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신은 고양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9
샤를 페로 글,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와 전설이나 민담을 채록해 엮은 동화책 속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수없이 많은 변형을 낳는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샤를 페로와 독일의 그림형제의 동화를 원작으로 읽는다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백설 공주> 등은 시대를 거치면서 조금씩 윤색되어 온 이야기들이다. 잠자고 있는 미녀를 취해 아이를 낳게 했고, 신발에 억지로 발을 끼워 넣으려고 발뒤꿈치와 발가락들을 잘라내고, 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한 여자가 계모가 아니라 친모였다는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때의 충격과 파장을 생각하면 적당하게 손을 댄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채록한 이야기를 윤색하지 않고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던 그림 형제의 고집도 존중한다. 사실적인 이야기가 잔혹하다 할지라도 이야기가 반드시 교훈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찬성한다. 고집스럽게 사실적으로 기술한 그림형제나 이보다 앞서 출간된 샤를 페로의 이야기가 시대에 맞게 혹은 차용한 작가의 주관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할 원전이 되어주고 있으니 귀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샤를 페로의 글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샤를 페로의 동화는 궁정이나 살롱에서 낭송된 글이라서 이야기 끝에 교훈을 강조한 훈훈한 결말로 각색되었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그러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에서는 잔혹한 그림형제본보다 페로본을 선호했음이 당연했을 것이다. 샤를 페로 보다 나중에 나온 그림형제의 동화집에도 「장화 신은 고양이」가 수록되어 있고 페로본과 그림형제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나 지금 내 아이가 읽는 그림책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방앗간 막내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졌고, 가난한 주인에게서 장화 한 켤레 얻어 신고 갖은 계략을 꾸며서 주인에게 부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인은 서양의 전설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 거인으로 잔인하게 사람을 잡아먹고 자유롭게 변신을 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오거(ogre)' 혹은 '오우거' 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거인은 서양의 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오거라는 명칭이 샤를 페로의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다고 한다. 콜린 맥노튼의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에서는 아예 대놓고 ‘오우거는 나쁜 거인’을 지칭한다고 말하고 있고, 토미 웅게러의 『제랄다와 거인』에서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식성을 드러내놓는 거인이 등장한다.


얼마 전에 아이와 함께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면서 동화의 원전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판본인 페로본 그림형제본에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여기에 ‘디즈니’본이 하나 추가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원작에 손을 대서 어쩜 그리도 완벽하게 변신을 시키는지 놀라운 따름이다. (‘디즈니’본이라 했지만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전체를 두고 한 말이다. 디즈니와 드림웍스를 굳이 구분하자면 「장화 신은 고양이」는 드림웍스 작품이다.) 그림책으로 읽어 장화 신은 고양이를 이미 알고 있었던 아이가 영화를 보던 중간에 ‘잭과 콩나무’ ‘험티 덤티’가 마구 섞였다고 얘기를 했다. 거기에 ‘장화 신은 고양이’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 하면 바로 연상되는 ‘조로’까지 뒤섞어 놓은 것까지는 아이는 몰랐을 테지..^^ 거인과의 한판을 제외하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얘기가 현란한 로드 액션 활극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 모든 현란함은 「장화 신은 고양이」「잭과 콩나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원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이렇게 동화의 뒷얘기들을 찾아다니고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다리를 놓아보는 것이 내가 그림책과 동화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이런 얘기들은 몰라도 이 그림책을 읽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니 그냥 책을 즐기면 된다. 익숙한 이야기에다 칼데콧 아너상까지 받은 그림이 아닌가..그저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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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2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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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4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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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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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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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1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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