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반가움으로 출발해 본다. 군 복무 마친 애인 만나는 게 이보다 반가울까... 한다면 살짝 지나칠까?^^ 6년...백희나 씨의 첫 창작그림책 <구름빵> 이후로 너무 오랜 기다림이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책장에 이 책 꽂혀있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로 아직까지도 초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 처녀작의 대단한 성공이 작가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좀처럼 새 책 소식을 알려주지 않더니만 6년 만에 <달 샤베트>로 다시 찾아왔다.

스토리보울? 출판사가 생소해서 찾아보니 백희나씨가 이번에 독립출판을 한 모양이다. 홈페이지까지 찾아가 몇몇의 글들을 살펴보니 깊은 속내를 보이지는 않아도 그동안 출판사와의 작업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비롯해서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씨의 차기작이라면 어느 출판사와 계약을 했든 그 출판사의 대표 베스트셀러 자리를 보장해 줄 텐데 살짝 배 아파할 분들이 있을 듯하다. 이렇게 비교적 흠잡을 데 없는 차기작이고 보면 더욱 그럴 것 같다.^^

<달 샤베트>, 우선 판형(21×21)은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작인 ‘구름빵’ 사이즈(21×28)정도였다면 훨씬 안정감 있었을 텐데 생각보다 작은 판형의 책을 받고 보니 아쉬운 마음이다. 특히 <달 샤베트>의 배경이 되고 있는 아파트의 외관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수작업으로 공들여 정성스레 만든 아파트를 훨씬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느 작가든 자신의 작품에 온 정성을 쏟기 마련이지만 백희나씨의 작품의 특성상 영화나 연극의 세트처럼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지 짐작만으로 알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작은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듯 작고 답답한 사이즈가 아쉬웠다. 베란다 창을 통해 남의 집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그 집의 소파며 주방이며 커튼이며 벽지그림까지 비교 분석해보는 쏠쏠한 재미를 아는 여자의 마음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과정에서 작은 판형이 살짝 아쉬웠다는 얘기다.^^ 

내가 작가였다면, 이렇게 아파트를 이야기의 중심 배경으로 다루고자 한다면 시치미 뚝 떼고 12가구 중 한군데 정도는 작가의 집을 살짝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작가의 분위기를 풍기는 집을 찾으려고 꼼꼼히 살폈다. 마녀 위니 시리즈의 코기 폴처럼 자신이나 자신의 아이들의 모습을 그림책 속에 그려 넣고 또 마니아 들은 그것들을 찾아내는...그런 재미를 아는 작가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홈페이지를 뒤져 제작과정을 살펴보니 역시 백희나씨의 주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집이 있단다. 4층 오른쪽 집이 바로 백희나씨의 주방의 모습이란다.

비오는 날 아침, 나뭇가지에 걸린 작은 구름을 가져다 구름빵을 만들어 먹으니 몸이 가벼워져 두둥실 날아올랐다는 <구름빵>의 스토리는 국내창작품에서 보기 드문 환상적인 발상의 기발한 그림책이었다. <달 샤베트> 또한 <구름빵>의 환상적인 기발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쌩쌩 돌아가는 더운 여름날 하늘의 달이 똑똑똑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반장 할머니는 큰 고무대야에 달물을 받아 샤베트 틀에 넣어 달 샤베트를 만들고 전기사용량이 너무 많아 정전이 돼서 온통 깜깜해진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반장할머니 집에서만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모두들 할머니 집으로 모여들어 시원하고 달콤한 달 샤베트를 하나씩 나누어 먹고 시원하고 달콤한 꿈을 꾸며 잠이 든다. 그런데 달이 녹아버려 살 곳이 없어진 옥토끼들이 절구와 절굿공이를 짊어지고 할머니 집의 문을 두드리고 할머니는 기발한 생각으로 옥토끼들을 다시 달로 돌려보낸다. 샤베트를 만들고 남은 달물을 빈 화분에 부어 달맞이꽃을 피게 하고 달을 그리워하는 달맞이꽃의 사랑은 새까만 밤하늘에 달을 다시 피어나게 했다.

6년 만에 두 번째 작품을 내놓으면서 얼마나 이 작업이 하고 싶었을 것이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 녹아내리는 달을 통해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을 테고 살 곳을 잃어버린 옥토끼를 등장시켜 멸종 위기의 보호 동물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 주고 싶었을 것이다. 외부로 향하는 문을 꼭꼭 닫아두고 에어컨을 틀던 사람들이 달 샤베트를 나눠먹고 에어컨 대신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잠이 들었다는 얘기를 통해서 ‘단절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숨겨둔 숨은 이야기들을 제외하고도 녹아내리는 달로 샤베트를 만들어 먹는 이야기와 달맞이꽃으로 달을 피어나게 한다는 발상만으로도 이 책은 멋진 그림책의 위치에 올려놓을 만한 작품이다.    

<구름빵>에서 선보인 백희나씨 만의 독특한 일러스트는 <달 샤베트>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공들여 잘 만들어진 입체적인 세트에 마치 종이인형을 쓱싹쓱싹 그려서 오려낸 듯한 평면적인 등장인물들이 움직이는 느낌, 반입체 기법이라 부른다 하는데 뭐라 부르든 백희나표라 이름붙일 수 있겠다. 자신만의 독특한 일러스트를 갖고 있다면 행복한 그림 작가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이렇게 환상적인 이야기 보따리를 갖고 있는 작가라면 무엇을 두려워하랴.   

20개월도 되지 않은 아기였을 때 <구름빵>을 즐겨 듣던 우리 아이는 구름빵을 줄줄 외우고 다녀서 엄마 아빠는 아이가 천재인줄 알았다.^^ 그 아이가 여섯 살이 되어 <달 샤베트>를 만났다. 아이의 반응이 참 궁금했다. <구름빵>과 <달 샤베트>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달 샤베트>가 더 재미있단다. 그래도 구름빵의 환상적인 기발함의 충격을 먼저 꼽는 엄마와 달 샤베트의 달달함을 먼저 꼽는 아이, 1대 1로 팽팽하다. 세 번째 작품에서 다시한번 판가름 해보련다.^^
 



달샤베트 뒷얘기>>> 

아들 : 엄마, 우리도 달 샤베트 만들어 봐요.

엄마 : 그런데 어쩌지? 달물이 있어야 할텐데...엄마가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야겠네?     

아들 : 음...그러면 달맞이꽃을 따서 그 즙을 짜서 만들면 되잖아요.

엄마 : 깜..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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