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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 29일 ㅣ 미래그림책 27
데이비드 위스너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집 뒷마당으로 하늘에서 집채만한 브로콜리가 떨어진다면, 도시의 하늘을 거대한 양배추와 시금치와 상추가 덮어버린다면, 배 한척 크기보다도 더 큰 완두콩들이 강물 위를 떠다닌다면... 아마도 지구방위대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긴급 소집될 것이다. 아무리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간다지만 아마도 지구 전체에 위험이 닥친다면 빛의 속도로 의견을 모아서 힘을 합쳐나갈 지구방위대라는 조직이 분명히 있을 거라 믿고 있는 나는 아무래도 공상과학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일까?^^ 아무튼 각설하고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도 <1999년 6월 29일>의 지구인들 반응이 의외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떠들썩하게 다루긴 하지만 큰일 났다는 분위기보다는 특별한 이벤트나 축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거대 감자로 대통령 얼굴을 조각하며 큰바위 얼굴 흉내도 내보고, 거대 호박으로 주택단지를 조성하기도 하고, 자신의 밭에 떨어진 양배추를 본 농부는 채소 왕 선발대회의 일등을 미리 자축한다. 유일하게 이 사태를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는 꼬마 과학자 홀리 에반스만 빼고 말이다.
홀리는 한달여 전에 하늘 높은 곳에서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고 싶어서 하늘로 채소 씨앗을 심은 화분을 날려 보내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6월 29일의 거대채소소동이 그 실험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자신이 하늘로 올려 보내지 않은 채소가 떨어진 것을 보고 자신의 실험으로 발생한 소동이 아님을 알았다. 홀리의 호기심은 하늘로 향해 있고 그 해답은 지구 대기 이온층을 비행하고 있던 외계인 우주선 당도리호가 열쇠를 쥐고 있다. 우주선 부엌에서 일하는 보조요리사의 실수로 채소들이 우주선 밖으로 날려 버린 것이다. 작고 파란 행성으로 떠가는 채소들을 보며 저녁거리 걱정을 하는데 뭔가가 우주선에 근처로 둥둥 떠온다.
굳이 나의 찬사를 보태지 않더라도 이미 위대한 작가, 내가 기회만 있으면 위대한 그림책 작가라 추켜세우는 데이빗 위즈너가 1992년에 쓴 작품이다. <1999년 6월 29일>은 데이빗 위즈너의 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 세 편 정도를 꼽으라고 하면 그 안에 꼭 포함시키는 책이다. 글보다는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데이빗 위즈너의 작품들 중에서 이 그림책은 글이 꽤 비중 있는 그림책이다. 지구 종말이라도 올 것처럼 지구 전체가 밀레니엄으로 호들갑 떨던 1999년. 2011년을 살고 있는 우리 지구인들이 지나온 과거 어느 떠들썩했던 해의 6월 29일은 데이빗 위즈너로 인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았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것을 기다리는 분위기란 것이 하늘에서 거대채소들이 쏟아져 내리는 충격과 놀라움에 견줄만하긴 했었다. 물론 작가의 의도는 알 길이 없고 혼자만의 생각이다.^^
기발한 상상력이 창조해내는 환상의 세계가 바로 데이빗 위즈너의 그림 세계다. 데이빗 위즈너를 설명할 더 이상의 말은 없다. 유년기에 데이빗 위즈너를 만났다면 행복한 아이다. 만약 유년기에 데이빗 위즈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꼭 기억해뒀다가 훗날 내 아이에게는 데이빗 위즈너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도록 하라. 하나의 채소 씨앗이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생생한 상상력의 세상이 아이의 마음속에서 싹을 틔워 어느 곳까지 뻗어나갈 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