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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개가 쫓아와요!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3
리디아 몽크스 그림, 마이런 얼버그 글, 이경혜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두려움은 진실을 왜곡해서 거대하게 부풀려 놓기도 하고 쓸데없는 공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이 공포를 느끼는 존재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정형화된 상황들뿐만 아니라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있다. 공사현장의 드릴 소리, 외마디 괴성을 질러대는 TV 속 광고, 뉴스 시간의 시보 소리...이렇게 대부분의 경우는 잘 알지 못하는 실체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공포라 할 수 있다. 대부분 교육에 의해서 인지하고 경험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것들이니 어른들에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다. 이 책은 아이들 시선으로 바라본 두려움과 공포를 기발하고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책 속의 아이는 옆집 개 컹컹이를 싫어한다. 아무 때나 아무나 보고 으르렁거리고 컹컹거리는 못된 개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우체부 아저씨도 편지 갖다 주길 무서워하고 우유 아저씨도 도망가고 신문 배달부도 신문을 휙 던져두고 도망간다. 아이는 못된 개 컹컹이를 보면 다른 길로 돌아다닌다. 이대로 당할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낡은 장대 빗자루로 대말을 만들어 일주일 내내 걷는 연습을 한다. 못된 개 컹컹아, 내가 간다! 대말을 신고 컹컹이에게 다가가니 컹컹이가 컹컹 짖으며 펄쩍 뛰어 오르지만 어림도 없는 높이다. 드디어 컹컹이를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대나무 다리 한쪽이 부러지고 만다. 컹컹이를 피해 집까지 도망온다. 다음 일주일은 커다란 우산을 펴고 컹컹이 머리 위로 날아가는 연습을 하지만 막 하늘을 날아오른 순간 바람이 딱 멈춰 버려서 또 컹컹이에게 쫓겨 온다. 이번에는 개와 앙숙인 고양이를 이용해서 컹컹이를 골탕 먹일 궁리를 한다. 하지만 처음엔 으르렁 거리고 가르랑거리던 녀석들이 고양이 미끼가 컹컹이 얼굴을 핥아주자 코를 비벼대며 친근함을 표시한다. 컹컹이가 나를 비웃듯 낄낄대면서 말이다. 고양이로도 실패한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고양이 미끼의 방법을 떠올린다. 곧장 컹컹이네 집으로 가서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니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두려움과 공포는 용감하게 맞서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못된 개 컹컹이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서 멋진 개 컹컹이와 친구가 되는 순간처럼 말이다. 늘 짖어대기만 하고 험상궂게 생긴 컹컹이는 친구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렇게 달려들고 쫓아오고 했던 거였는데 무섭다고 도망치고 복수를 다짐했으니...이제 더 이상 장대발도 커다란 우산도 필요 없다. 컹컹이와 고양이 미끼와 함께 걸으니 친구라는 존재로 인해 마음이 평화롭고 든든하다.
콜라주 기법을 나름대로 차별화된 방식으로 즐겨 사용하는 작가들이 있다. 대체적으로 그런 작품들은 콜라주가 눈에 확 들어오는데 이 책의 작가 리디아 몽크스의 콜라주는 그림과 아주 잘 어우러진다. 단순화된 그림 또한 리디아 몽크스 만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리디아 몽크스의 작품인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을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꺼내 동일 작가임을 확인할 정도로 리디아 몽크스 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작가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대부분 한솔, 헤밍웨이, 몬테소리 같은 유명 출판사의 전집에 묶여 있는 듯하다. 단행본은 이 책과 중앙출판사의 ‘개가 되고 싶어’가 전부인 듯하다. 작가의 이름 또한 리디아 몽크스, 리디아 몽스, 리디아 멍크스(‘개가 되고 싶어’는 이 이름으로 검색해야 나온다.)까지 다양하게 불린다. 아이들과 눈높이가 잘 맞는 책인지 내 아이와 조카는 리디아 몽크스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몇 작품밖에 보지 못해서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