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범스 호러특급 5 - 선생님은 괴물! 구스범스 호러특급 5
R. L. 스타인 지음, 전명진 그림, 김경희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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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 범스가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웠다. 그런데 구스범스 호러특급5 선생님은 괴물!을 읽어 보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구스범스는 단순한 호러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세계의 부조리를 그대로 담고 있은 하나의 알레고리였다.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자본의 세계에 아이들이 내몰리는 상황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이고 그것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토미 가족들은 매사 모든 것이 경쟁이고 그것을 맘껏 즐기며 자신들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 가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토미 패럴리는 자연을 느끼고 즐길줄 아는 어찌 보면 요즘 세상이 달가워 하지 않는 아이다. 물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경쟁하는 것도 싫어한다. 이러한 토미가 가족들에게 달가울리 만무다. 토미의 부모는 경쟁에 승리자가 되게 하려고 토미를 외딴 섬에 실시되고 있는 승리캠프로 보낸다.

 

승리 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승자만이 살아서 섬을 나올 수 있는 점이다. 캠프 참가부터 늦은 토미는 되는게 없다. 토미가 만나는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냉정하고 토미를 도와줄 생각은 눈꼽만큼 없고 승자가 되어야 이 섬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을 주지시킨다. 늦게 도착한 토미는 캠프의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의로운 가치관으로 행동하지만 번번히 꼴지를 하게 된다. 토미는 캠프에서 처음 만난 소피와 리카르도에게 협력하고 연대하여 그르릉 괴물 선생님을 몰아내고 함께 섬을 탈출할 것을 제안하지만 그들은 협력과 연대는 패자만이 가지는 생각이라며 토미를 측은히 여긴다.

 

사회와 부모로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자가 되는 법(결코 옳은 방법은 아니다)만을 교육받은 아이들은 자신만이 승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토미를 이용한다. 뒤늦게 상황을 판단한 토미도 대응하지만 정의로웠던 토미마저도 이제 친구를 믿지 못한다.

 

이야기는 내내 독자에게 소피와 리카르도의 행동을 의심하게 한다. 갖은 역경을 겪고 그르릉 선생님을 물리친 토미를 모두 승자로 영웅로 칭송하고 이틀씩이나 함께 파티를 열지만 그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결론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그들의 행동이 진심이었다는 믿고 싶은 것은 그들이 아직 어린아이때문이 아닐지 싶다. 어째든 그들의 행동을 오래 곱씹어 볼 일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경쟁을 유도하는 사회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하는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함께 하는 것이 과연 패자의 변명인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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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 위대한 작가들이 간직해온 소설 쓰기의 비밀
프리츠 게징 지음, 이미옥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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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안내하는 대부분의 책들은 무조건 써라고 결론을 내린다. 프리츠 게징의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도 부록을 통해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며 과제를 제시하고 손수 쓰지 않으면 예술은 탄생하지 않는다고 마무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다른 글쓰기 책과 다른 이유는 매우 쉬운 설명과 방법론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다나 위대한 소설가들의 말들을 시의적절하게 언급하고 있어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겠거니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적지않은 울림을 준다.


글을 쓰는 이유를 다양하게 나열하고 있는데, 그 중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들을 언어로 형상화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변화되기를 원한다는 이유가 내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유와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보완하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가기도 한다는 것을 체험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쓰고 싶다고 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잘 쓰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나만의 독특한 경험이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내 경험이 특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어도 서술 기법에 따라 즉 테크닉과 연습을 통해 공감에 이를 수 있다. 독특한 소재가 관건이라는 생각을 여지없이 깨졌고 차분한 저자의 설명에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들였다. 이 부분에서 대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수천년간 문학이 문학적 행위가 있어 온 만큼 작가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소재는 그리 다를바 없지만 그 어떤 세대이든 걸작과 명작이 태어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뛰어난 서술기법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인이든 소설가이든 그들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소개학고 있는데 그 깊이가 하도 넓고 깊어 한참을 사유하게 되지만 꿀맛같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뿐만아니라, 독려와 격려의 말이 되기도 한다. 소설을 처음 쓰는 초보들의 겪는 오류나 실수들을 정확하게 짚어 주고 메모하고 있다. 대부분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 쓰기에서 그 함정 빠질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개인의 경험에만 국한하지 말고 여행 등을 통해 낯선 삶을 경험하는 것도 매우 필요하며 책읽기를 통한 경험도 소홀히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경험만을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매체에서 전해지는 세상 모습에서 자신을 일치시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라고 권한다.


또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을 즐겨 읽기를 권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분석해 보는 것과 좋아하는 작가를 선택하여 그의 작품을 탐독하고 베스트셀러 작품을 반드시 선택하여 분석하여 읽으라고 권한다.


무조건 읽기보다는 이야기 구조와 작품의 구성, 캐릭터와 주제와 플롯 등 다양한 관점에서 구조를 분석하며 읽기를 권하고 있다. 이는 독자로서 책을 읽을 때 고려하여 읽는다면 작가가 비워두고 있는 행간의 의미를 더욱더 풍성하게 채워가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그냥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사건 그리고 플롯을 다 고려하여 창작하고 있었다. 특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인 뫼르소는 살인과 혼자의 결합이고 살인 장소인 메르와 살인 동기인 태양의 결합을 뜻한다고 한다. 작가가 이름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몇몇 예를 더 추가하고 있다.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작품 등장인물의 이름을 유추해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었다.


꼼꼼하게 차분하게 글쓰는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고 한숨에 달릴 수 있지만 빨리 읽어 결코 득이 될 것이 없는 책이다. 곱씹으며 밑줄을 그어가며 각자의 글쓰기 습관과 비교하며 받아들일 때 소설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급하고 있는 작가와 그들의 말은 글쓰기의 고전적 격언이고 살아있는 지침이 되고 있다. 그뿐아니라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를 위해 그가 언급한 수많은 책들을 다시 읽는다면 제법 괜찮을 소설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작품을 염두에 두고 프리츠 게징의 과제를 하나씩 수행한다면 글쓰의 절반은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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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내 부엌으로 걸어 들어왔다 1 하루키가 내 부엌으로 걸어 들어왔다 1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 지음, 김난주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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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 지은이가 참 특별하다. 하루키가 내 부엌으로 걸어 들어왔다를 지은 이 모임은 하루키를 읽고 그와 그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음식에 매료된 이들이 모인 모임이다.

 

작가가 소설의 소재로 선택한 (이 책에서는 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우리 정서에 썩 어울리는 표현은 아닌 듯 싶다.)’에 대해 그러니 음식과 요리에 대해 애정을 갖는 모임까지 있다니 참 흥미롭다. 다른 독자도 이 책을 보고 그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독특한 소재를 연구하는 모임을 가져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지도 일이다. 어째든 작가는 행복하지 않을까.

 

이 책은 하루키 소설에 등장한 요리와 의미 있는 일본 음식과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가지 수와 다양한 요리법에 놀라게 되는데, 하루키가 작가가 되기 전 식당 주방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알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책은 먼저 하루키의 소설에서 음식이 등장하는 구절을 그대로 옮겨 놓는다. 그리고 그 요리법과 실사사진을 함께 실었다. 요리법은 무척 간단해 황당할 정도다. 맛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완두콩밥과 로스트비프 같은 다소 복잡하고 여러 과정을 필요로 하는 요리도 소개하고 있지만. 요리 과정 샷이 생략된 아쉬움이 있지만 등장인물들과 요리 과정을 상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루키와 대화를 나누듯 요리를 한다면 즐겁게 식탁에 내가 한 하루키의 음식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담긴 요리를 대부분울 해보고 싶지만 코카콜라와 핫케익 요리는 망설여 진다. 저자의 말처럼 기상천외하고 충격적인 요리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이기에 선뜻 부엌에 서고 싶지 않다. 핫케잌과 우유의 이상적 조합을 파괴하는 이 요리의 맛이 정말 궁금함에도. 쥐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일체화 되어 좋다고 했는데..... 과연.....

 

발체한 한 구절들을 읽는 것은 극도로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을 부여한다. 그 문장들을 각인시키고 애정을 갖게 한다. 그와 동시에 읽었던 읽지 않았던 그 소설을 찾게 한다. 4 제이스바, 또는 술 안주머릿글에서 맥주가 마시고 싶어진다. 무라카미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런 부작용이 생긴다. “책을 내던지고 술집에 맥주를 사러 갔다는 독자들이 무척 많단다.고 하고 있다.

 

난 그들과는 반대로 하루키가 부엌으로 걸어 들어왔다를 읽으면서 이 책을 던져버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찾아 달려가고 싶었다. 요리하는 그들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책을 읽으면 발췌 탓인지 음식탓인지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줄곧 받는다. 분명 이 책은 요리책이지만 내게 하루키의 또다른 소설로 읽혀진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소설 속 음식이 책으로 시각화 됐다. 하루키의 독특한 레시피가 담겨 있다. 가끔 하루키를 부엌으로 불러 들려 그와 같이 요리를 해보고 싶다. 하루키 소설 옆에 나란이 꽂아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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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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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은 세세하고 서정적인 묘사가 풍부하다. 전반에 흐르는 몽환적 분위기는 백년의 고독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아름다운 문장이 고프다면 '프랑스 유언'을 집어 들면 될 듯 하다.
 
시공간을 오가는 이야기 전개와 러시아의 마을을 묘사하는 다채로운 문장들은 새로운 러시아를 만날 수 있게 했다. 러시아에 대한 기존의 상식, 어쩜 편견일지 모르는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들은 안드레이 마킨이 묘사하고 있는 러시아를 이해하는데 적잖이 방해가 되었고 이야기의 흐름을 받아들이는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안드레이 마킨의 아름다운 표현들은 첫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언어와 사물에 대한 애정있고 깊이 있는 관찰에서 나왔다. 자전적 소설이자 성장소설인 프랑스의 유언에서 내 삶의 기억과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경험하고 그것을 추억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나는 자신에게 극한 영향을 미친 할머니의 존재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세세한 설명이 시간적 흐름을 느끼게 하면서 어둠이 새벽처럼 벗겨지듯 할머니의 존재가 서서히 그리고 점차적으로 또렷이 드러나고 있다.
 
프랑스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사는 사람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독특함이 할머니에게 있었고 전쟁과 역경의 삶을 살았던 할머니는 소년인 나와는 묘한 거리가 있었다. 그런 신화적 존재였던 할머니의 분노와 불안, 괴로움을 보게 되며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삶을 짐작하게 된다.
 
열 살 소년의 눈에는 할머니가 간직하고 있는 사진과 스크랩 그리고 프랑스 지방 이름이 쓰여진 돌맹이들에 대해 그 나이에 맞게 이해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년처럼 독자도 할머니의 프랑스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의 역사에 대해 그리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소년이 할머니와 프랑스를 낯설게 느끼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성장하면서 할머니의 거실에서 사용했던 사투리가 되었던 프랑스어처럼 러시아에서 소년의 삶은 프랑스의 방식을 갖게 되었고 그는 러시아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게 된다. 할머니의 삶이 그러니 프랑스 DNA가 그에게 전해진 것이다.
 
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 받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짐작하는 것을 훨씬 넘어선다는 것을 프랑스의 유언을 통해 확인한다. 어릴 적 쁘띠 뽐므가 만들어낸 여성스러운 미소, 기적의 미소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면서 삶의 의미를 살핀다.  프랑스유언이 무엇일지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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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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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다. 자신을 찾기에. 예순세 살은. 그런데 브릿마리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심장마비로 쓰러진 바람 난 남편을 병원에 두고 브로그에 있다. 그녀의 등장은 쇼킹하다. 고용센터에서 그녀의 모습은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 온 그녀인지라, 또 그녀의 말처럼 그렇게 하는 것은 힘든 일인데 그것을 완벽하게 해 왔기 때문인지 그녀는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기가 힘들다.
 
고용센터에서 보인 그녀의 모습에 슬쩍 빈정이 상한다. 자신의 질서에 맞지 않는 직원의 행동에 경악을 금하지 못하는 브릿마리다. 그런 그녀는 구직서 하나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 직장을 구하기 위한 신상명세를 작성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마치 범죄자 취급한다고 투덜거리는 브릿마리다.
 
남편의 말처럼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사업을 해 돈을 벌고 브릿마리는 남편의 또다른 사업장인 가정을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는다. 가정 밖의 일은 전혀 모른다. 심지어 카드 사용도 할 줄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남편을 떠나 브로그에 온 것은 남편의 바람과 함께 얼마전 읽었던 신문기사가 강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죽은 지 1주일이나 지나 이웃들에게 발견된 한 여인에 관한 기사다. 브릿마리는 이 기사를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자신의 죽음도 그렇게 될까 걱정이다. 적어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무작정 집을 나와 자신의 삶을 찾기로 한 브릿마리다.
 
자신을 찾아 온 남편 켄트에게 브릿마리는 십자말풀이에 자주 등장하는 매슬로우 욕구 단계설을 이야기하며 자신은 가장 마지막 단계인 다섯 번째 자기실현 욕구를 달성하고 싶다고 한다. 브릿마리는 남편과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었다. 자신만의 힘으로 살고 싶었던 것이다. 나이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결벽증에 가까운 그녀의 성격, 과탄산소다와 리스트를 사랑하는 그녀. 스스로 편견은 가지지 않는다고 되뇌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색깔이 너무도 강해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대한다. 밉상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개인사를 들여다 보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브릿마리보다 뛰어난 언니, 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그 가운데에서 존재가 무시되었던 브릿마리,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엄마의 시선을 끌기 위해 청소를 선택했고 늘 무언가 답답하거나 어쩌지 못할 때 청소를 했다. 청소는 그녀의 결벽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브로그라는 지도에 없는 마을의 레크레이션센터 관리인으로 취직을 한 브릿마리. 그곳은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마을이다. 활력이라는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마을 사람 모두는 그곳을 떠나기만을 바란다. 브로그에서 만난 베가와 오마르, 미지의 인물 등과 얽히면서 의도치 않고 제일 싫어하는 축구팀의 코치가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브로그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레크레이션센터에서 발견한 낡은 지도에 브로그에 붉은 점이 찍혀있다.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지도를 브릿마리는 좋아한다. 브릿마리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브로그에서 아이들과 사람들과 어색한 교류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간다. 혼자만의 삶으로 자신을 확인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는 알레고리를 읽힌다.
 
그녀도

"어느 나이쯤 되면 인간의 자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는 작가의 말처럼 같은 질문을 한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을 찾고 행한 용기있는 여인이다.

그녀가 선택한 청소의 의미를 새겨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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