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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작아졌어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3
정성훈 지음 / 한솔수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화려한 일러스트의 외국 그림책들을 보면 밋밋하고 잔잔한 느낌을 주는 국내의 그림책들이 좀 심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전래동화나 혹은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내용면에서도 아쉬울 때가 많지만 그림 또한 수묵화나 수채화 느낌의 친근한 그림들이 대부분이라서 특색이 없었다고나 할까? 물론 요즘에 나오는 책들에서는 여러 가지 신선한 시도들도 눈에 띄고 앞으로 더 많은 시도들이 좋은 그림책들도 나오리라 믿음도 가져본다. <사자가 작아졌어>를 받아본 순간 색채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풀숲의 풍경이나 화려하게 변신한 가젤의 뿔을 비롯한 전체적인 색채들이 색동저고리나 단청무늬를 연상케 하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군데군데 콜라주 기법도 선보이고, 만화처럼 화면분할을 시도해서 그림으로 생동감있는 이야기를 대신하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낮잠 자고 있는 사이 갑자기 작아진 사자는 평소처럼 개울을 건너려다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가젤에 의해서 가까스로 구출되지만 어제 사자가 점심으로 잡아먹은 가젤은 바로 사자의 목숨을 구해준 가젤의 엄마였으니 사자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시 물에 빠뜨려버려야겠다고 엄포를 놓는 가젤 앞에서 쩔쩔매며 마음을 달래주려 갖은 애를 쓰지만 가젤은 좀처럼 화를 풀지 않고 더욱 슬퍼하며 힘들어만 한다. 결국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에 급급해서 위기만 모면하려고 했던 잘못을 깨달은 사자는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가젤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러는 사이 사자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가젤과 사자 사이엔 먹고 먹히는 거리가 다시 생겨난다.
<사자가 작어졌어>의 주된 메시지는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 화해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끌어낸다. 낮잠을 자는 사이 작아진 사자는 크기만 작아진 것이 아니라 사나운 분위기도 사라진 앙증맞고 귀여운 느낌이 든다. 그런 사자가 포크와 나이트 옆의 접시 위에 올려져서 “그럼...나를 먹어” 할때는 전날 가젤의 엄마를 잡아먹은 사자는 가련한 피해자로 보여진다.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잡아먹냐는 아이 반응이다. 우리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얌전하게 듣기만 하던 나이가 지나서인지 요즘엔 책을 읽는 사이사이 끼어들어서 훈수를 많이 두는 편이다. 평소에 재잘거리며 끼어들기 좋아하는 아이가 웬일로 이 책을 읽어주는데 조용하다. 이상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엄마를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단다. 입을 삐쭉거리며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한다. 또 한가지! 하루종일 무수히 저지르는 작은 잘못들에도 미안하다며 일일이 사과를 하고 다닌다. 단기간에 나타나는 책의 효과겠지.^^
정성훈 작가의 전작인 <토끼가 커졌어>도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