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은 사고뭉치 동화는 내 친구 7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아주 케케묵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케케묵은 이야기라고 해서 시시하고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은 버려주길 바래요. 그림이 살짝 촌스럽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생활방식이 좀 구식이라는 것만 빼면 말이지요. ‘말괄량이 삐삐’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어린이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 ‘에밀’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963년에 태어난 이야기니까 이야기 속 말썽꾸러기 에밀이 현실 속에서 나이를 먹었다면 50이 넘은 나이의 스웨덴의 스몰란드 지방 뢰네베르그 마을의 회장님이 되어 있겠지요. 도대체 이런 사고뭉치가 커서 뭐가 될까 하며 혀를 끌끌 차는 어른들에게 린드그렌은 에밀이 어른이 되어서 이 마을의 회장님이 된다는 힌트를 살짝 전해준답니다. 그러나 에밀은 백년이 지나고 이백년이 지나도 영원한 말썽꾸러기 사고뭉치 일곱 살이에요. 영원히 늙지 않는 샘물에 빠져 사는 셈이지요.^^

 

에밀의 이야기는 린드그렌 할머니가 칭얼대는 손자를 달래주기 위해서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말썽꾸러기 에밀의 이야기에 아마도 눈을 반짝이며 빠져들었을 거예요. 어른들의 시각에는 고개가 절레절레 돌아갈 말썽으로 보이는 에밀의 행동들이 아이들에게는 아마도 신나는 모험이라 여겨졌을 거구요. 에밀의 착한 여동생 이다가 오빠의 말썽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도 나는 살짝 에밀의 편을 들어주고 싶어요. 에밀은 고집불통에다 호기심이 왕성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생각하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일없이 당장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일 뿐이라고 말이지요. 그럼 에밀의 말썽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들어보실래요? 이 이야기를 다 듣고도 혀를 끌끌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될까요?

 

<에밀은 사고뭉치> 이 책에서는 ‘에밀이 수프 단지를 뒤집어쓴 날’ 5월 22일, 에밀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날 6월 10일, 에밀이 도둑을 잡은 날 7월8일. 이렇게 3일의 이야기를 하고 있답니다. 에밀이 좋아하는 고기 수프를 너무나 열심히 먹어서 수프 단지에 머리를 처박고 핥아먹으려고 했는데 머리가 빠지지 않는 거예요. 당장 부지깽이로 단지를 깨서 에밀의 머리를 꺼내주자는 엄마와 4크로나나 하는 비싼 수프단지를 깨지 말고 병원 의사선생님 진료비 3크로나를 드리고 1크로나를 벌자는 아빠가 맞섭니다. 결국 에밀은 마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지요. 하지만 진찰실에 들어가자마자 앞이 보이지 않았던 에밀은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 수프 단지가 둘로 쪼개지고 말지요. 4크로나를 날렸다는 아빠에게 의사선생님은 원래 수프 단지에 머리가 끼인 아이의 진료비는 5크로나를 받으니 1크로나를 벌었다고 하지요. 두 동강이 난 수프 단지를 들고 나오며 1크로나를 벌었다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진 아버지는 에밀에게 5요레를 주지요. 그러나 에밀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는 아이가 아니지요. 그 동전을 삼켜버렸답니다. 다시 병원으로 가자는 엄마와 실익을 따지는 아빠, 결국 아들의 건강이 걱정되었던 부모님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지요. 이틀만 지나면 저절로 동전이 나올 거라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또다시 신난 아빠. 동전을 빨리 밀어내기 위해 빵을 먹어주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핑계로 빵집의 맛난 빵을 사먹으려는 에밀은 결국 뱃속에 들어있는 5요레를 담보로 빵을 먹게 되지요. 오늘 돈을 많이 벌었다고 생각한 아빠는 딸 이다에게 줄 사탕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와 붙이기 좋게 두 조각으로 쪼개진 수프단지를 접착제로 붙이지요. 얘기가 여기서 끝나면 아주 만족한 하루였을 텐데 에밀이 누구던가요? 마지막 말썽펀치를 날려주지요. 어떻게 머리가 수프단지 속에 들어갔는지 궁금해 하는 여동생 앞에서 몸소 시범을 보여주네요.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차를 타고 그 여정을 되풀이해야 할까요? 아니에요. 에밀의 엄마는 부지깽이를 집어 들어 수프단지를 내리쳤답니다. 아빠에게는 이틀 뒤 에밀에게서 돌려받은 5요레가 위안이 되었답니다. 6월 10일과 7월 8일의 이야기도 이런 식이랍니다. 이다를 국기 게양대에 깃발 대신 매달고 손님들에게 대접할 소시지를 다 먹어치우고 알프레드 아저씨가 만들어준 나무총으로 도둑을 잡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나머지 날들의 에밀은 얌전했냐고요? 그 질문은 사고뭉치 에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이지요.^^ 에밀의 장난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카트풀트 농장의 여러 날 줄 에밀이 한꺼번에 여러 가지 사고를 친 몇 날의 이야기랍니다. 참고로 에밀이 그런대로 얌전하게 지낸 날은 이다를 딱 한번 꼬집고 커피 크림 통을 딱 한번 뒤엎고, 고양이를 쫓아다녔을 뿐인 3월 7일뿐이었답니다.^^

나는 겁 많고 소심하고 마음이 여려서 작은 일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는 내 아들을 에밀과 섞어서 반씩 나누고 싶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내 아들 앞에서 ‘안 돼’라든가 ‘하지 마’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마다 그냥 꿀꺽 삼켜버리려고 합니다. 말썽꾸러기라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의 완벽 롤모델이 바로 에밀 아니겠어요? 호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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