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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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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었다.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나는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주변에 누군가가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나에게 과연 도움을 요청할까 등의 생각이 들었었다. 그 생각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였다. 나였다면 마지막 끈을 놓기 직전에 누군가를 찾진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내가 자살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이해한다면 그 끈을 놓기전에 조금이라도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읽을수록 흥미로운 부분도 많았지만, 그만큼 마음이 무겁고 책을 읽기가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정신건강사회복지사가 목표인 나로서는 중요한 메세지를 담은 책이기에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자살에 관해 알게 될수록 우리가 얼마나 자살에 대해 모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살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자살에 관한 고정 관념이 심한게 아닐까. 얕게 알고 있을수록 편견과 편협한 시각으로 자살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니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자살에 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다시 함께 살아가자고 손 내미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나 또한 내 주변 이들에게 먼저 손내밀 줄 아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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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 사소한 일에도 흔들리고 부서지는 당신에게 필요한 마음의 기술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전경아 옮김 / 갤리온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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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딱 내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멘탈. 아마 나는 유리 멘탈이 아닌 웨하스 멘탈일 것이다. 건들이면 바스라지는 멘탈의 소유자가 바로 나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참 싫어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눈치 보며, 스트레스를 남들보다 많이 받는 내 성격은 스스로를 괴롭히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좋은 점을 찾으려 노력했었다. 감정의 폭이 넓기에 타인에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점과 자주 부서지는 멘탈 이기 때문에 나는 남들보다 견디고 이겨내야 할 날들이 많았지만, 버티고 하나씩 이겨내다 보면 어느새 한층 성장한 내가 있었다. 조금은 나를 돌보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 에도 나는 감성적인 내가 여전히 좋지만은 않다. 덜 스트레스 받고 나의 마음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20살이 되고 나서 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내가 생각보다 남들 시선을 신경 쓰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나의 외적인 요소부터 성격적인 부분까지 타인이 보기에 이쁘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의 부족한 점만 바라보며 자책했었고,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결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남을 신경 쓰지만, 그냥 그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여기며 나의 가치는 누구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다니는 것 같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나는 나로서 충분히 빛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진짜 내가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언제이냐면, 완벽할 수 없으면서 완벽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인 것 같다. 그만큼 노력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나는 게으르다. 그러니 어이없으면서도 스스로 얼마나 바보 같다고 느끼겠는가. 좋은 사람, 착한 성격,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끊임없이 나아가지만, 자신을 돌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사랑을 주는 법도 알며, 타인이 주는 사랑을 온전히 받을 줄 아는 사람, 나에게도 배울 점이 있으며 타인에게 배울 점은 배우고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는 사람, 나의 단점은 고쳐나가되 장점은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사람, 거기다 외모는 이쁜 사람. 등등 앞에 나열한 것들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들이다. 쓰다 보니 나는 참 스스로 숨 막히게 만드는 것 같다. 현재는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모든 것을 이룰 순 없어도 비슷한 사람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건 모두에게는 아니어도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나처럼 쓸데없는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당신을 사랑해주고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은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살아오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뭐냐면, “너는 살 빼면 분명 이쁠 텐데 왜 안 빼?”와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살 빼면 100% 이뻐” 였다. 처음 들었을 때는 칭찬으로 들었지만, 매번 듣다 보니 지금의 나는 이쁘지 않다는 건가? , 내가 살 뺀다고 이뻐질까? 라는 생각으로 상처만 쌓여 갔었다. 그들이 칭찬으로 내뱉은 말들이 나에겐 상처가 되고, 급기야 먹고 토하는 증상까지 생겼었다. 살에 대한 집착이 나를 갉아먹고 괴롭히고 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지만 무례한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 나는 이대로도 좋고, 지금도 이쁜 존재니까 칭찬하는 척하며 나를 판단하고, 무례하게 굴지 마세요”라고 말이다. 앞으로도 나는 지금도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새기며 살고 싶다. 타인에 무례한 말에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길 바란다.

내가 한창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운동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얘기했었다, 나는 그 말에 반감이 심했고,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나도 누구보다 잘 아는 부분이었고, 그게 됐으면 내가 우울증에 걸렸겠나. 라는 생각에 힘겨웠기 때문이다. 내가 당연한 일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만 같았다. 나는 사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했었는데. 사람들은 힘을 낼 수 없는 나에게 힘내라고 채찍질을 했었다. 지금은 쉬어가야 하는 순간이 오면 쉬어가려 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분명 삶에 도움이 되지만, 힘든 순간을 억지로 이겨내려고 하고 싶지는 않다. 충분히 아파하고, 나를 돌보다 보면 분명 지금처럼 힘을 내서 살아갈 힘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이전에 나는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 했었다. 연애할 때를 예로 들자면, 나는 상대가 일 때문에 연락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안해하며 힘겨워했었다. 그만큼 힘든 시간이 길어졌었고, 스스로 지쳐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 시점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거나, 내가 할 일을 한다던가, 취미 생활을 만들기 시작했었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었고, 이러한 시간이 힘들지가 않았었다. 물론 여전히 사람을 찾고 의지하지만, 이전에 비해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나를 돌봐야 행복할 수 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겨야 힐링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혼자 있는 내 시간이 소중하고 중요하다.

외로움이 느껴지면 받기를 원하기보다 줘야 한다는 작가님의 말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나는 외로움을 느낄 때 늘 상대를 찾았고, 연애를 시작했었다. 물론 외로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외로움이 배가 되고, 우울함만 크게 남았었다. 주는 방법을 알아야 받을 줄도 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사랑을 주게 될 때 나는 행복했었던 것 같다. 마음속에 따뜻함이 가득 차 있었던 순간은 무언가를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였는데. 나는 왜 늘 받기만을 원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조금 더 성숙하게 외로움을 달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책은 내 얘기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었다. 그 속에서는 내가 경험해서 깨달은 부분도 있었고, 당연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도 담아져 있었다.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길. 타인을 돌볼 줄 알며, 나를 사랑할 수 있길 바래본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유리 멘탈이겠지만, 깨지고 부딪히더라도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찾고, 언제나처럼 이겨내고 성장하길 바란다. 조금은 피곤하게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늘도 너무 수고했다는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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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을냥이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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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이유가 너무 많을 때 “그냥”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이 나에겐 와닿는 부분 중 하나였다. 그냥. 별거 아닌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이유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p.27

우리는 늘 다른 사람에겐 관대하면서 나 자신에겐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스스로에게 서툴러도 괜찮다고 누구나 그런다고 너는 잘해왔다고 다독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타인을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임을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오늘도 나에게 물어본다. 너는 안녕하니?


p.31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다. 사실 인생은 언제나 좋았던 시절이었다는 문장이 좋았다. 솔직히 나는 어느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때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기에. 나는 힘든 시절이 좋았던 시절보다 많았다. 내가 힘들수록 너 나이는 꽃다운 나이야.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꼰대 같이 느껴졌고 불편했다. 그래서 그런지 늘 해주는 말이 있었다. “돌아가지도 못할 지난 시간에 얽매여 있지 말고 현재를 사세요. 돌아가더라도 후회는 늘 합니다. 전 현재에 만족하며 살래요.” 사실 현재도 과거도 불안정한 사람인데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게 자기방어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멋있다”라고 하지만 그렇게 보일 마음은 없었다.


p.41 

요즘 나는 관계가 버겁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떠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친구 관계도 연애와 관련된 것도 벅차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연애를 시작하기엔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연애를 할 것 같아서 겁이 났다. 내 상태와 마음은 여전히 불안정한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줄 것 같다는 생각에 혼자 견뎌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은 나에게 이런 모습을 바란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p.55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군가 아무리 나를 사랑해줘도 만족할 수 없다는 말이 슬프게 느껴졌다.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걸까? 자존감이 낮은 나는 늘 듣던 말이 있었다. 너 자신을 소중히 여겨. 스스로를 사랑해야해. 누가 모르나. 나도 안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할 줄 몰라서 방황하는 거다. 어려운 숙제를 짊어지고 지내는 이 기분은 썩 유쾌하진 않다.


p.102

나는 사소한 것에 몇 번이고 무너졌다. 책에서는 사소한 것에 다시 일어난다고 하지만 나에겐 일어나는 힘조차 사라진 것 같다. 이전에는 이런 작은 위로에 힘이 났는데. 그래도 다시 올라가는 일이 생기겠지. 


p.107

나는 늘 자존감이랑 싸워왔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무기력한 나와 다르게 행복해 보이고 열심히 사는 친구들을 보며 우울해졌다. SNS를 보며 이쁜 사람들을 보면 내가 유독 못생겨 보였다. 나는 나였다는걸 잊고 살았다. 어느 누군가는 나를 사랑해주고 이쁘다고 얘기해주는데 말이다. 


p.120

나는 남들과 다르게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실제로 어른이 되니 나는 어른이라는 것이 더욱 싫었다. 선택에 대한 책임도, 나의 우울도, 내 삶도 모두 내가 감당해야 된다는 사실이 힘에 겨웠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기대는 것이 학생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내 삶은 내 것. 당연한 얘기이지만 그 사실이 힘들었다. 아직 어른이 되기엔 멀었나 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이유가 너무 많아서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려 주는 것. 그만큼 힘들었구나.라며 다독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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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 '천삼이' 간호사의 병동 일기
한경미 지음 / 북레시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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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 제목과 내용 설명을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특성화고로 진학하여 보건행정과를 선택하였다. 수업 시간에 각자의 꿈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을 아주 짧게 보았다. 무엇에 꽂힌 것인지 나는 3년 내내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를 장래희망으로 적어내었다. 현재도 호스피스에서 근무하는 것이 꿈이지만 간호사가 아닌 호스피스 사회복지사가 꿈이 되었다. 장래희망과 관련이 있어서였을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 마음이 먹먹해졌다. 웃긴 얘기지만 나는 우울증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책 속에 나온 환자분들과 달리 건강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픈 것은 죽는 것보다 싫었다. 이런 생각이 오래가진 않았지만 나도 참 모순적이고 이기적이구나.라는 생각은 멈출 수 없었다. 한없이 나약한 내 모습을 보며 이래서 호스피스에서 일할 수 있을지. 의문만 쌓여가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간호사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오물과 똥을 닦아내고 진상 환자분들을 마주하며 본인의 감정은 들여다볼 틈도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긴 병동 생활을 하던 환자들과 친해지면서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정이라도 생긴다면 그분들을 보내는 일이 오물과 똥을 닦아내는 일보다 힘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했던 것도 결국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가. 이별을 받아드려야 하는 그 마음이 서글퍼서였던 것 같다.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내 주변 사람들의 죽음 또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저 나에게 죽음이란 막막하고 어렵고 심오한 질문이었다. 호스피스에서 일하게 된다면 정이 들어버린 환자분들의 죽음을 매일 마주하는 순간은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책에서는 직업이 간호사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다. 성격이 착하겠지? 라는 생각과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싫어서라고 적혀있던 것 같다. 어딘가 모르게 공감이 됐다. 아직 학생이라 직업이 되진 않았지만 꿈을 얘기하거나 전공을 얘기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좋은 일 하시네요. 힘든 일이고 흔하지도 않은데 그 일을 원하는 이유가 뭐예요? 멋지다 등등 좋게 봐주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 꼭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내가 착한 사람이라서는 더더욱 아니다. 과연 사람들은 내가 우울증이 있고 욱하는 성격이 있다는 걸 알면 내가 착하다고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멘탈이 약한 네가 할 수 있겠어? 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겠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임종을 앞둔 순간에는 그동안의 삶이 어떻든 간에 마지막 순간에는 환자들이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단지 마지막으로 만난 인연 중에 좋은 인연이 되고 싶을 뿐이다. 마음이 아파봤으니 더 잘 보살피지 않겠나. 라는 생각으로 지낼 뿐이다. 책은 다 읽었지만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얼굴도 모르고 지냈던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간호하고 진상 환자, 보호자를 만나서 고생함에도 일하시는 그분들을 더욱 존경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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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오랫동안 읽지 않고도 작가님의 예민함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작가님의 예민함이 싫지는 않았다. 이렇게까지 예민하다고? 라는 생각도 들었고, 피곤하게 사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대로 섬세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사소한 부분들까지 챙기는 모습들에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이 다른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아는 것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것은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 부러운 부분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선생님께서 대학 면접을 보고 난 후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셨던 적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후련하다고 얘기하거나 결과를 기다려야 하니 긴장된다고 하거나 아쉬움을 토로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 허무하다고 답했다. 단 몇 초만에 내 인생을 판단한다는 것이 허무하기 그지 없었다. 무엇으로 사람을 판단하는지 그 기준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늘 남들에게 크고 작은 시험을 통해 평가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면접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의 평가인데 바로 주변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어떠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성격, 학벌, 재력 더 나아가서는 가족 관계에 대한 평가를 서슴없이 한다. 면접이라면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것이니 씁쓸하더라도 그러려니 하지만 이건 뭐 누가 제일 잘 평가하나 대회도 아니고 추하다. 타인을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주변에 그만큼 존경할 만한 멘토가 없는 것인가. 나랑은 정말 맞지 않는 곳이다. 그런 생각은 속으로 하세요. 제발




책에서 작가님은 스승의 날에 학생들을 대표해서 교수님 선물을 골랐어야 했었다. 다들 무난한 선물들을 이야기했고 아무거나 고르라는 얘기를 했었지만, 작가님 사전에는 아무거나. 라는 단어는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교수님의 성격과 평소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했을 때 책을 아끼시는 것을 보았고 선물로 서가의 먼지를 털어내는 작은 빗자루를 골랐다고 한다. 나는 책에서 보이는 작가님의 이런 세심한 면이 마음에 들었다. 선물 하나라도 그 사람에게 어울리고 좋아 할만한 선물을 하는 것. 가격보다도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에 대해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생각했다는 그 마음이 선물보다도 더 나를 붕 뜨게 하는 것 같다. 이런 작가님의 세심한 면은 정말 닮고 싶다.


현대인들의 취미는 침묵과 방관, 특기는 분노와 험담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그 어떤 말보다 공감이 됐다. 자신들과 다른 부류거나 섞이지 못하면 무조건 험담을 하는 것. 생각이 다르다고 싸우는 일도 흔한 일이다. 정작 누군가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침묵뿐이다. 혹은 그 상황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싶은 마음에 지켜보기만 하는 일도 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힘이 센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목소리만 큰 사람은 무식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점검하고 또 점검할 것이다.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손은 내밀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마을버스 안에서 작가님 옆에 앉은 여학생과 중년 남자가 하는 이야기를 작가님은 듣게 되었는데 둘이 어떤 사이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년 남자분 딸의 친구이지 않을까 싶었다.

둘은 안부를 묻고 지내다가 여학생이 아주머니에 대해 질문하자 남성은 이렇게 대답한다. 엄마가 없다고 그래서 민서가 힘들어할 것이라고 말이다. 책에 쓰여진 작가님의 글은 마음이 아팠다. 괜스레 눈물이 났다. 나 역시도 엄마가 없다. 조금은 다른 의미로 없지만 말이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라는 존재를 창조했다는 그 흔한 말조차도 민서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겠네요. 라는 문장이 가슴 속 깊이 남는 것 같다. 그 흔한 말조차도 들어보지 못해서였을까. 책을 통해서나마 조금은 위안을 받았다. 직접 뵐 일은 없겠지만 작가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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