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정글북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2
바주 샴 글.그림, 조현진 옮김 / 리잼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달에 읽은 <야쿠바와 사자>이후로 독특한 작품들을 기웃거리다 찾게 된 몇몇 작품들이 있다. 세계 젊은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중 한 권이 <런던 정글북>이다. 인도 빈민가 출신의 예술가 바주 샴이라는 생소한 작가 이름과 벽화 그림을 연상시키는 그림들에 끌려 집어든 책이었다. 인도의 곤드족 출신인 작가가 런던 레스토랑의 벽화 작업의 의뢰를 받고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두 달 정도 체류하면서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런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정든 땅과 가족들과 친숙한 음식들 동물들을 떠나는 불안한 마음은 생각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으로 표현했고, 처음 타본 비행기와 공항의 모습은 사람들을 삼켜버리는 커다란 독수리의 모습을 한 비행기를 커다란 스탬프 안에 그려 넣고 사람들은 나란히 기어가는 개미들로 그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런던의 우중충하고 비와 안개가 많은 날씨를 곤드족의 무늬로 보여줬고, 지상만큼이나 분주한 런던의 지하세계를 커다란 뱀으로, 밤이면 집 밖으로 나와 레스토랑에 모여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런던 사람들은 야행성 박쥐로, 인도 곤드족 여인들에 비해 다양하고 많은 일들을 소화해 내고 있는 런던의 여인들은 네 개의 팔을 가진 인도의 여신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런던의 멋진 시계탑 빅벤은 곤드족의 시간의 상징인 수탉과 그럴듯하게 결합했고, 번호만 잊지 않는다면 언제나 편안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는 런던 이층버스는 믿음직스럽고 편한 강아지로 변신했다.

그밖에도 낯선 땅 레스토랑에서 음식 주문하기의 애로사항을 표현한 그림에서는 메뉴판의 번호를 기억하려고 애썼다는 마음에 깊은 공감을, 그리고 길에서 자유롭게 애정 표현하는 남녀의 모습과 곤드족에게는 좋은 식사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인 트림이 런던 사람들에게는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할 행동이라는 것이라고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낯선 땅에서의 여행자, 이방인으로서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동물의 박제된 모습을 통해서도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끌어내는 모습은 예술가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두 달 동안의 런던 체류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온 바주 샴은 마을의 시인이 되었다 한다. 곤드족 마을에서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나 시인들만 사람들 가운데 앉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바주 샴의 입을 통해 듣는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한 상상의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런던정글북>이라는 제목 때문이겠지...늑대에 의해 키워진 모글리가 인간 세상에서 돌아와 그동안 겪은 이야기를 정글의 동물들에게 들려주는 모습과 런던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바주 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바주 샴의 그림은 이미지와 상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하학적 도형의 무늬들과 인류와 우주와 부족의 전설과 상상 속 동물들이 간결하게 형상화 되어 있다. 바주 샴의 그림은 전통 부족들의 문양들을 차용해서 일러스트로 세련되게 형상화한 몇몇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빠져 있는 순수함과 투박함이 느껴진다. 눈이 즐거운 그림책이다. 낯선 땅 런던을 바라보는 바주 샴의 시선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열려있다. 그 따스한 시선을 그림 속에서 자주 만난다. 런던은 꽤 뿌듯한 그림책 한권을 갖게 됐다. 이방인이나 여행자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떨 지 생각해 본다. 가깝게는 타인의 시선 속의 내 모습도 생각하게 된다.              

요즘 나의 그림책읽기가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신선한 작품들을 찾게 된다. 웬만한 감동에 마음이 열리지 않으니 좀 더 자극적인 일러스트나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생소한 작가의 작품들에 자꾸 손이 간다. 물론 이런 강한 자극도 언젠가는 식상해져서 다른 맛을 찾아 나서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당분간은 기발한 이야기로 마음을 자극하거나 독특한 그림으로 신선함을 주는 그림책을 찾아다니게 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이니 나의 취향이 아이와도 맞아떨어져야 할 텐데 아직까지는 무리가 없는 듯하다. 아이는 배제되고 어른들만을 위한 그림책 또한 늘 염려하고 경계하는 부분이니 아이와 함께 끊임없이 조율하는 작업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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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5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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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4 17: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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