 새들이며 동물들은 비를 피해 몸을 웅크리는데 아이들에게 비오는 날은 신나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한 특별할 날입니다. 비를 피해 몸을 숨긴 동물들의 안부를 묻고 빗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만드는 동심원들을 밟으며 뛰어다니기도 하고, 홈통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를 우산으로 받기도 하구요, 호스로 물장난 치기도 재미있지요. 지나가는 차가 만든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첨벙거리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지만 비오는 날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 속에 아이들은 신나지요. 물방울들을 달고 있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물방울을 튀기기도 하고 전깃줄에 대롱거리며 달린 물방울들과 거미줄에 조롱조롱 달린 물방울들은 비오는 날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모습들이지요.

거세지는 비를 피해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따스한 물로 목욕을 하고 뽀송뽀송한 옷들로 갈아입지요. 식탁엔 엄마의 따끈한 간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빗속에서 신나게 놀다가 들어왔지만 그래도 마음은 아직도 빗속에서 첨벙거립니다. 집안에서 블록 쌓기도 하고 책도 보고 TV도 보지만 마음은 비오는 창밖 풍경 속에 있습니다.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는 남매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밤이 되고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아이들의 방 창문에도 불이 꺼졌는데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립니다. 드디어 먹구름에 가려진 달과 별들이 깨끗하게 씻긴 듯 더욱 초롱초롱 빛나며 그 자태를 드러냅니다. 너구리며 쥐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새들은 마당에 생긴 웅덩이에 샤워를 하면서 분주한 새벽을 열고 훤하게 밝아오는 하늘 아래 마당은 더욱 싱그러워진 모습으로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마당의 나무들이며 꽃들이며 동물들은 거센 비를 잘도 견뎌낸 듯합니다. 비에 젖었던 빨래들이 다시 햇살 아래 널렸네요.

글자가 없는 그림책은 천천히 그림을 음미하면서 따라가다 보면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들리는 듯합니다. 어쩌면 말이 전하지 못하고 빠뜨리는 부분들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들을 수다스럽게 들려줄 지도 모릅니다. 특히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인 피터 스피어라면 어쩌면 글보다는 그림으로 이야기하기가 수월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수채화로 그려진 이 그림들 안에는 비오는 날이면 비옷과 우산과 장화로 무장하고 빗속에서 첨벙거리고 싶어하는 우리 집 아이와 쏙 닮은 아이들의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비오는 날의 풍경이 하도 예뻐서 어른인 나도 함께 첨벙거리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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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몰래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29
조성자 지음, 김준영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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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집 아빠와 아들은 근처에 사는 아이의 이모부와 사촌형과 함께 캐치볼을 즐깁니다. 습하고 끈적끈적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어 짜증을 불러오던 지난밤에도 ‘싸나이’들끼리 캐치볼을 하고 흠뻑 땀에 젖어 들어와 터프한 샤워들을 했지요. 야구에 흥미가 생겨서 푹 빠져 사는 사촌형과는 달리 사실 우리 집 녀석은 운동을 마치고 아빠가 사주는 간식거리들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어제도 넷이서 햄버거 가게에 들렀다 온 모양입니다. 햄버거나 콜라를 먹지 않는 우리 아이는 모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르는 햄버거 가게에서 멍하니 있다 보니 감자튀김이라도 먹어보라고 권한 것이 시작이 되었지요. 저도 햄버거나 콜라를 먹지 않으니 감자튀김 하나 먹자고 햄버거 가게에 들르기도 뻘쭘해서 자주 먹는 편은 아닌데 어제처럼 햄버거 먹는 사촌형과 세트 메뉴를 나란히 나눠먹으면 딱 좋지요. 아빠와 운동이나 산책을 가면 꼭 들르는 가게에서 사먹는 음료수도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마트에서 함께 갔을 때 사달라는 음료수가 있기에 물었더니 아빠가 사줘서 먹어봤는데 맛있더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렇듯 엄마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제재하던 것들을 아빠는 슬그머니 들어주곤 하지요.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엄마와의 시간은 집에서 늘 먹는 밥과 같습니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물, 저절로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와도 같지요. 집보다는 일 때문에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빠와 보내는 시간은 평소 엄마가 비싸다는 이유로 몸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규제하고 있는 자극적인 특별외식에 가깝지요. 고생은 좀 하더라도 어쩌면 신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모험 여행과도 같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아빠와의 추억은 기억 속에 인상적인 흔적들을 남겨두곤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사라지는 법이 없지요. 나의 어린 시절도 비슷한 기억들이 있습니다. 일찍 자라는 엄마의 성화를 피해 아빠와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시간까지 서부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웬만한 서부영화의 고전들은 그때 다 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위험하다고 꺼리셨던 스케이트를 사들고 들어오셨던 아빠의 모습과 학교에서 받아온 상장을 액자를 만들어 자랑스레 걸어두시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그렇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시던 든든한 지원군의 모습 말입니다.

요즘 아빠들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빠 몰래』에 등장하는 은지 아빠처럼 격무에 몸을 돌볼 시간조차 없어서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바쁘고 피곤하게 살아가는 게 대부분의 아빠들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일터로 나가고 아이들이 잠든 다음에 들어오지요. 산타클로스도 아니면서 아이들이 잠 잘 때 왔다 가지요. 쉬는 날은 밀린 잠을 보충하듯 늦잠자기 예사이고 피곤해하고 귀찮아하는 모습에 함께 놀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사실 미안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지요. 그러다 간혹 아이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슈퍼맨 아빠를 보면 우리 아빠와 비교되면서 속상해하지요. 은지의 친구 지수의 아빠를 봤을 때처럼 말이지요. 깔끔한 외모에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하고 쉬는 날이면 지수와 어떻게 놀아줄까 고민하고 딸과 딸의 친구들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출장 갔다 오면서 딸과 딸의 친한 친구들 선물까지 챙겨올 정도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아빠지요. 그렇잖아도 평소 아빠의 모습에 불만이 많았던 은지는 완벽한 아빠인 지수의 아빠를 보면서 드디어 화가 폭발하고 말지요. 친구 민경이가 알려준 쪽지 주문에 의지해 “우리 아빠, 지수 아빠처럼 되게 해주세요!”를 적어 가슴에 품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은지. 소원 쪽지 때문인지 아빠를 관심 있게 관찰하기 시작한 은지는 배불뚝이에 아무 때나 방귀를 뿡뿡 뀌어대고 게임할 때 반칙도 스스럼없이 하는 아빠지만 늘 자신의 편에 서주는 아빠가 점점 좋아집니다.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해서 은지에게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지 말라며 엄마에게 말씀하시는 아빠를 보면서, 응급실로 실려 간 아빠의 휴대폰에 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은지는 다른 누구의 아빠보다 자신의 아빠가 최고라 생각합니다. 은지의 말처럼 백골난망(白骨難忘)...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부모는 이런 존재이지요.

아이가 어릴 적에 주말에 일하는 아빠 없이 어린이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면 아이를 끼고 앉아 책을 읽어주는 아빠들을 부러워했었습니다. 그런 아빠를 아이에게 맞춰주지 못한 나의 남자 보는 안목을 자책했었지요.^^ 하지만 은지는 제게 말합니다. 다른 집 아빠와 비교하지 말라고 말이지요. 우리 집 아빠는 아이가 훌쩍 커서 함께 캐치볼 하러 다닐 나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답니다. 본인이 야구를 좋아하니 아들과 캐치볼 하는 흐뭇한 상상을 했었겠지요. 이제 아이가 제법 자라서 아빠와 캐치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갑니다. 어린이용 글러브를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얘기도 합니다. 엄마가 규제하는 컴퓨터 게임시간을 슬쩍 늘려주거나 엄마는 사주지 않고 미루는 것들을 냉큼 사주면서 엄마에게는 안 먹히는 일들을 도모하는 아빠와 아들의 관계는 앞으로 더 돈독해지리라 생각됩니다. 어제 컴퓨터 게임하다 문제가 생겼는데 아빠가 있어야 해결된다고 하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빠에게 증세를 보여줍니다. 물론 아빠는 단번에 해결해줬지요. 아침부터 엄지손가락 들어 보이며 “역시 아빠 최고야!!”를 외칩니다. 오늘도 캐치볼 하러 간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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