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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작은 거인 먼클 트록 1 - 용을 타고 하늘을 날다! ㅣ 456 Book 클럽
재닛 폭슬리 지음, 스티브 웰스 그림, 고수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보다 현란하게 환상적으로, 혹은 기괴하게 상상력을 펼쳐놓는 이야기들이 넘친다. 그 중에는 작가의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상상력까지 쥐어짜낸 건 아닐까 싶은 다소 억지스런 판타지에 실망하기도 한다. 비교의 대상에는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해도 뭔가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손뜨개 교본이나 여행지의 친절한 가이드북처럼 상상의 세계를 마치 실존하는 공간인 것처럼 촘촘하게 짜낸 작품들이 버티고 있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처럼 탄탄하고 완벽하리만치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대표주자 격이다. 그 촘촘한 그물에 걸리지 않은 이야기를 창조해내야 하는 판타지 작가들의 고충을 천재 모차르트 옆의 살리에르를 끌어다 견준다면 조금 지나칠까? 『먼클 트록』의 작가 재닛 폭슬리와의 대화 중 <해리포터> 시리즈 때문에 마법이나 마술이 나오는 이야기는 피하려고 했고 그래서 결국 거인을 등장시키기로 했다는 대목이 솔직해서 인상적이다.
환상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갖고 있는 독자들은 웬만한 판타지에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해리포터 때문에 마법사를 피해 거인을 택했다지만 거인이 등장하는 이야기 또한 이미 넘친다. 작가는 무수한 이야기들 속 등장하는 거인들의 사이즈의 극대치나 포악하고 잔인함의 최대치로 승부를 보는 식상함 말고 거인 마을의 제일 작은 거인 소년을 등장시키는 반전을 노렸다. 자신보다 세 살 어린 동생에게 거꾸로 들려서 대롱대롱 매달리다 던져질 정도로 아주 작은 거인 소년 먼클 트록의 험난한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거인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거인인 먼클 트록을 감싸주는 이는 엄마뿐이다. 늘 안쓰럽고 학교에 보내놓고도 걱정이 끊이질 않는 엄마와 마을 최고의 사냥꾼 아빠, 그리고 우르릉 산에서 가장 거친 패거리 ‘천둥파’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동생 그릿, 그리고 아기 플럽이 먼클의 가족이다. 먼클의 가족은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가족이고, 먼클은 작은 체구 때문에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의 놀림감이고 성적 또한 신통치 않아서 졸업 후 진로도 막막한 상태이다. 하지만 박물관으로 현장 학습을 간 이후 먼클의 삶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진다.
소인이라 지칭되는 인간들에게 쫓겨 우르릉 산 깊숙한 곳에서 숨어 살고 있는 거인들은 소인 세상과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거인들은 아주 오랜 옛날 소인들을 납치하던 시절에 소인들과의 전쟁에서 소인들의 무시무시한 기계에 밀려 결국 우르릉 산으로 도망 와서 소인들의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입구를 차단해 버리고 지금까지 숨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몇백 년이 흐르면서 소인들 세상에서 거인들의 존재는 잊혀졌고 아마도 옛이야기나 전설로만 떠돌고 있을 것이다. 거인 세상의 현자인 바이블로스 경은 박물관에 딱 하나뿐인 소인의 옷과 그 주머니 안의 책이 거인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소인의 체구와 비슷한 먼클에게 소인의 옷을 입혀주면서 그 마법책의 글자를 읽을 수 있는 현자가 나타난다면 바깥 세상에 나가 다시 우리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전한다. 우르릉 산 임금님의 생일날 바이블로스 경과 먼클 가족만이 아는 특별 공연이 성공리에 끝난 후 오래된 봉인이 해제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먼클의 동생인 그릿과 ‘천둥파’ 패거리들이 소인의 마을로 내려가 소인 여자 아이를 납치해 온 것이다. 소인들의 ‘무시무시한 죽음의 막대기’를 두려워하는 거인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다.
소인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 소인의 옷을 입고 소인들의 세상에 갔었던 적이 있었던 먼클은 그곳에서 만났던 여자 아이 에밀리가 납치되어 온 것을 알고 에밀리를 구할 계획을 세운다. 에밀리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거인의 세계가 소인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는 길임을 먼클은 알고 있었다. 역시 차세대 현자의 재목이다.^^ 에밀리를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고 소인과의 접촉도 피할 묘책을 세워서 훌륭하게 해낸 먼클은 거인 학교의 찌질한 왕따에서 왕실 다음으로 중요한 직책인 현자의 자리에 오른다. 인간 소녀인 에밀리와의 비밀스런 우정과 휴화산임을 짐작케 하는 우르릉 산에 임박한 화산 활동의 가능성이라는 뒷이야기를 여운으로 남기며 세상에서 가장 작은 거인 먼클 트록의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난다. 먼클 트록이 존경받는 현자가 될 수 있을 지 2편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