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선장과 우주 해적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8
제인 욜런 지음, 브루스 데근 그림,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1학년 아이가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이야기다. ‘토드 선장 시리즈’ 중에서 가장 먼저 『토드 선장과 우주 해적』을 고른 이유는 아마도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해적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적이 되었냐면』의 댕기수염 해적단, 『즐거운 로저와 대머리 해적 압둘』의 황금궁둥이 해적단처럼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모험을 즐기는 해적들 이야기에는 항상 눈을 반짝이곤 했었다. 게다가 우주 해적까지 등장해서 우주에서 한판 붙는 이야기니 얼마나 흥미진진하겠는가. 하지만 이야기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심심한 우주선 생활로 시작된다.


우선 등장인물부터 소개하자면, ‘별똥들의 전쟁’호의 용감하고 지혜로운 그 이름도 위대한 토드 선장, 부조종사 엄청생각씨, 기관사 나리 중위, 컴퓨터 박사 막내 대원 공중제비, 그리고 의사 닥터꼼꼼씨. 은하계의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 탐험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우주여행은 길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개굴-크리켓 놀이를 비롯한 실내 놀이를 각각 서른다섯 번씩 하고, ‘백설 공주와 일곱 사마귀’같은 책들을 마흔일곱 번씩 읽었고, ‘인디애나 개구리’ 영화를 쉰아홉 번씩이나 봤으니 따분하고 심심해서 신나는 모험 생각이 절로 났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경보기가 울리고 옆구리에 하얀 뼈다귀와 해골 그림을 붙인 시커먼 우주선이 나타났다. 토드 선장의 말에 따르면 하늘의 채찍 은하계의 폭력배 우주의 뱀이라고 불리는 도롱뇽 선장의 우주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용감하고 지혜롭기로 소문난 토드 선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도망갈 궁리를 하기 바쁘다. 토드 선장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올가미 광선총을 쏴 별똥들의 전쟁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도롱뇽선장은 사다리를 타고 별똥들의 전쟁호로 부하들을 이끌고 건너온다. 험상궂고 비열한 도롱뇽선장과 부하들은 별똥들의 전쟁호 선원들을 꽁꽁 묶어서 널빤지 뛰기 놀이를 하며 괴롭힌다. 해적들의 눈을 피해 숨어있던 닥터꼼꼼씨 덕분에 해적들을 물리치게 되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선 토드 선장과 도롱뇽선장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이 모든 모험들이 우주여행의 따분함을 달래주기 위한 두 선장의 장난이었던 것이다. 두 우주선의 선원들은 서로의 책과 영화를 교환하면서 또 얼마간의 지루함을 날려버리면서 우주여행을 계속 해나간다.


아이는 “뭐야? 이게 다 장난이었다는 거야?”하면서 이야기의 반전에 허탈해 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요즘 동화를 읽고 나면 재미의 정도에 따라 평점을 매기는데 그래도 점수가 꽤 좋다. 제인 욜런의 그림책들은 많이 봤는데 동화는 처음이다. 그림책의 글 분위기는 꽤 서정적이었는데 토드 선장 시리즈는 초등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 스스로 재미있게 읽기에 적당하다. 토드 선장의 대원들 이름도 재미있다. 번역을 거쳐서도 그 맛이 살아있다. (물론 영문판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는데 귀찮음이 몰려온다. 그래도 다음에 도서관에 가면 영문판이 있으면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25년 전에 나온 이야기인데도 일러스트 색채의 단순함을 제외하곤 전혀 촌스럽지 않고 유쾌하다. 6권의 토드 선장 시리즈 중 집에 갖고 있지 않은 2권도 마저 구입해 달라고 하니 얼른 장바구니에 담아야겠다. 이럴 땐 시공주니어 문고의 착한 가격도 너무나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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