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는 레몬빛
안겔라 폰 로엘 그림, 카챠 라이더 글, 이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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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귀 토끼’의 동동이처럼 세상의 편견에 맞서서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걸어 나가는 어린 양의 이야기다. ‘짧은 귀 토끼’와 ‘내 귀는 레몬 빛’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고진감래’의 동양 정서와 ‘Let it be’의 서양 정서의 차이 정도일 것이다. 편견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역경을 딛고 어려운 길을 걸어온 사람에게는 눈부신 성과물이나 상이 주어져야 한다며 짧은 귀 토끼 동동이의 성공신화까지 확대시킨 ‘짧은 귀 토끼’ 이야기에 비해서 ‘내 귀는 레몬빛’에서는 남과 다른 부분을 스스로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오히려 당당해지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사랑스럽다. 

작고 귀여운 어린 양은 다른 양과 다르게 한쪽 귀가 노란빛이다. 노란 귀는 늘 친구들의 놀림감이 된다. 레몬 귀, 치즈 귀라고 놀리는 친구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어린 양에게 할아버지 양은 별빛 귀라고 부르며 위로를 건네지만 마음의 상처가 큰 어린 양에게 할아버지의 따뜻한 위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풀밭에 가면 염소가 보드라운 풀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것도 샘터의 물을 돼지가 모두 마셔버리는 것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내도 이니 다른 양이 앉아서 쉬고 있는 것도 모든 나쁜 일이 다 노란 귀 때문이라고 여긴다. 어느 날 노란 귀를 잘라버리면 하얀 귀가 생기지 않겠냐고 절박하게 묻는 어린 양에게 할아버지 양은 좋은 수가 생각났다며 노란 귀를 하얀색 물감으로 칠해주겠다고 제안을 하신다. 물감이 눈에 들어갈까 눈을 감은 어린양은 귀가 축축해지고 무거워짐을 느낌다. 눈처럼 새하얀 귀가 됐다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그 뒤로 어린 양에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좋은 일만 생긴다. 주위에는 부드러운 풀이 잔뜩 돋아나 있고 샘터에서는 돼지가 곧장 자리를 비켜준다. 귀가 하얘지니까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아서 빗속에서도 신나게 뛰어 논다. 돼지가 웅덩이의 흙탕물을 자꾸 튀겨서 하얀 귀에 흙이 튄다고 염려하는 어린 양에게 또다시 치즈 귀라고 놀리는 돼지 말을 듣고는 비가 와서 물감이 지워졌다며 다시 칠해달라고 할아버지 양에게 달려간다. 그때 할아버지 양은 짐작대로 물만 묻혀서 하얀 물감을 칠하는 시늉만 했었다고 사실을 털어놓는다. 남들과 같은 하얀 귀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달라졌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아기 양은 이제 친구들의 놀림에도 오히려 씩씩하게 대처하게 된다. 레몬 귀나 치즈 귀 대신에 별빛 귀라고 불러달라고 요구를 하면서 말이다.

‘별빛 귀’,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세상 모든 편견에 이리 예쁜 이름을 붙여주면 최소한의 선입견 정도는 날려버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물론 그 편견을 어떤 이름으로 고쳐 부를 것이냐를 논하기보다 열린 시선으로 열린 마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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