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 가로세로그림책 1
토미 웅거러 글.그림, 이현정 옮김 / 초록개구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자유로운 영혼 토미 웅게러는 신간이 나오기가 무섭게 구입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는 제목에서 금방 알 수 있듯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를 패러디한 그림책이다. 신간이긴 하지만 그건 단순히 한글번역본이 이제야 나왔다는 것이고 작품발표 시기로는 1974년作 이다. 내가 좋아하는 토미 웅게러의 작품들인 『크릭터』『제랄다와 거인』『달사람』『모자』『세 강도』등의 작품들과 발표 시기와 엇비슷하다. 이 책 마지막 장면에 『모자』에 등장하는 행운의 모자를 슬쩍 그려 넣은 작가의 센스 있는 서명도 토미 웅게러답다. 


사람들의 무관심에 철저하게 버려져서 홀로 죽음을 맞았던 성냥팔이 소녀를 떠올려본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는 슬프고 안타깝고 충격적인 동화였다. 따스하고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크리스마스와 싸늘한 소녀의 주검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그 충격이 컸었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죽어있었다.’라는 말로 일말의 양심과 미안함을 서둘러 내려놓으려 하던 뻔뻔함에 화가 났었다. 물론 지금이야 작가가 무관심 속에 죽어간 거리의 소녀를 통해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나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과 자신을 심하게 동일시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 감정이 푹 빠지곤 했었다.


토미 웅게러의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는 오래 전 성냥팔이 소녀에게 진 해묵은 빚을 갚은 후련한 느낌을 준다. 안데르센의 가냘프고 여린 성냥팔이 소녀가 세월이 덧입혀지면서 변화했다. 토미 웅게러의 알뤼메트는 무관심과 매정함에 쓸쓸하게 죽어가던 가녀린 소녀가 아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놀라운 행운을 어려운 이웃과 나눌 줄 아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고, 자신을 홀대하며 윽박지르던 사람들을 넒은 마음으로 용서하고 그 사람들을 탐욕에서 벗어나 선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놀라운 일을 해낸 아이다. 아이의 선한 마음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무시하고 깔보는 마음으로 관망하던 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기부와 나눔의 기적을 일으킨다. 전 세계로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선행과 봉사의 현장, 그 중심에 선 작은 소녀 알뤼메트는 인류가 더불어 살아가야 할 방향을 당당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선물을 앞에 두고 알뤼메트는 당차게 이야기 한다. “선물이요! 사람들에게 나눠 줄 거예요. 지금 당장이요, 물건들이 망가지기 전에.” 알뤼메트의 당찬 이 한마디가 모든 일들을 가능케 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작은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안데르센은 어린 시절 구걸까지 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어머니를 성냥팔이 소녀의 모델로 그렸다 한다. 토미 웅게러는 특유의 유머와 익살로 성냥팔이 소녀를 멋지게 변모시켰다. 데이빗 위즈너처럼 토미 웅게러도 자신의 작품 속에 자신의 모습이나 자신의 다른 작품 속 장면을 까메오로 출연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작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작품을 사랑해주는 독자들을 위한 선물이라 느껴진다.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에서도 작가의 모습과 다른 작품 속 장면을 발견해 내는 재미가 숨어 있다. 토미 웅게러의 팬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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