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오랫동안 읽지 않고도 작가님의 예민함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작가님의 예민함이 싫지는 않았다. 이렇게까지 예민하다고? 라는 생각도 들었고, 피곤하게 사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대로 섬세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사소한 부분들까지 챙기는 모습들에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이 다른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아는 것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것은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 부러운 부분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선생님께서 대학 면접을 보고 난 후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셨던 적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후련하다고 얘기하거나 결과를 기다려야 하니 긴장된다고 하거나 아쉬움을 토로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 허무하다고 답했다. 단 몇 초만에 내 인생을 판단한다는 것이 허무하기 그지 없었다. 무엇으로 사람을 판단하는지 그 기준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늘 남들에게 크고 작은 시험을 통해 평가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면접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의 평가인데 바로 주변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어떠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성격, 학벌, 재력 더 나아가서는 가족 관계에 대한 평가를 서슴없이 한다. 면접이라면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것이니 씁쓸하더라도 그러려니 하지만 이건 뭐 누가 제일 잘 평가하나 대회도 아니고 추하다. 타인을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주변에 그만큼 존경할 만한 멘토가 없는 것인가. 나랑은 정말 맞지 않는 곳이다. 그런 생각은 속으로 하세요. 제발




책에서 작가님은 스승의 날에 학생들을 대표해서 교수님 선물을 골랐어야 했었다. 다들 무난한 선물들을 이야기했고 아무거나 고르라는 얘기를 했었지만, 작가님 사전에는 아무거나. 라는 단어는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교수님의 성격과 평소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했을 때 책을 아끼시는 것을 보았고 선물로 서가의 먼지를 털어내는 작은 빗자루를 골랐다고 한다. 나는 책에서 보이는 작가님의 이런 세심한 면이 마음에 들었다. 선물 하나라도 그 사람에게 어울리고 좋아 할만한 선물을 하는 것. 가격보다도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에 대해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생각했다는 그 마음이 선물보다도 더 나를 붕 뜨게 하는 것 같다. 이런 작가님의 세심한 면은 정말 닮고 싶다.


현대인들의 취미는 침묵과 방관, 특기는 분노와 험담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그 어떤 말보다 공감이 됐다. 자신들과 다른 부류거나 섞이지 못하면 무조건 험담을 하는 것. 생각이 다르다고 싸우는 일도 흔한 일이다. 정작 누군가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침묵뿐이다. 혹은 그 상황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싶은 마음에 지켜보기만 하는 일도 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힘이 센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목소리만 큰 사람은 무식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점검하고 또 점검할 것이다.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손은 내밀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마을버스 안에서 작가님 옆에 앉은 여학생과 중년 남자가 하는 이야기를 작가님은 듣게 되었는데 둘이 어떤 사이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년 남자분 딸의 친구이지 않을까 싶었다.

둘은 안부를 묻고 지내다가 여학생이 아주머니에 대해 질문하자 남성은 이렇게 대답한다. 엄마가 없다고 그래서 민서가 힘들어할 것이라고 말이다. 책에 쓰여진 작가님의 글은 마음이 아팠다. 괜스레 눈물이 났다. 나 역시도 엄마가 없다. 조금은 다른 의미로 없지만 말이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라는 존재를 창조했다는 그 흔한 말조차도 민서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겠네요. 라는 문장이 가슴 속 깊이 남는 것 같다. 그 흔한 말조차도 들어보지 못해서였을까. 책을 통해서나마 조금은 위안을 받았다. 직접 뵐 일은 없겠지만 작가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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