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우리 얼 그림책 1
박윤규 글, 한병호 그림, 진용선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공교롭게도 오늘은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를 되찾은 지 66년 되는 광복절이다. 우리 집 일곱 살 녀석이 요즘 푹 빠져서 읽고 있는 인물전에 등장하는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선생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이 그토록 바라던 조국의 해방을 맞이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 분들은 나라의 독립의 순간을 못 보고 눈을 감았다는 것을 아이는 온 마음으로 안타까워한다. 그림책 『아리랑』의 원작 영화 ‘아리랑’을 만든 나운규 또한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하고 서른여섯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독립투사가 되어 총칼을 품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만이 나라를 위하는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암울했던 시절, 나운규의 ‘아리랑’은 나라 잃은 서러움에 가슴 깊이 우러나는 울음으로 공감했고 항일정신을 다지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영화 ‘아리랑’의 기저에 흐르는 우리의 구전민요 ‘아리랑’의 서글픈 가락과 어우러져 우리 민족의 가슴 속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암울했던 시대의 아픔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이 시대를 넘어 전해온다.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을 어린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해서 만든 그림책이 푸른숲주니어에서 출간됐다. ‘우리얼 그림책’이라는 테마로 기획한 시리즈의 그 첫 번째 그림책이라 작품선정에 꽤 신중을 기했으리라 짐작된다. 변사의 해설을 곁들여 들었던 무성영화 ‘아리랑’을 박윤규 작가가 글을 쓰고 우리에게 토속적인 도깨비 그림으로 유명한 한병호 그림작가가 호흡을 맞춰 탄생한 그림책 『아리랑』이다. 일본군에 끌려가 끔찍한 고문을 당해 정신이 나간 영진과 그의 여동생 영희, 영진의 친구 영구, 일본의 앞잡이 기호가 중심인물들이다. 영진의 학비와 약값으로 빌린 돈 대신에 영진의 동생 영희를 탐내는 기호는 영희를 덮치려 하고 영희를 구하려던 현구마저 험한 꼴을 당하는 순간 정신이 돌아온 영진이 기호를 때려눕힌다. 제 정신이 돌아온 영진은 기호를 죽인 살인자가 되어 일본 경찰에 잡혀서 끌려가게 되고 그 뒤를 아버지와 영희와 현구와 마을 사람들이 노래 아리랑을 구슬프게 부르며 뒤따른다.

영진이 기쁠 때나 슬플 때 부르던 노래, 꼭 돌아오마 약속하며 불러주기를 바랐던 노래 <아리랑>은 시대를 돌아 세대로 전해지며 말 그대로 우리 혈관 속을 타고 흐르는 노래가 아닐까. 설움과 한과 슬픔과 더불어 기쁨과 희망 또한 담아내는 희한하고 야릇한 노래가 <아리랑>이 아닐까.

그림책 『아리랑』도 변사의 구성진 해설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책과 함께 들어있는 구연동화와 대표적인 4개의 아리랑 노래는 특별한 선물이다. 정선 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은 이제 뒤죽박죽 섞이지 않고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반갑다. 훌륭한 기획 의도로 정성스레 만들어진 좋은 책이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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