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 '천삼이' 간호사의 병동 일기
한경미 지음 / 북레시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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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 제목과 내용 설명을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특성화고로 진학하여 보건행정과를 선택하였다. 수업 시간에 각자의 꿈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을 아주 짧게 보았다. 무엇에 꽂힌 것인지 나는 3년 내내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를 장래희망으로 적어내었다. 현재도 호스피스에서 근무하는 것이 꿈이지만 간호사가 아닌 호스피스 사회복지사가 꿈이 되었다. 장래희망과 관련이 있어서였을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 마음이 먹먹해졌다. 웃긴 얘기지만 나는 우울증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책 속에 나온 환자분들과 달리 건강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픈 것은 죽는 것보다 싫었다. 이런 생각이 오래가진 않았지만 나도 참 모순적이고 이기적이구나.라는 생각은 멈출 수 없었다. 한없이 나약한 내 모습을 보며 이래서 호스피스에서 일할 수 있을지. 의문만 쌓여가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간호사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오물과 똥을 닦아내고 진상 환자분들을 마주하며 본인의 감정은 들여다볼 틈도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긴 병동 생활을 하던 환자들과 친해지면서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정이라도 생긴다면 그분들을 보내는 일이 오물과 똥을 닦아내는 일보다 힘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했던 것도 결국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가. 이별을 받아드려야 하는 그 마음이 서글퍼서였던 것 같다.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내 주변 사람들의 죽음 또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저 나에게 죽음이란 막막하고 어렵고 심오한 질문이었다. 호스피스에서 일하게 된다면 정이 들어버린 환자분들의 죽음을 매일 마주하는 순간은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책에서는 직업이 간호사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다. 성격이 착하겠지? 라는 생각과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싫어서라고 적혀있던 것 같다. 어딘가 모르게 공감이 됐다. 아직 학생이라 직업이 되진 않았지만 꿈을 얘기하거나 전공을 얘기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좋은 일 하시네요. 힘든 일이고 흔하지도 않은데 그 일을 원하는 이유가 뭐예요? 멋지다 등등 좋게 봐주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 꼭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내가 착한 사람이라서는 더더욱 아니다. 과연 사람들은 내가 우울증이 있고 욱하는 성격이 있다는 걸 알면 내가 착하다고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멘탈이 약한 네가 할 수 있겠어? 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겠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임종을 앞둔 순간에는 그동안의 삶이 어떻든 간에 마지막 순간에는 환자들이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단지 마지막으로 만난 인연 중에 좋은 인연이 되고 싶을 뿐이다. 마음이 아파봤으니 더 잘 보살피지 않겠나. 라는 생각으로 지낼 뿐이다. 책은 다 읽었지만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얼굴도 모르고 지냈던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간호하고 진상 환자, 보호자를 만나서 고생함에도 일하시는 그분들을 더욱 존경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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