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부 - 가부와 메이 이야기 여섯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7
기무라 유이치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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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치는 밤에』로 시작한 「가부와 메이 이야기」여섯 편의 이야기가 『안녕, 가부』로 끝나는 순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아이와 나는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상황이면 크게 힘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외면하는 아들의 눈은 이미 눈물이 그렁거리고 있다. 가부와 메이를 향해 추격해 오는 늑대 무리를 향해 몸을 날리는 늑대 가부의 운명을, 가부를 애타게 부르는 염소 메이의 슬픔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 『안녕, 가부』는 너무 슬퍼서 읽지 않겠다고 하니 책과 한 몸이 된 이 아이를 격려해야 할지 책을 권한 엄마는 난감할 뿐이다.  

「가부와 메이 이야기」여섯 편의 그림책은 아이들 곁에 항상 놔두고 싶은 보물 같은 책이다. 1편 『폭풍우 치는 밤에』는 어느 폭풍우 치는 밤에 세찬 비바람을 피해 들어간 작고 깜깜한 오두막 안에서 처음 만난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는 서로가 누군지도 모른 채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편 『나들이』는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암호를 정해서 만날 약속을 했던 두 친구가 드디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바위산으로 둘 만의 소풍을 떠난 이야기다. 3편 『살랑살랑 고개의 약속』에서는 폭풍우 치는 밤과 바위산에서의 소풍을 즐긴 두 친구가 처음으로 통성명을 하고 비밀 우정을 돈독히 한다. 하지만 메이의 친구 타푸의 등장으로 둘의 비밀 만남이 들킬 위기에 처한다. 4편 『염소 사냥』에서는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의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우정에 위험이 닥치기 시작한다. 가부와 메이가 만나기로 한 주룩주룩 언덕에서 가부는 늑대인 바리와 짝귀 기로가 염소 사냥 중임을 알게 된다.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염소 메이를 발견한 것이다. 가까스로 위험한 순간을 넘긴 가부와 메이의 우정이 이 둘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5편 『다북쑥 언덕의 위험』은 살랑살랑 고개에서 늑대의 염소 사냥을 메이에게 알려 위험에서 구한 사건으로 인해 가부와 메이의 우정이 늑대와 염소 무리에게 알려지게 된다. 각자의 무리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혀 메이는 다북쑥 언덕에서 가부는 덥석덥석 골짜기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감시를 받고 있다. 결국 무리들은 각자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이 둘의 우정을 이용하기로 하고 가부와 메이는 모두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만나 서로의 우정을 다시 확인하고 함께 살 수 있는 강 건너편을 향해 강으로 몸을 던진다.

마지막 이야기인 『안녕, 가부』는 제목부터가 뭔가 슬픈 결말을 드러내고 있다. 늑대와 염소 무리에 배신자로 찍혀서 쫓기게 된 가부와 메이에게 돌아갈 길은 없다. 다북쑥 언덕도 덥석덥석 골짜기도 이제 가부와 메이에게 따스한 집이 아니다. 가까스로 강 건너편에 도착한 가부와 메이는 저 멀리 보이는 푸른 산 너머를 향해 갈 뿐이다. 어떤 곳인지 들어본 적도 없는 산 너머를 향하는 길은 험난하고 높이 올라갈수록 눈보라까지 휘몰아친다. 게다가 늑대들은 배신자를 처치하기 위해 추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산에는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고 눈보라 속에서 도시락을 잃어버린 가부도 며칠째 굶어서 곧 굶어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 때, 메이는 둘 중 누군가는 살아남아야하니 자신을 잡아먹고 가부라도 살아서 산 너머로 가기를 바란다. 내 목숨을 내줄 수도 있을 만큼 좋은 친구를 만나 정말 행복했었다고...내 몫까지 살아달라고...처음 만난 오두막에서 염소인 줄 알았다면 덥석 잡아먹었을 그 상황으로 돌아가서 잡아먹으라고...처음 만난 상황을 재연하며 자신을 잡아먹기를 기다리고 있는 메이를 남겨두고 눈구덩이를 홀로 빠져나온 가부는 메이를 삼킬 생각조차 없다. 힘들어하는 메이를 위해 풀을 찾아 온 산을 헤매고 다닌다. 자신들을 여전히 추격해 오는 늑대무리를 발견한 가부는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던진다. 온 산을 집어삼킨 눈사태 소리에 정신을 차린 메이는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아침 해가 비추는 푸른 숲을 발견한다. 그리고 애타게 가부를 부르는데...

아아...목숨은 끝이 나도 우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니...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그 흔한 진실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슬프고 감동적이어도 되는 건지...도저히 우정이란 것을 논할 수 없을 것 같은 극단의 캐릭터 늑대와 염소를 등장시켜서 우정의 고귀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음을 열고 서로 친구로 받아들인 가부와 메이에게는 먹이사슬의 법칙도 세상의 편견도 협박과 회유도 이미 의미가 없는 단어들이다. 이 세상에 디디고 밟고 쓰러뜨려야 할 적만 우글거린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 아닐까. 긴장 속에서만 살아야하는 삶은 피폐해질 테고 나는 갑옷으로 무장을 해야 하고 내 집의 담장은 외부와의 차단을 위해 높아만 갈 것이다. ‘나’와 ‘나 외의 것’으로 구분지어 놓은 벽을 만나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 아이가 세상 속으로 나가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친구와의 사귐이다. 굳이 헬리콥터맘까지는 아니더라도 친구에 대해서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기준에 어른들의 편견이 지나치게 개입되어서 씁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아이를 믿고 내 아이의 판단을 존중하며 지켜보는 것 정도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가부와 메이처럼 내 목숨을 내놔도 아깝지 않을 좋은 친구를 만나 진한 우정을 맛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정은 삶을 아름답게 하는 고귀하게 대접 받아야 할 가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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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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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1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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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5: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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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1 1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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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5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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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1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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