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을냥이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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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이유가 너무 많을 때 “그냥”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이 나에겐 와닿는 부분 중 하나였다. 그냥. 별거 아닌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이유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p.27

우리는 늘 다른 사람에겐 관대하면서 나 자신에겐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스스로에게 서툴러도 괜찮다고 누구나 그런다고 너는 잘해왔다고 다독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타인을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임을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오늘도 나에게 물어본다. 너는 안녕하니?


p.31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다. 사실 인생은 언제나 좋았던 시절이었다는 문장이 좋았다. 솔직히 나는 어느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때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기에. 나는 힘든 시절이 좋았던 시절보다 많았다. 내가 힘들수록 너 나이는 꽃다운 나이야.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꼰대 같이 느껴졌고 불편했다. 그래서 그런지 늘 해주는 말이 있었다. “돌아가지도 못할 지난 시간에 얽매여 있지 말고 현재를 사세요. 돌아가더라도 후회는 늘 합니다. 전 현재에 만족하며 살래요.” 사실 현재도 과거도 불안정한 사람인데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게 자기방어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멋있다”라고 하지만 그렇게 보일 마음은 없었다.


p.41 

요즘 나는 관계가 버겁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떠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친구 관계도 연애와 관련된 것도 벅차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연애를 시작하기엔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연애를 할 것 같아서 겁이 났다. 내 상태와 마음은 여전히 불안정한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줄 것 같다는 생각에 혼자 견뎌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은 나에게 이런 모습을 바란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p.55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군가 아무리 나를 사랑해줘도 만족할 수 없다는 말이 슬프게 느껴졌다.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걸까? 자존감이 낮은 나는 늘 듣던 말이 있었다. 너 자신을 소중히 여겨. 스스로를 사랑해야해. 누가 모르나. 나도 안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할 줄 몰라서 방황하는 거다. 어려운 숙제를 짊어지고 지내는 이 기분은 썩 유쾌하진 않다.


p.102

나는 사소한 것에 몇 번이고 무너졌다. 책에서는 사소한 것에 다시 일어난다고 하지만 나에겐 일어나는 힘조차 사라진 것 같다. 이전에는 이런 작은 위로에 힘이 났는데. 그래도 다시 올라가는 일이 생기겠지. 


p.107

나는 늘 자존감이랑 싸워왔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무기력한 나와 다르게 행복해 보이고 열심히 사는 친구들을 보며 우울해졌다. SNS를 보며 이쁜 사람들을 보면 내가 유독 못생겨 보였다. 나는 나였다는걸 잊고 살았다. 어느 누군가는 나를 사랑해주고 이쁘다고 얘기해주는데 말이다. 


p.120

나는 남들과 다르게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실제로 어른이 되니 나는 어른이라는 것이 더욱 싫었다. 선택에 대한 책임도, 나의 우울도, 내 삶도 모두 내가 감당해야 된다는 사실이 힘에 겨웠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기대는 것이 학생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내 삶은 내 것. 당연한 얘기이지만 그 사실이 힘들었다. 아직 어른이 되기엔 멀었나 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이유가 너무 많아서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려 주는 것. 그만큼 힘들었구나.라며 다독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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