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가끔 발터 뫼르스가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말하던 ‘오름’의 경지에 이른 책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오름의 경지란 작품이 주는 감동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표현하면 맞으려나??) 그런 책들을 만나면 책이 주는 감동의 10%라도 담아낼 자신이 없어서 서평을 남기려는 시도는 애초에 접어두게 된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은 집 이야기>, 페트리샤 폴라코의 <꿀벌나무>,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그리고 지금 소개할 사라 스튜어트와 데이비드 스몰의 <도서관>이 바로 그런 책들이다. 물론 사라 스튜어트와 데이비드 스몰 부부의 다른 작품 <리디아의 정원>도 이 범주 안에 드는 책이다. <리디아의 정원>에 대한 리뷰를 올리려고 하니 <도서관>에 존경과 애정을 표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해서 늦은 밤까지 책을 읽다가 일찍 자라는 부모님 성화에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전등을 비춰서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험 전날 밤이라도 교과서가 아닌 책을 몇 장이라도 읽어야 하고 생일이나 졸업 입학 선물은 항상 책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어딜 가더라도 집 밖에 나서면 항상 가져갈 책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라면, 여닫는 문이 있는 벽만 빼고 나머지 벽면을 책으로 빼곡하게 채운 서재를 오랫동안 꿈꿔온 사람이라면, 남은 여생도 책과 벗 삼아 늙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만나면 한결같이 열광할만한 그런 책이다. 마르고 눈 나쁘고 수줍음 많고 인형놀이도 관심없고 스케이트도 즐겨 타지 않고 데이트 하는 것보다 책읽기를 더 좋아하고 마루 청소를 하면서도 책에 정신을 빼놓고 있다가 문설주를 들이받는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모습에서 열혈팬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꿈꾸기도 하면서 부러워할 것이다. 게다가 책벌레들의 특징 중 하나인 책을 자신보다 아껴서 책에 흠집이 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무덤에까지 가져갈 것처럼 책욕심을 잔뜩 부리는 자세에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일침을 가한다. 더 이상 한권의 책도 더 들어갈 수 없게 되어버린 집을 통째로 마을에 기증을 하다니 어느 경지에 이르러야 이렇게 멋진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울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책에 밑줄 긋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다.

평생을 책과 함께 한 삶...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일생은 책벌레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그려보는 미래일 것이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내 아이에게 바라는 미래일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 교육의 효과를 보고자 함도 아니고 책을 통해서 식견을 넓혀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평생 책을 가까이 하고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책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거나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에 눈살이 찌푸려진다거나 책값을 술값이나 군것질 값으로 환산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감흥이 없을 그런 책이니 그냥 조용히 지나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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