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의 첫 심부름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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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모든 것들이 다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을 하는 순간은 이전의 엄마는 진정한 엄마가 아니었던 착각이 들 정도의 감격스러움과 무한의 책임감을 엄마 스스로에게 짐 지우는 순간이기도 하다. 세상을 향해 나 홀로 첫 발을 떼는 순간, 엄마 젖으로부터 독립하는 순간,...두려움과 불안의 공포를 잘 이겨낸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들이지만 아이의 미래는 내딛는 한발 한발이 모두 이런 역사적인 순간들의  기록이다. 이 책에서는 엄마 없이 혼자 외출해 본 적이 없는 아이의 첫 심부름이라는 엄마와 아이에게는 역사적인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의 이슬이는 다섯 살. 공교롭게도 우리 아이와 같은 나이다. 엄마와 떨어져 혼자 외출해 본 적이 없는 이슬이는 바쁜 엄마의 심부름으로 우유를 사러 나서는 길이다. 엄마와 함께 많이 오가던 길이지만 혼자 나서는 길은 두려움 그 자체다. 지나가는 자전거와 차들은 그 몇 배의 속도감으로 다가오고, 씩씩하게 잘 걷던 길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되고, 마침 가게를 비운 아주머니를 부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심부름을 나서면서 엄마와 약속한 ‘차 조심하기’ ‘거스름돈 잊지 않기’도 지키기 쉽지 않다는 것을 거스름돈 챙겨서 달려오시는 가게 아주머니를 보면서 느꼈을 것이다. 가게 아주머니 말씀대로 거스름돈 손에 꼭 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아이 혼자 심부름 보내놓고 마음이 안 놓였을 엄마는 동생과 함께 마중 나와 계신다. 언덕 길 위에서 엄마를 발견한 순간부터 이슬이의 심부름 길은 편안함과 뿌듯함이 함께 했을 것이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은 아직 엄마와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와 사실은 아이보다 아이를 떼놓기 더 두려워하는 나에게 마음의 예방주사를 맞은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지금은 기억조차 없지만 어설펐을 모든 처음의 순간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니는 집 주변의 길도 아이에게는 도처에 위험과 두려움이 그 모습을 숨기고 있는 지뢰밭 같을 것이다. 앞으로 있을 그 처음, 두 번째, 세 번째....자신감이 두려움을 조금씩 몰아내서 세상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 나가기까지 수없는 ‘집 나서기’의 과정에 무사와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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