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학교 가자! - 초등학교 선생님 일과 사람 8
강승숙 지음, 신민재 그림 / 사계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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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학교 가자!』는 7년차 초등학교 선생님의 매년 맞이하는 새 학기에 대한 설렘과 떨림과 열정과 신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는 완벽한 인간상에 가까운 선생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신기함으로 이 책을 읽었다.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는 새 학년이 돼서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를 두고 한 해 농사에 비유하곤 한다. 백 퍼센트 믿을 순 없지만 이미 겪어본 엄마들 사이에서의 다양한 평가로 선생님의 성향을 파악한다. 아이들에게 무한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이라든가 수십 년 경력의 노련함을 내세우는 선생님이라든가 젊은 혈기가 넘치는 선생님이라든가...학년 초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내 아이와 일 년을 함께 할 담임선생님이다. 물론 내 아이만 잘 하면 어느 선생님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지만 이왕이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 아이의 성장 폭이 컸으면 하는 바람이 욕심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터득해 온 터다. 선생님에 대한 설렘을 갖고 새 학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선생님 또한 아이들에 대한 설렘으로 시작을 한다. 선생님의 일상과 선생님으로서 갖는 고민과 교육관을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문체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오영경 선생님과 2학년 3반 아이들이 보낸 한 학기가 참으로 행복한 학원드라마처럼 느껴진다. 마침 2학년의 한 학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집 아이의 학교생활과도 많이 닮아서인지 방학을 앞두고 있는 우리 집 녀석의 한 학기도 참 행복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젊고 열정적인 선생님...무엇보다 아이들의 단점을 감싸주시고 장점을 부각시켜서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제법 근사한 아이로 여기게 만드는 마법을 갖고 계신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한 학기 내내 엄마인 나도 행복했다.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일상적인 동작들이 느린 아이,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입을 닫아버린 아이, 그래서 걱정과 염려가 앞서는 아이라는 말을 학기 초 선생님들에게 들을 때마다 답답하고 속상하기만 했었다. 아이의 장점들이 빛나는 순간이 오리라는 기대를 버릴 수 없는 엄마라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올해 만난 선생님과 함께 아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선생님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절절하게 느꼈다. 아이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으로 스스로가 더욱 멋지게 해내고 싶어지는 도전정신을 키워주시고, 아이가 부족한 부분에서는 무한 용기를 주시며 작은 도전도 크게 칭찬해 주셔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선생님이다. 아이는 한 한기 동안 쑥 자랐다. 쉬는 시간이면 학교 도서관으로 숨어들던 아이가 어느 날 운동화가 진흙 범벅이 되어 와서는 아이들과 축구를 한판 했다고 한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죄다 귀에 담아두면서도 입은 꾹 다물고 있던 녀석이 선생님을 유머러스한 말로 웃겼다고 한다. 아이들이 놀릴까 두려워서 발표도 꺼려하던 아이가 수업시간에 어려운 문제 풀이 방법을 친구들 앞에서 설명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남은 한 학기가 더욱 기대된다.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말 한마디는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던 나의 글을 칭찬해 주시던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 때문에 그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졌던 내 경험을 비춰 봐도 그렇고, 마법과도 같은 한 학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일하는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사실적인 정보를 통해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는 사계절의 ‘일과 사람’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주목하게 되는 책이 바로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얘들아, 학교 가자!』가 아닐까 한다. 특별한 사명감이 없이 그 자리를 지키기도 어렵고 사명감은 쏙 빠진 채 직업인으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도 안되는 위치가 바로 선생님이라는 자리다.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봄부터 봄꽃잎을 따서 정성껏 말리고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두는 오영경 선생님처럼 정성을 다해서 키워야 할 귀한 보물들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이 바로 서야 우리의 아이들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조하는 제대로 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일과 사람 시리즈가 소개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모두가 어우러져 멋진 세상을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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