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쌈知 (쌈지 시리즈) 8
쿤 더 포르터르 외 지음, 김근 옮김 / 주니어중앙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해가 바뀌고 아이와 첫 도서관 나들이... 여느 때처럼 아이는 서가에서 책을 골라 자리 잡고 앉아서 책을 읽고 나는 준비해간 목록의 책을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방학이라 도서관은 서가 옆 책 읽는 공간도 빈자리 하나 없을 만큼 아이들로 만원이었다. 아이 옆에는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이 앉아서 문제풀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책을 찾고 고르는 틈틈이 아이의 동태를 살피는데 웬일인지 아이는 꼼짝 않고 처음 꺼내서 읽은 책에 집중하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는 손에 잡히는 대로 혹은 제목에 끌려서 읽다가 흥미가 없으면 곧 다른 책을 꺼내서 읽는데 꽤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는 모양이었다. 책을 다 골라놓고 청소년 도서나 어린이 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일반도서들도 다 훑어보고 아이 옆에 슬그머니 다가갔는데도 책에 푹 빠져 읽고 있었다. 부모라면 이런 모습 지켜보고 있으면 안 먹어도 배부른 심정을 잘 알 터이다. 슬쩍 책을 훔쳐보니 무슨 건축설계도면이나 조감도 같은 그림이 잔뜩 들어있는 요상한(?) 책이었다.


다 읽고도 빌려다 읽고 나서도 구입까지 하고 싶다는 이 책은 내게 입력된 정보가 없는 책이었다. 커다란 판형에 앞서 말한 대로 건축 설계도면 같은 그림의 이 책은 주니어 중앙에서 출판한 ‘쌈지시리즈’ 중 한권인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 그림책이다. 제목 그대로 도시의 생성과 혁신적인 공간 창조의 과정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 책이다. 예스의 도서 분류에는 초등 1,2학년 사회/문화/시사 학습란에 포함되어 있다. 평소 읽던 어린이 문학과 자연과학 도서가 아닌 책에 아이가 새롭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신기해서 아이가 읽은 뒤에 읽어보니 도시의 여러 기능이라든지 도시의 생성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하는 과정을 이야기를 통해서 알기 쉽게 잘 만들어졌다.


아기돼지 삼형제를 답습하는 동화 속 모든 부모님은 자식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꿈을 펼칠 곳을 찾아서 떠나라는 명목으로 자식들을 내쫓는다.(나도 이런 거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삼형제 에르윈, 스펜, 피터의 나무꾼 아버지도 아들들이 열여덟 살이 되자 하나씩 집밖으로 내몬다. 집이었던 와글와글 숲을 떠나 한참을 걸어 넓은 평야에 도착한 에르윈은 왠지 무엇에 끌린 듯 평야에 오롯이 존재했던 부추 옆에 집을 짓고 살기로 한다. 에르윈이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는 중에도 에르윈의 아름다운 부추를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부추의 얘기는 약간의 과장과 너스레가 더해져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부추’는 특화된 자원이나 관광 상품 같은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에르윈의 집 주변으로 부추를 상품화한 각종 건물들이 들어서고 도시는 매일 매일이 부추 축제와 같다. 아무 것도 없었던 곳에서 수많은 집과 공장과 가게들이 들어선 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둘째 스펜도 어김없이 열여덟 살에 독립을 한다. 스펜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스펜의 도시는 이야기 속 ‘불량배’로 그려진 외부의 침입과 위험으로부터 도시인들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내는데 중점을 뒀다. 와글와글 숲을 벗어나 우연히 만나게 된 열세명의 ‘불량배’ 때문에 불안하고 겁에 질린 사람들에게 안전한 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스펜의 안전한 도시는 높은 성벽 안으로 사람들을 모으게 되고 불량배들의 고도의 침입 작전을 모두 물리친 이후로는 성벽마저도 필요 없는 안전한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스펜의 도시는 평화로웠다. 

       

막내 피터는 그동안 두 형들의 도시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를 했다. 형들의 도시는 집이 많고 조용한 곳이 없음에 착안해서 조용히 쉴 수 있는 휴양도시를 만들 계획이었다. 형들처럼 우연히 혹은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레 도시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막내 피터의 도시는 처음으로 세밀하고 정교한 설계도가 등장한 철저한 계획도시다. 집은 서로의 집을 비교해서 싸우는 일이 없도록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져야 하고, 집 주변에는 신선한 공기와 여가를 위한 자연 공간이 있고, 공장은 도로 옆에 자리 잡아 공장 화물차가 주거지로 들어오지 않도록 배려했고, 학교와 교회는 도시의 소음과 멀리 떨어져서 배치하고 모든 가게들은 한곳에 모아 쇼핑하기 편하게 만든 완벽한 도시다. 하지만 집의 색과 구조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때맞춰 공장지역의 옥수수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다. 사고 후 도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피터는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틀 속에 도시를 가두기보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가 가장 이상적인 도시라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가 초등 사회교과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지 모르겠지만 도시의 생성과 기능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는 충분한 책이다. ‘쌈지 시리즈’ 전체를 훑어보니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꽤 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인권 동화책 『S.O.S. 위기의 아이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출간된 9권의 책 중 3권이 품절 상태라 아쉽다. 갈수록 비대해져 가는 학습만화에 떠밀려서 괜찮은 책들이 심각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속히 품절 상태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