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꿍 드리타 아이스토리빌 6
제니 롬바드 지음, 신정숙 옮김, 최정인 그림 / 밝은미래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때때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사람들한테 숨어 있는 것 같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친구란 성격상의 유사함이나 취향의 비슷함으로 시작해서 서로의 가슴 깊이 숨겨둔 이야기들을 공유하게 되는 계기를 통해서 깊어지는 관계라고 생각된다. 보이는 모습이 부족함이 없이 완벽한 모습일지라도 어찌 한 조각의 슬픔이나 아픔이나 고민쯤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어느 순간 그 친구의 아픔을 보면서 아물었던 내 상처의 아픔이 떠오를 때 서서히 마음을 내보이며 가까워졌던 친구가 오래도록 내게 위안이었던 기억이 있다.

드리타의 가족은 말이 이민이지 죽음의 전쟁터인 코소보를 탈출해 뉴욕에 도착하게 된 이민자 가정의 아이다. 코소보를 탈출하는 과정은 책의 말미에 맥시의 사회탐구 연구과제 발표에서 생생하게 전해진다. 일 년 전 먼저 미국으로 탈출해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떠났던 아빠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언제든 짐을 싸두고 옷을 입은 채 잠이 들었다는 드리타 가족의 생생한 이야기에서 긴박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생사를 넘나들며 코소보를 탈출한 드리타 가족은 열흘 만에 뉴욕에 있는 아빠를 만났다. 하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과 생사를 알 수 없는 코소보의 친척들의 안위와 아직도 번듯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아빠가 최선을 다해 마련했지만 어딘지 초라한 집과 탈출과정에서 겪은 공포와 긴장감으로 인해 드리타의 엄마는 병이 나서 일어나질 못하게 된다. 그런 엄마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드리타는 자신이라도 적응을 잘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힘을 낸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친구들은 드리타에게 냉담하고 드리타는 그런 친구들의 태도에 상처받는다.

맥시는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은 아이지만 맥시에게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다. 맥시는 3년 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다. 하지만 학교 친구들 중 누구에게도 엄마가 돌아가신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 아직 마음으로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 아빠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할머니와 아빠는 이제 그만 엄마를 보내주라고 하지만 그냥 모두가 미울 뿐이다. 그런 마음의 상처를 가끔 학교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들로 풀어내고 있던 맥시였다. 그런 맥시에게 맥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선생님은 사회 과학 연구 과제로 최근에 전학 온 드리타를 주제로 삼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드리타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맥시를 소개해줘서 드리타의 학교 적응도 돕고 새로운 친구 드리타를 통해 맥시도 어린 마음 안에 묵직하게 간직하던 아픔을 덜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배려였을 것이다.      

‘쇼체 테 누쉬테’는 알바니아 어로 가장 친한 친구라는 뜻이다. 낯선 미국 땅에 와서 드리타가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것은 바로 마음을 나눌 친구 ‘쇼체 테 누쉬테’였다. 농구장에서의 사건을 계기로 가까워진 맥시와 드디어 친구가 된 것이다. 서로의 집을 방문하면서 드리타의 아픈 엄마는 맥시의 할머니의 도움으로 차츰 기력을 회복해가고 맥시는 드리타 앞에서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게 되고 아빠의 여자 친구와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죽음에서 탈출해 낯선 환경에 떨어진 아이와 엄마를 잃은 상심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몰랐던 아이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우정이야기...

적어도 자라는 아이들만이라도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히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그 국적이나 피부색이나 겉모습의 초라함이나 화려함처럼 눈에 보이는 차이를 차별의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단일민족이라는 자긍심은 단결로 그 힘을 무한대로 발휘하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만큼 무자비하게 배타적인 칼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도 외국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친구가 있고 우리 가족과 가까이 교류하는 가정 또한 외국인 엄마를 둔 가정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다문화가정’이라 부른다. 그냥 이웃이라 부르면 될 것을 따로 떼어내 ‘다문화가정’이라는 또 다른 범주 안에 넣어 부르기가 사실 주저된다. 무슨 이름으로 불리든 간에 노동자로 결혼 이민자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제 2의 나라에서 새롭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아이들이 적어도 그 겉모습으로 차별 받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바람도 말만 번지르르한 공염불로 날려버리지 않도록 ‘내 짝꿍 드리타’와 같은 책으로 지속적인 자극을 줘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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