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녀석 맛있겠다 - 별하나 그림책 4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1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백승인 옮김 / 달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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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은 그림책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그림책을 만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재미나 감동 어느 한쪽이라도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다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가 나오는 것보다는 어느 한쪽이라도 확실하게 방향을 잡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 『고 녀석 맛있겠다』처럼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그림책은 확실하게 눈도장 찍어두고 작가의 다른 책들까지 두루 섭렵하곤 한다. 2004년에 출간된 『고 녀석 맛있겠다』에 이어서 지난달에 나머지 시리즈들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물론 7월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고 녀석 맛있겠다』에 힘입어 다른 시리즈들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 『넌 정말 멋져』가 시리즈의 나머지 작품들이다. 미야니시 타츠야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고 녀석 맛있겠다’시리즈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는 ‘늑대&돼지’가 등장인물인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가 시작이었다. 늑대&돼지 이야기는 『우와! 신기한 사탕이다(2009년 12월)』, 『찬성!(2011년 2월)』까지 이어진다. 미야니시 타츠야의 작품은 독특한 일러스트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굵은 테두선 안에 마치 초등학생이 그려놓은 것 같은 단순화한 그림에는 유머가 넘친다. 늑대, 돼지, 공룡, 숲속, 나무, 별빛 가득한 밤하늘 등의 그림 하나하나에는 미야니시 타츠야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독특한 표정이 있다. 그림에 녹아든 유머는 글에까지 번져서 그림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깔깔대게 된다. 이 정도에서 멈추면 이렇게 사설을 길게 늘어놓을 정도로 길어진 칭찬이 민망하다. 웃으면서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게 하는 감동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고 녀석 맛있겠다』의 ‘맛있겠다’는 안킬로사우르스라는 아기공룡의 이름이다. 알에서 갓 깨어난 아기공룡 안킬로사우르스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티라노사우르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고 녀석 맛있겠다’라는 말이 그대로 아기공룡의 이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엉겁결에 초식공룡의 아빠가 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르스는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좀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마법주문과 같은 말, “아빠처럼 되고 싶어요.”에 감동한다. 아기공룡을 잡아먹으려는 다른 육식공룡과 싸움을 하고, 초식공룡처럼 풀을 뜯어먹고 아기공룡이 따온 빨간 열매를 먹기도 한다. 박치기나 꼬리치기, 울부짖는 법처럼 험난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들을 아기공룡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하지만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와 초식공룡인 안킬로사우르스의 위험한 동거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티라노사우르스는 아기공룡을 동족의 공룡들에게 돌려보내며 쓸쓸하게 돌아선다. 아기공룡과 티라노사우르스의 어처구니없는 첫 대면에서 웃음이 터지고 본능까지 넘어선 아비의 사랑에 코끝이 찡해진다.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가 보여주는 재미와 감동은 이제 그림책에서 서서히 멀어져가는 우리 아이를 잡아 앉힌다. 신간목록들을 보다가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가 새로 나왔네” 하면서 아이에게 한마디 했다가 몇 년 전에 읽었던 『고 녀석 맛있겠다』를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 나머지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이의 등쌀에 못 이겨 아직 우리집으로 들이지 못한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와 ‘늑대&돼지’ 시리즈들을 서둘러 불러들이고 있다. 이렇게 망설임 없이 뒤탈 걱정 없이 후련하게 그림책 추천하기도 오랜만인 것 같다.^^ 『고 녀석 맛있겠다』재미있다. 감동도 있다. 아직 만나보지 않은 어린이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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