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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14
조시 리먼 글, 그레그 클라크 그림, 데카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2월
평점 :
1분 1초가 아쉬운 아침 시간에 느리게 밥 먹기, 양치하고 세수할 때 짜증내기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아이를 오늘은 참다못해 엉덩짝을 한 대 쳐서 유치원을 보냈다. 며칠 동안 웃음으로 받아주기도 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주의도 주고 마지막 경고도 날렸건만 오늘 아침에도 여전한 태도에 폭발하고 만 것이다. 웬만하면 아침 등원하는 길에 좋은 기분으로 보내려고 참았는데 이 녀석이 너무 눈치 없었던 거다. 지금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다보니 아이의 ‘아침 심술’은 무슨 신호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엄마 아빠의 인내심 테스트에 보기 좋게 걸려든 것일까? 자신의 아침 심술을 잠재울 협상 카드를 하루빨리 엄마가 꺼내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깔아둔 물밑작업이었을까? 물고기 키우게 해달라는 아이 말에 긍정적인 대답을 해놓고 아직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던 마음이 슬슬 움직이는 걸 느끼면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드는 것은 순전히 다 이 책 때문이다.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은 엄마 아빠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설명서다. 엄마 아빠를 적절히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발칙한 방법들을 은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먹기 싫어하는 채소를 안 먹는 방법과 마음에 드는 도시락을 갖고 가는 방법, 숙제를 떠넘기는 방법,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조르는 방법 등을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가면 뒤로 숨겨두고 있다. 고함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는 건 엄마 아빠의 지각을 막기 위한 배려와 방으로 달려오시게 함으로써 운동을 해서 건강을 지켜드리려는 마음을 담은 행동이고, 숙제를 엄마 아빠에게 미루는 것은 엄마 아빠의 두뇌 훈련을 위해서고, 첨벙거리며 목욕하는 것과 목욕이 끝난 후 물기를 닦지 않고 거실을 뛰어다니는 것은 욕실 청소와 거실 바닥청소를 도와드리려는 것이란다. 뭐 이런 아이들의 대견한 속마음을 읽게 된다면야 기꺼이 속아주고 놀아나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녹초가 돼서 침대에 쓰러진 엄마 아빠 뒤로 이 비밀 지침서를 전하는 누나와 전수 받고 있는 동생의 시선이 만난다.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방법을 전수해준다며 엄마 아빠에게 제대로 혼나는 방법을 들려줬던 누나와 내가 속을 줄 알았냐는 동생의 속마음이 마지막 웃음 펀치를 날린다. 사실 지금까지 들려준 이야기들은 '엄마 아빠에게 제대로 혼나는 방법'이었던 거다.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엄마 아빠 사용 설명서’, ‘엄마 아빠에게 제대로 혼나는 방법’,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는 방법’...여러 가지로 이름붙일 수 있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아이의 행동 뒤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과격하거나 소심하게 보내는 신호에 좀 더 마음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아침마다 짜증과 심술을 부리는 아이와 진지하게 얘기를 좀 나눠봐야겠다. 물고기를 키우게 해 준다고 하면 슬쩍 회심의 미소를 지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