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 제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김소민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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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바뀐다는 소재는 신선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즐겨 차용하는 만큼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린다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유아기나 아동기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푸념처럼 뱉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만복이네 떡집 (김리리, 비룡소)』에 나오는 ‘다른 사람 생각이 쑥덕쑥덕 들리는 쑥떡’을 구할 수만 있다면 너도나도 손에 넣으려고 달려들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은 다른 사람과 영혼이 바뀌어 다른 사람의 몸으로 그 사람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체험해 봄으로써 얻어지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스스로를 객관화함으로써 성장해 나가는 발전지향적인 이야기 등의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낸다는 혼자만이 즐기는 스릴이 아니라 영혼을 바꾼 두 사람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만들어내는 스릴이 유쾌함을 더한다.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은 7~10세 저학년을 위한 동화 발굴을 위해 비룡소가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1회 수상작이다. 만화나 영화나 다른 동화에서 써먹을 대로 써먹은 주제인 영혼 바꾸기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읽기에 유쾌한 이유는 아이의 시선을 담아낸 글맛에 있다. 영혼이 바뀐 상태에서 어른 남자와 어른 여자의 몸을 묘사하는 부분은 유쾌함의 절정이다. 왈가닥, 여자 깡패, 태권소녀라는 별명을 가진 동생 묘묘와 태권도 대련을 앞두고 걱정하던 동동 앞에 불쑥 나타난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아빠의 약국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색색깔의 캡슐 병이 진열대를 메우고 있는 기묘한 약국에 스스로를 캡슐 마녀라고 부르는 할머니가 버티고 서 있다. 캡슐 약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동동이는 캡슐 마녀가 최근에 발명한 ‘영혼을 바꾸는 캡슐’에 솔깃해 한다. 허약하고 겁 많은 동동은 동생 묘묘와 영혼을 바꿔서 태권도 대련에서 동생 묘묘를 이기고 싶은 생각으로 게임 아이디와 비밀번호라는 이상야릇한 약값을 치르고 집으로 달려온다. 땅콩크림빵 사이에 캡슐을 넣어두고 묘묘가 먹기만을 기다리던 동동의 계획은 느닷없이 나타나 빵을 날름 집어먹은 아빠 때문에 뒤죽박죽이 된다.            


하필 아빠와 동동이가 서로 영혼이 바뀐 다음날은 동동의 엄마가 죽고 혼자서 약국을 운영하며 아이 둘을 키워온 아빠를 측은하게 여긴 아빠 친구 보리밥 아줌마가 선을 주선해놓은 날이었다. 어른의 몸을 한 동동이의 데이트가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였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수를 만회하려는 동동이의 아이다운 기특한 마음이 통해서 새엄마를 얻게 된다. 한달 동안 동동이의 게임 아이디로 게임을 실컷 즐기고 다른 나라로 떠나는 캡슐 마녀로부터 영혼이 바뀌는 캡슐을 하나 더 선물로 받게 된 동동이는 이번에도 동생 묘묘와의 영혼 바꾸기를 시도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동동이의 영혼이 들어간 몸에는 가슴에 묵직한 사과 두 개가 달려있다.^^ 영혼이 바뀐 두 사람 중 한사람의 영혼이 자라야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데 아마도 동동이네 세 식구와 새 엄마의 진정한 가족 만들기를 통해서 영혼은 주인을 찾아갈 것 같다. 잠이 덜깬 모습으로 품에 쏙 안기는 엄마 없이 자란 어린 묘묘가 안쓰럽고, 어린 묘묘의 머리를 서툴게 감아주면서 아내 없는 7년 동안 두 아이를 키워낸 아빠의 노고를 새삼 느끼게 되었던 첫 번째 영혼 바꾸기처럼 두 번째도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유쾌하게 풀어나가리라 믿는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영혼이 바뀌는 캡슐을 발명하고 게임을 즐기는 캡슐 마녀라든가 아빠의 몸 속에 들어간 동동이가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와 유쾌한 이야기가 넘치는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은 눈과 마음으로 읽기에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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