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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체리를 먹을까?
페트릭 띠아르 지음, 이선혜 옮김, 바로 그림 / 그린북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작가(페트릭 띠아르/바로), 출판사(그린북), 수상내역(앙팡태지 상)...모두 낯선 책이다.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읽기 시작해서 반전이라면 반전이고 프랑스식 유머라면 그렇게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 결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원사 쟝 아저씨는 체리나무를 정성껏 가꾼다. 아저씨의 보살핌으로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고 어느새 열매까지 맺게 된다. 바로 체리나무다. 체리가 달린 이후로 아저씨 날마다 윤나게 닦아 주고 색깔과 크기를 관찰하며 먹고 싶은 마음도 꾹 참으며 정성을 쏟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저씨의 정원에 불청객인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오고 체리를 먹으려는 까마귀들의 속셈을 알아채고 체리 방어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허수아비도 만들고, 밤새 사냥총을 들고 나무를 지키기도 하고 나무둘레에 철조망을 치기도 하고 로봇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까마귀들은 체리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떠나 버린다. 이제 안전해진 체리를 혼자 먹으려고 특별한 준비를 하는 쟝 아저씨는 과연 체리를 먹을 수 있을까?
판화 분위기가 나는 그림에 표지를 장식하는 하양 빨강 체스판 무늬와 때에 따라 크기를 달리하는 빨간 체리가 인상적이다. 동화적인 결말을 위해서라면 체리나무를 위해 정성을 쏟은 쟝 아저씨에게 당연히 체리가 돌아가거나 아저씨의 철통같은 방어막을 뚫고 까마귀들이 체리를 먹는데 성공을 하거나 해야겠지만 이 책은 마지막에 뒤통수를 한번 친다. 조르쥬가 바로 그 존재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하지는 않다. 세상사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되는 일도 있으니 적당히 좌절하라고 미리 예방백신을 놔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프랑스 영화를 보다보면 이게 뭐야?! 싶게 황당하게 끝나버리는 경험이 있을 거다. 그런 것처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유머로 즐기고 웃어넘기면 될 것 같다.
과연 누가 체리를 먹을까?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