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빅북) 풀빛 지식 아이
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 지음, 피오트르 소하 그림, 이지원 옮김 / 풀빛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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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와 물과 숲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와 관견된 것이 있다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위험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낯선 작가들의 작품인 나무를 덥석 집어든 이유도 이에 연유한다. 그러나 자연을 다루고 있는 인간의 노고를 담은 결과물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나무도 그렇다.

 

나무는 나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매우 깔끔하게 전해면서 나무를 대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하는 무게를 지녔다. 27Cm*37Cm라는 거대한 판형도 나무가 가지는 다양한 모습과 가치 그리고 느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나무는 소주제를 33개로 나누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붙여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그림은 34개이고 고유종 그림이 2개이다). 한 주제를 2페이지에 담고 있어 그림과 글을 한 눈으로 볼 수 있게 편집하였다. 편집자들의 세심함은 덤으로 오는 즐거움이다.

 

34개의 그림과 그림은 생명의 나무, 나무와 나무가 아닌 것, 나뭇잎, 뿌리, 나무의 사계절, 나무의 여행, 고유종1, 고유종2, 바오밥나무, 나무를 먹는 생물들, 나뭇가지, 위장, 선사 시대 나무들,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들, 세상에서 가장 굵은 나무, 가장 오래된 나무들, 나이테로 보는 역사, 벌목꾼과 벌목 작업, 나무로 만든 건축물, 나무로 만든 탈것, 나무에 조각하기, 나무로 만든 악기들, 나무 위의 집, 분재, 예술이 된 가지치기, 다윈의 진화 나무, 나무로 보는 가계도, 종교에서의 나무, 성스러운 나무, 모험가의 숲, 나무의 정령들, 자연의 힘, 원시림, 다음 세대를 위한 나무이다

 

이를 다시 나무의 고유한 성질과 구성,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생물, 나무의 기록, 나무를 이용하는 인간, 나무에서 얻은 발상의 산물과 창착물, 그리고 다시 나무와 자연이 주는 위대한 힘과 나무를 대하는 인간의 마음으로 다시 분류할 수 있다.

 

지구상에 살아 있는 생명체 중 가장 큰 생명체 나무, 우리 곁에 늘 있어 나무에 대한 깊은 고찰없어 습관적으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어 온 나무, 그 나무에 대한 사색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무에 대한 이론적인 것들은 물론 그러니 어떤 것이 나무고 어떤 것이 나무가 아닌지를 비롯해 나무의 부분들을 지칭하는 명칭들을 배울 수 있다. 다양한 나뭇잎들을 한 장에 펼쳐 그려놓아 나무마다 또 유사한 나뭇잎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이것만 보고 산에 가도 산이 달라 보일게 분명하다. 판형과 그림에 비해 글씨 크기가 다소 작아 아이들이 읽기에 조금 버겁다 여겨질지는 모른다면 굳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다. 소제목과 그림만으로도 나무의 생김과 뿌리의 모양, 나뭇잎 모양, 열매를 통한 나무의 여행이라는 멋진 상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거꾸로 그림을 보며 자기만의 나무 이야기를 써보는 것도 권할만 하다.

 

나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벌목에 대한 소개도 눈길을 끈다. 현대 기계의 힘을 빌어도면 벌목꾼이 필요한 칼로리가 6000칼로리라는 사실에서 나무가 가지는 위치에 대해 오히너 난 겸허해졌다. 나무를 이용한 다양한 창작품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취향에 맞는 나무를 가지려는 인간의 욕구가 만들어내는 분재라는 작업에 대해서는 다소 거부감이 생기기도 했다. 종교에서 다루고 있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지만 나무를 소재로 하는 문학이야기는 또다른 책을 탐독하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원시림에 대한 무지를 깨닫게 한 원시림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원시림은 나무를 심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나무들의 역사가 올곳이 간직된 곳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나이가 각기 다는 나무들이 경쟁하고 공존하면서 스스로 치유하면서 만들어가는 숲으로 많은 생명체들을 길러내고 생존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원시림이다. 나무를 인위적으로 심어 이룬 숲은 숲이 고유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말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인간은 살면서 세 가지 일을 해야하고 그 세 가지 일은 자식을 낳고, 집을 짓고, 나무를 심은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잠시 빌린 것이고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다음 세대도 나무로 집을 짓고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을 만날 수 있도록 숲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과 더불어 인류가 나무가 있어 어떻게 문화를 이루어왔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왜 나무와 숲을 지켜야 하는지 은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무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큰 생명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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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말글 -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도서
손진호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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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 나는 우리 입말에 대한 해방서

 

말을 정확하게 쓰는 노력의 일환으로 매우너무를 고집스럽게 구별하여 썼던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도 너무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구별하여 사용하도록 했다. 2년 전인가 이런 나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국립국어원에서 너무를 언중들이 긍정적인 의미에서도 폭넓게 사용하는 것을 받아 들여 긍정과 부정에 모두 사용하게 했다. 심한 배신감에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을 고려한다면 굳이 문법을 지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저자 손진호도 지금 우리 말글에서 너무를 다루고 있다. 반가웠다. 저자는 너무와 같이 왜 부정에 쓰이는 말이 긍정에 쓰이는 말이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말법을 바꾼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저자 손진호는 동아일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면서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3년간 연재했다. 연재했던 글을 깁고 더해 펴낸 책이 지금 우리 말글이다. 책은 평소에 궁금했던 어휘들이나 아무 생각 없이 사용된 어휘들이 지금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하나씩 뜯어 보이고 있다. 고민하면서 사용했던 어휘들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생소한 말들을 만나면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면서 어떻게 말을 하나 싶기도 하다. 말에 얼과 혼이 담겨 있다는 동화작가 손연자의 말을 빌지 않아도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해야 함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일반 언중으로써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님에는 틀림이 없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인 것처럼 말에 담긴 의미가 그만큼 크고 말에 의해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이 좌우 되는 것을 보면 어휘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은 두 말할 일이 아니다.

 

SNS가 일상생활이 되면서 이곳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신조어나 축약된 말들이 우리 언어생활을 혼탁하게 만들고 우리말을 어지럽게 만든다는 지적은 줄곧 있어 왔다. ‘지금 우리 말글은 그럼에도 언중들이 사용하고 있는 입말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지 않고 있다. 자장면이 짜장면으로 매우가 부정과 긍정에서 모두 허용하게 된 예에서처럼 언중이 주로 사용하는 말에 대해 문법에 어긋난다는 강한 거부감은 자제하고 있다. 오히러 입말에 손을 들고 있다. 다만 선택은 언중의 몫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짚어 주고 있는 말은 150개나 된다. 단순히 언중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부분만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 말이 가지게 된 우리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들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언어는 곧 그 민족의 역사요 문화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표면적으로 150개의 낱말이지 그 낱말로 파생되는 다양한 낱말까지 합하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낱말이 모두 몇 개인지 가늠하기 힘들다(찾아보기가 6페이지나 된다).

 

잘 사용되지 않는 말들도 소개하고 있다. 발감개, 사달 나다, 노둣돌 등은 생소하다. 발감개의 경우 양말이 우리말이 아니라 한자어라는 사실을 언급한다. 아울러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붙는 양자와 결합된 단어들, 양동이, 양복, 양잿물, 양주, 양회 등까지 소개하고 있다. 물론 발감개과 관련된 신발, 감발, 짚신 등의 말과 발허리, 발부리, 발샅, 채발, 마당발, 납작발이라는 예쁘고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말들도 소개하고 있다. 발가락 사이를 일컫는 말이 발샅이라는 말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재미나는 생각도 든다. 발가락 사이까지 깨끗이 씻어라는 말대신 발샅도 깨끗이 씻어라고 지금 말한다.

 

이 책을 입말 전으로 분류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책꽂이 꽂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찾고 익혀 우리 언어생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지금, “개암 커피 주세요.” 해보자.

개암 커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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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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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써라. 그리고 고쳐라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에 글쓰기 비법을 찾아 이곳저곳을 유랑한다. 글쓰기 책 한두 권은 책꽂이에 꽂아두고 있다. 글을 잘 써보겠다는 열망과 다르게 글쓰기 강좌나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에서 자신이 원하는 비법을 찾기는 힘들다. 다 거기서 거기다는 결론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베스트작가 반열에 오른 강원국의 글쓰기는 좀 다르다.

 

‘강원국의 글쓰기’가 말하는 글쓰기 비법은

“잘 쓴 글은 없다, 다만 잘 고친 글만 있을 뿐이다.”

 

고민하지 말고 먼저 쓰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힘주지 말라고 한다. 쓰고 고치면 된다고 한다. 대개의 경우 첫 문장을 쓰지 못해 끙끙거린다. 첫 문장이 가지는 무게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첫 문장을 찾아 헤매지 말고 쓰다보면 생각이 떠오르고 떠오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물고 오고 그러다보면 다시 글을 고쳐 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쉽게 동의 하게 된다.

 

‘강원국의 글쓰기’에는 저자의 경험담이 매우 솔직하게 담겨있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가감하지 않고 옮겨 놓았다. 글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못 쓸 것도 아니다. 먼저 써라. 그리고 고쳐라. 다소 지루하다 느낄 정도로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활용하여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말을 믿고 먼저 써보는 도전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저자가 국민의 정부 행정관이었을 때 자신의 상태를 고백한 부분을 옮겨본다.

 

그 당시 나의 상태를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이랬다. 글을 잘 쓰겠다는 마음으로 노심초사하다가, 아는 것 하나만 써야 하는데 알고 있는 다른 무엇까지 붙이려다 보니 횡설수설 꼬이고, 주제와 상관없는 멋진 표현이 생각나 억지로 넣다 보니 자중지란에 빠지며, 잘못 쓴 문장 하나 지우면 될 것을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일파만파 번지고, 찾아놓은 자료가 아까워 이곳저곳 쑤셔 넣다 보니 중언부언하게 되고, 쓰는 도중에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든 꿰맞추려다 보니 점입가경에 이르러, 감동적인 마무리를 하려다가 설상가상으로 끝이 났다.

 

저자는 글 쓸 때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자신의 경험으로 함축하여 알려주고 있다. 글을 써보려고 해본 사람은 그의 경험담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나열한 점만이라도 고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이 밖에도 저자는 글을 잘 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과 팁을 주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가져야 하는 마음의 자세에서부터 글을 쓰기 위한 문법과 어휘 수집, 자료 수집 방법과 글을 구성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글을 쓰기 위한 자신만의 환경을 만들라는 점이다. 글 쓰는 환경에 대한 설득도 저자가 시종일관 글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적적할 근거와 예를 통해 설득력을 가진단고 한 것처럼 다양한 자료들을 제시하여 설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유념해 볼 한 가지는 저자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저자 자신의 원칙에 따라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말을 잘 하려면 말을 많이 해봐야 하고 글을 잘 쓰려면 글을 많이 써봐야 한다. 저자는 결코 글을 쓰는 것이 쉽고 재미있고 말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것은 고통의 과정이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단지 글을 쓰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그 과정을 좀 더 즐거운 과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독자들 몫이라고 한다.

 

글을 써보지 않았지만 남과 다른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그 첫 번째로 읽어보라.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자신만의 꿈을 가져보라. 저자는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잘 쓴 글은 없다, 다만 잘 고친 글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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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런 여행 어때? - 내 아이와 여행하는 22가지 방법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8
김동옥 지음 / 씽크스마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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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런 여행 어때?, 여행을 다시 정의하다.

 

누구나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하지만 여행을 잘 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아빠, 이런 여행 어때?’는 여행을 잘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과감없는 진솔한 여행 이야기를 듣노라면 여행을 다시 정의하게 된다.

 

제목만 얼핏 보면 아이들이 원하는 여행을 아이들이 쓴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주도하는 여행을 제안하는 아빠의 여행일기다. 작가는 동물심리학자 글렌 젠슨의 콘트라프리로딩 개념(입증해낸 개념으로 같을 일을 하더라고 자기가 주동해서 한 일일수록 그리고 성취의 과정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만족도가 높다. 그런 일에 애착이 더 가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을 소개하며 아이가 주도하는 여행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좌충우돌하며 실패할 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여행을 하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다. 그러나 그런 여행에 동행하는 아내와 아이가 여행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이를 위한 체험위주의 여행을 하지만 이또한 상품화된 체험이어서 그런지 큰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해서 작가는 아이를 위한 여행을 하기로 한다.

 

상상한 것들을 직접 해보고, 보고, 듣고 말하고, 냄새를 맡고, 피부로 느끼는 오감여행을 통해 공감하며 깨달아 가는 여행들을 국문학 전공자답게 아름다운 표현으로 세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6장으로 나뉜 여행들의 공통점은 어디를 갈 거인가를 먼저 정하지 않고 아이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에 따라 여행지와 여행일정을 선정한다. 한 마디로 아이에 의한 아이를 위한 여행들이다. 그렇다고 만약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는 여행이 아니라 아이의 호기심을 따라 함께 가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제주 곶자왈에 갔었을때에도 그들은 반딧불이를 보는데에만 집중한다. 기왕 제주를 갔으면 볼 수 있는한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면 참으로 경이로운 절제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그만큼 더 큰 감동과 추억을 줄 수 있겠지만.

 

아이의 엉뚱한 제안에도 작가와 아이 엄마는 기꺼이 응한다. 이유는 실패도 경험이고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더 큰 경험과 감동을 얻기 때문이다. 별을 보러 갔다가 폭우가 와 별은 보지 못했지만 바람과 비소리를 더 가깝게 들을 수 있었다. 구름에 오르다이야기를 보면 아이는 구름위를 걸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사촌들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이에 아이는 실망하자 작가는 구름을 위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말하고 직접 걸어보기 위해 산행을 떠난다. 산행에서 운해를 만날 확률이 매우 낮지만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감행한다. 운해를 본 아이는 감격하지만 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실망하지만 작가는 구름은 어디에도 가지 않았고 연기처럼 지금 날리는 것이 구름이라는 것을 솔직히 말한다. 그런며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고 실망을 최소화한다. 그렇지만 실망도 성장의 과정임을 인지한다.

 

인디언 달력을 만들자는 아이의 제의에 1년동안 매달 그 달에 볼 수 있는 식물들로 색을 찾아 염색하고 그 색으로 달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정말 놀랍기 이를데 없다. 그 오랜 과정에서 아이가 얻는 것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지식을 주입하는 여행이 아니라 세상을 느끼는 여행이 참 지식을 배우고 지혜를 배우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이 어린이를 위한 여행 아이템을 제공하는 책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이와 함께하면서 아이에게 들려주는 또 독자에게 들려주는 자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자연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이들에게 아주 편한 자연 입문서로의 역할도 해낸다. 아름다운 문장은 덤이다.

 

책을 읽으면서 꼭 아이가 함께 하지 않더라고 욕심내지 않고 내 오감이 만족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개념을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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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컬렉션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KBS 천상의컬렉션 제작팀 지음, 탁현규 해설.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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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천상의 컬렉션, 저자가 보내는 큐피트 화살

 

천상의 컬렉션’, 한 마디로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 본 우리 문화 유산과 우리에게 낯선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열어놓은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을 보면 우리 문화를 사랑하게 된다. 우리는 작품 그러니 소위 우리가 말하는 예술작품 앞에 서면 자신이 왠지 작아진다는 걸 느끼는 되는데 이 책은 예술작품앞에서 개인을 당당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그 작품들을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 예술품에 대한 큐피트의 화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로 예술은 감상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허락한다는 대 전제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천상의 컬렉션을 이미 TV를 통해 접했지만 TV프로그램 특성상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놓친 작품들이 많았고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당부분 휘발 되었던 것도 사실이라 많이 아쉬웠는데 책으로 출간됨으로써 희미해지는 기억을 복기할 수 있고 곱씹을 수 있어 무척이나 행복하다.

 

회화, 공예, 도자, 조각, 전적으로 나눠 5부로 구성하여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예술적인 관점에서는 물론 뒷이야기까지 살뜰하게 전해주고 있다. 우리 문화지만 그간 낯설게 느껴졌다면 왠지 우리 문화보다 서양의 그것들이 더 우수하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진 적이 있었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우리 문화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문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자랑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다.

 

소개된 25개 작품 모두 감동의 흐름이 넘쳐났지만 그래도 뽑으라면 장승업의 붉은 매화와 흰 매화 열 폭 병풍이다. 매난국죽, 사군자를 사랑하고 그렸던 조선 선비들의 매화 그림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우리를 압도되고 만다. 힘차고 자유분방한 붓놀림은 봄기운을 잔뜩 품고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봄매화를 초고속 카메라로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TV로 조희룡의 매화서옥도를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는데 장승업의 이 매화 그림 또한 내게 길이 기억에 남을 작품이되었다. 이 책에서는 매화서옥도를 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함께 실었더라면.

 

조선시대 책가도에 얽힌 사회현상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정조와 책가도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책에 대한 그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우리 집 거실에도 책가도를 걸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소망하고 욕망하는 것들로 채워서.

 

공예부분에서 압도적인 것은 일본 황실에 전해 내려오는 백제 바둑판 목화자단기국이다. 실린 사진을 보면 고대 백제의 바둑판이 아니라 몇 천 년 후 우주에서 미래의 기사들이 사용할 것 같은 하이테크 기술과 예술이 어울린 세련되고 환상적인 최 첨단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우리 문화유산의 명명은 대개 사용된 기법, 재료, 용도 등의 순으로 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목화자단기국도 그러한 것 같다. 자단이라는 나무에 그림을 그려 넣은 바둑판이라는 뜻이다. 새겨진 낙타와 코끼리, 날개달린 상상의 동물은 참 아름답다. 바둑통의 아름다움또한 백미이다. 가치를 떠나 누구나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게 한다. 바둑통을 놓아두는 서랍을 열면 상대편의 서랍도 열리는 것은 정말 당시의 기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도 알려준다.

 

이것이 우리 백제인들이 만든 바둑판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런 바둑판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해야 하는데 백제 의자왕이 일본 왕에게 선물한것이기에 우리에게 없고 일본에 있다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우리나라에는 복제품이 있다고 하는데 복제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을 뿐이다.

 

도자 부분 또한 흥미롭다. 다른 분야의 예술품보다 도자는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좌우대칭이 딱 들어맞지 않는 부조화가 주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깨진 달항아리를 4년에 걸쳐 복원한 일본인들의 정성을 들으면 그 아름다움과 빛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한다.

 

조각부분에서 백제의 전돌부터 경천사지 10층석탑, 천상열차분야지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소개되고 있다. 예술적인 뛰어남에 앞서 경천사지 10층석탑의 처참한 역사를 보면서 약한 나라가 어떤 일들을 겪을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있다. 일제강점때 약탈 당한 우리 나라의 셀 수 없는 많은 문화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문화재 환수를 위한 전국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전적부분에서는 정태제의 사초와 김금원이 쓴 호동서락기를 소개하고 있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당시 사회적 제약으로 문밖 출입이 불가능했음에도 남장을 하고 충청도와 금강산, 강원도, 평안도 지역을 여행하고 쓴 호동서락기이다. 서양의 신부 베버는 눈앞에 펼쳐진 금강산은 책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고 했다고 한다. 이 책이 얼마나 자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또한 14의 나이로 남장을 하고 여행을 했다니 지금 시대를 반영한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님을 감안할 때 놀랍기만 하다. 그녀의 신분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존재하지만 그녀는 조선 여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조선 최초로 여성시단을 결성했고 활동하면서 14살 때 여행한 호동서 지방의 여행기를 서른넷에 쓸 수 있었다.

 

이렇듯 천상의 컬렉션은 역사교과서에서 제작년도와 작가 작품명만 배웠던 우리 문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있고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 생활 역사가 담겨있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게 하며 사랑하게 하는 보석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역사가 따분하고 우리 문화작품의 가치를 모르겠다면 당장 이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보는 눈이 있어야 보석을 알아 볼 수 있다. 교과서와 박물관에 박혀있는 설명이 전부가 아님을 알 때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천상의 컬렉션이 책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족한 사진이다. 부록에서 호보를 싣고 있지만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당장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달려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은 독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더 후하게 써도 되지 않을까. 증보판과 천상의 컬렉션 2, 3...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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