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품을 말하기에 앞서 한동안 뜸을 들이고 앉아 있는 중이다. 지금껏 아이가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품들에 보여 왔던 무한한 애정도 이유 중 하나이고 발전의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묻어나는 안타까움 그리움들에 동감하는 마음의 깊이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에서다. <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 <작은 집 이야기>에는 그립고 아쉬운 마음을 그대로 담아냈고,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는 증기기관차 치치의 모험담을 이야기하면서 날렵한 신형 유선형 기관차를 살짝 등장시켜 조만간 사라지게 될 증기기관차의 운명을 내비치고 있다. <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의 증기 삽차 메리 앤은 가솔린 삽차, 전기 삽차, 디젤 삽차에 밀려 고철로 사라져 갈 위기에 처해있고, <작은 집 이야기>의 작은집은 산업화 도시화 되는 과정에서 점점 그 주변을 도시에 내어주며 작은집이 데이지 꽃 가득한 언덕과 달빛 아래 춤추는 사과나무들을 잃어가는 과정을 점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새 시청의 난방기구가 된다거나(‘마이크 멀리건과 증기삽차’) 시골의 모습을 간직한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간다하는(‘작은 집 이야기’) 나름대로 멋진 해결책을 제시하며 행복한 결말로 서둘러 마무리 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아려오는 이유는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달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라지만 추억과 연결고리로 얽혀있는 아련한 그리움을 건드리는 것이 바로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품인 것 같다.

<작은 집 이야기>는 1943년 칼데콧상 수상작답게 그림이 예술이다. 작은집을 중심에 두고 계절에 따른 변화, 먼 불빛에서 시작하는 도시화의 과정, 마차에서 시작된 탈것들의 변화하는 모습, 점점 거대화 하는 도시의 모습들을 순차적으로 담고 있다. 버지니아 리 버튼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인 글자 또한 그림의 일부분처럼 인식되게 하는 흐르는 듯한 글자 배열도 역시 아름답다. 데이지꽃 언덕에서의 행복한 미소가 점차 굳게 다문 입처럼 표현되는 작은 집의 표정의 변화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인데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을 위한 장치도 눈에 띈다. 시청의 새 난방기구로 자리잡는 것으로 본래의 기능을 다했던 증기삽차 메리 앤이 까메오로 출연한다. 역시 버지니아 리 버튼의 탈것 삼총사를 좋아하는 아이가 먼저 찾아내서 알려준다.

사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품들을 읽기 시작했던 이유는 아이가 탈것을 좋아해서 우연히 탈것이 주인공인 그림책을 보여줬더니 너무 좋아하기에 괜찮은 작품들을 찾던 중 귀한 보물을 발견한 거라고 할 수 있다.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케이티와 폭설>을 탈것 삼총사로 명명하고 참 질리도록 읽었다. 만화에만 집중하던 아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읽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다는 작가의 의도가 6,70년이 흘러서 지금까지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나 할까. 탈것 삼총사들에 비해 잔잔하고 메시지가 강한 <작은 집 이야기>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조심스레 권했는데 아이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다. 물론 제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좀 더 자라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어린이에게도 강추하는 책이다. 

먼 곳에서 비춰 오는 도시의 불빛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작은 집이 고층건물 숲에서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없고 달도 별도 볼 수 없게 되어서야 도시 생활을 후회하게 된다. 시골로 다시 옮겨온 이후로 작은 집은 다시는 도시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별들이 빛나고 달빛아래 사과나무가 춤추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에서 잔잔한 일상을 작은집과 함께 꿈꿔본다. 또한 시골 마을에 작은 집을 한 채 지어 손자의 손자의 손자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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