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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토끼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8
한호진 지음 / 한솔수북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라는 이야기를 과학책에서 읽고 난 다음부터 꼬마 지구지킴이가 된 아이는 두 정류장 정도 거리의 도서관은 걸어 다녀야 한다고 해서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버스를 절대 못 타게 하고, 방마다 돌아다니며 전기 스위치를 끄고, 우리 집 방귀대장 아빠는 지구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가끔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 그런 꼬마 지구지킴이에게 그동안 잠시 잊고 있던 고민거리를 툭 건드려주는 <청소부 토끼>. 지구가 오염돼서 오늘도 하나 둘 지구를 떠나는 토끼들이 있다니 어찌하면 좋을까. 게다가 달빛마을의 소문난 청소부 토끼가 달로 떠나서인지 지구는 점점 더 지저분해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달빛마을의 토끼들이 처음부터 지구를 떠날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환하게 비춰주는 달빛을 받으며 튼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물론 청소부 토끼도 마을 구석구석을 기분 좋게 깨끗이 청소했고 당근 밭의 당근도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의 달이 더러워 보이고 달빛 또한 어두워진 것이다. 달빛이 어두워지자 달빛마을 토끼들도 시름시름 앓았고 당근들도 시들시들 말라갔다. 촌장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모여서 대책회의를 한 결과 달빛 마을 토끼 중 누군가를 달에 보내 달을 깨끗하게 청소해서 예전처럼 환한 달빛을 되찾자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지원자는 청소부 토끼였다. 지원자도 결정이 됐으니 이제 달에 갈 방법을 찾는 일만 남았다. 과학자 토끼들의 묘안이 여럿 나왔다. 지렛대를 이용해서 달을 향해 쏘아 올려도 보고, 달을 향한 기다란 사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새털처럼 가벼운 날개를 만들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청소부 토끼는 마을과 더 먼 곳으로 떨어져 마을로 돌아오는 시간은 길어지기만 했고 청소부 토끼의 앞니는 하나씩 더 부러지면서 그 몰골에서 고생의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청소부 토끼, 커다란 기구에 올라타고 달을 향해 날아간 청소부 토끼는 한 해가 다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마을과 너무 먼 곳에 떨어져서 아직도 마을로 돌아오는 여정 중에 있는 것일까? 결과를 알 수 없었던 그때 달에서 청소부 토끼가 보낸 편지가 촌장할아버지한테 도착한다. 달빛마을에서 바라본 달빛이 어두워보였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지구가 더러워서였다고, 달은 아주 깨끗한 상태고 달에서 바라본 지구가 아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지구의 토끼들은 그날부터 하나 둘 지구를 떠나고 있다는 웃고 있어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얘기가 바로 이 청소부 토끼의 얘기다.
펜으로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소리가 좋아서 펜화를 그리고 있다는 작가의 세밀하고 정성 가득한 펜화로 표현된 토끼들의 다소 과장된 듯한 표정들이 재미있다. 글로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듯이 간간이 만화 컷을 연상케 하는 연결그림들도 인상적이다. 지구환경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눠볼 수 있으니 또 고마운 책이다.
아마 지금쯤 달에서는 더러워진 지구를 청소해서 예전처럼 깨끗한 지구로 돌려놓기 위해 자원한 청소부 토끼가 지구로 돌아오는 무한시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소부 토끼야, 얼른 지구로 돌아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