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과 호밀빵 키다리 그림책 14
파멜라 엘렌 글.그림, 천미나 옮김 / 키다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무시로 때때로 변하는 아이의 장래희망이 어느 날엔가 ‘대통령’으로 튀어나왔을 때 여느 때와는 다르게 반갑게 반기질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었다. 무소불위의 권위라지만 나라를 통틀어 단 하나뿐인 이 자리가 어찌 고독하지 않겠는가. 막중한 역사적 책임감을 쇳덩어리를 매단 족쇄마냥 차고 살아야 하는 그 자리를 이 엄마는 선뜻 권할 수가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인 임금님은 온 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 높다란 언덕 꼭대기의 커다란 성에 산다. 마구간지기 꼬마와 친구하며 트렘폴린 위에서 방방 뛰고 신나게 말타기를 즐기는 임금님은 세상에서 먹는 게 제일 좋다. 임금님 하나를 위해 수많은 요리사들이 매일매일 화려하고 근사한 요리를 준비한다. 그렇게 마련된 음식들을 임금님은 남김없이 몽땅 먹어치운다. 그러면서 점차 날렵하던 임금님의 몸은 기름진 음식들로 인해 점점 무거워지고 신나던 놀이도 말타기도 하지 못했다. 마구간지기 꼬마 친구와 신나는 놀이를 할 때의 행복했던 그 미소도 사라진지 오래고 임금님은 무얼 해도 더 이상 신나지 않았다. 행복한 미소가 사라진 얼굴은 푸르딩딩하고 불만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요리사들을 탓하며 성 안의 요리사들을 죄다 해고 시켜버린 임금님은 성 안을 돌아다니며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지만 맛난 요리를 두고 투덜거리며 화를 냈다는 소문을 들은 신하들은 임금님을 피하게 된다. 결국 나무 밑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임금님 앞에 마구간지기 꼬마가 나타나 자신의 점심도시락으로 싸온 벌꿀을 바른 호밀빵을 내밀고 임금님은 평생 먹어본 적이 없는 호밀빵을 세상의 어떤 음식보다 맛있게 먹게 된다. 자기 때문에 점심을 굶게 된 꼬마친구에게 미안해하면서 말이다. 그 뒷얘기는 다시 방방 뛰고 다그닥다그닥 달리며 행복해진 날렵한 임금님 얘기를 전하며 해피엔딩~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지 않아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와 닿는 편안한 그림책이다.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음식들이 점점 식탐을 불러오는 것처럼, 99개 가진 자가 1개 가진 자의 것을 탐하는 것처럼 욕심은 끝도 없다. 그 욕심의 끝에서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은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99개 가진 자와 1개를 가진 자의 행복 저울의 기울기가 99개 가진 자 쪽으로 기운다는 장담은 아무도 못할 것이다. 식탐이 심해질수록 몸의 리듬은 깨지고 즐겨먹던 음식들에 대한 즐거움도 사라지는 것처럼 과욕은 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처럼 허전한 뒷맛만 남기는 법이다. 행복에 대한 해답은 자기만족에서 찾을 수 있을진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제쳐두고 내 손 안에 쥐어져 있지 않는 것들을 잡기에 급급한 어리석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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