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룬파 유치원 내 친구는 그림책
니시우치 미나미 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 한림출판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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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의 개념보다는 은둔생활을 하는 외톨이에 가까운 코끼리 구룬파. 지저분함과 지독한 냄새와 함께하는 긴 외톨이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생각만 있지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며 지낸다.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는 구룬파에게 일을 할 수 있게 정글 밖으로 내보내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말끔하게 달라진 구룬파는 용기와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걸어가게 된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세상...정형화되고 규격화된 세상에는 구룬파의 개성은 매번 퇴짜를 맞는다. 비스킷 가게의 비-아저씨네에서는 너무 큰 비스킷 때문에 접시 가게의 저-아저씨네에서는 연못처럼 커다란 접시 때문에 피아노 공장의 피-아저씨네에서는 너무나 큰 피아노 때문에 쫓겨나고 만다.

모자라거나 넘치는 사람들을 제대로 품을 수 없다는 씁쓸함은 있지만 구룬파가 아직은 서툴고 미숙해서 사회생활 적응에 실패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의 능력이 적절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을 아직 찾지 못해서 일어난 시행착오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구룬파는 약간의 의기소침함은 있지만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번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그런 도전들이 결국에는 구룬파에게 행복을 물어다 주는 제비가 되는 것이다. 너무 커서 아무도 사가지 않았던 비스킷은 많은 아이들이 나눠 먹어도 줄지 않는 간식이 되고, 지나치게 컸던 접시는 아이들의 수영장으로 변신하고, 큰 구두는 아이들의 숨바꼭질 놀이터가 됐다. 구룬파에게 실패의 결과물이 될 뻔한 것들이 그 자리를 제대로 찾아가서 당당하게 제 몫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구룬파에게도 자신만의 색깔을 예쁘게 빛낼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외톨이에서 탈출하고 세상 속으로 뿌리를 내리게 되는 순간이다.

 

구룬파가 실패를 거듭했던 곳에서 나란히 줄 세워놓은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생산품들과 사람들을 보면서 평준화를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몰개성화 되어가는 우리네 모습을 아프게 바라보게 된다. 너무 넘치는 사람은 받쳐줄 힘이 부족하고 모자라는 사람은 끌어안고 함께 갈 힘이 부족해서 낙오자로 낙인찍어 일찌감치 버려둔다. 함께 사는 세상...주위를 돌아보고 눈이 가닿는 곳에 마음까지 함께 실어 보내서 외톨이 구룬파의 친구들처럼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마음들로 따스해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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