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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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는 어릴적 생일파티에서 주인공으로 최고의 기쁨을 맛보는 순간 일어난 작은 소동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를 가지고 어른이 된다. 한 남자는 유명한 야구선수와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에서 생긴 열등감이 트라우마가 된채 어른이 된다. 그러나 그 여자는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지만 그 남자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살아간다. 그 여자는 다나카 나쓰코이고, 그 남자는 기누가사 사치오다.

 

둘은 같은 대학 1학년생으로 만났지만 사치오는 삼수 끝에 들어간 대학이다. 그러나 나쓰코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미용사가 된다. 몇 년 후 미용실에서 우연히 둘은 조우하고 그들은 결혼한다. 나쓰코는 사치오의 꿈 그러니 작가가 되겠다는 것을 지지하고 후원한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후 사치오는 꽤 유명한 작가가 되었지만 그가 나쓰코에게 보여주는 말과 행동들은 치졸하다. 글을 작가라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자신의 능력이 과대평가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내인 나쓰코도 자신의 밑바닥을 다 들여다 보고 있다는 생각에 미친다. 반면 나쓰코는 남편의 성공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무분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그들의 결혼생활은 더욱 겉돌 수 밖에 없다.

 

결국 사치오는 자신에 비해 당당한 아내에 대한 열등감과 그에 대한 분풀이로 보여지는 외도를 한다. 나쓰코가 절친한 친구 유키와 여행을 떠나던 날에 그는 여자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그녀와 함께하는 상황에서 아내의 사고소식을 접한다. 작가의 의도를 헤아리기전에 외면하고 싶은 장면이다. 사고현장과 장례식장에서 사치오는 아내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카메라를 의식하며 억지 슬픔을 연출한다. 그런 그는 유키의 남편 요이치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요이치는 사치오를 만나 유키를 잃는 슬픔을 가감없이 들어내지만 사치오는 덤덤하다. 요이치가 말하는 나쓰코는 사키오가 모르는 나쓰코다. 사치오는 요이치의 아들 신페이와 딸 아카리를 만나고 트럭운전 때문에 집을 비울 수 밖에 없는 요이치를 대신하여 둘을 돌보겠다고 나선다.

 

나쓰코에게 보였던 그의 모습은 미숙하기만 했던 사치오는 신페이와 아카리를 돌보는 일에 성의를 다한다. 요이치 가족과의 좌충우돌 속에서 사치오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슬픔을 드러내던 요이치도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엄마를 읽은 신페이는 슬픔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꿈도 포기할 위기에 처하면서도 아카리를 돌보는 모습에서 아주 긴 변명에 나오는 남자 중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신페이는 어린아이였고 아버지의 사고를 수습하러 가는 기차안에서 사치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고 치유를 받는다.

 

사치오는 요이치 가족과의 생활을 통해 작가로서 다시 자리매김을 하고 진정한 어른이 된다. 요이치도 철부지 아버지의 모습을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간다.

 

아주 긴 변명이 어른이 되지 못한 나이 먹은 두 남자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좀 과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과는 다른 나이만 먹은 어른들이 너무도 많다는 현실과 맞딱뜨리게 된다. 성장과정에서 겪는 크고작은 상처들을 무시하지 말고 건강하게 견뎌내고 극복하는데 관심을 가져하지 않을까 싶다.

 

편안하게 읽었지만 삶의 인큐베터에 나오기까지 두 남자의 이야기를 읽으면 혹시 우리도 아직 삶의 인큐베이터에서 나오지 못한 미성숙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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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미래 ⓔ - 코딩과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EBS <코딩, 소프트웨어 시대>, <링크, 소프트웨어 세상> 제작팀 / 가나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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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터넷 속에서 살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그속에서 파생된 수많은 용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컴퓨터는 워드 작업을 하는 도구로, 인터넷은 검색과 쇼핑을 하는 정도로만 이용하면서도 적어도 컴맹은 아니라는 착각을 해왔다. ‘사물 인터넷(IoT)’, ‘4차산업혁명등의 새로운 용어가 매체를 뒤엎는데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이 착각 때문었다.

 

서울이노베이션팬랩을 방문했을 때, 메이커들의 입에서 계속 나오는 용어가 하나 있었다. ‘코딩이었다. 누군가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내게는 너무도 생소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조차 잡기 어려웠다.

 

시작된 미래, - 코딩과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함께 코딩(컴퓨팅)’‘4차산업혁명에 대해 너무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고 있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이 시작된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아니 이미 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부터 화수분이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덧붙여 가능하다면 우리 모두가 시작된 미래를 꼭 읽기를 바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더욱더 읽기를 권한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란다.

 

시작된 미래EBS가 방영했던 코딩, 소프트웨어 시대’, ‘링크, 소프트웨어 세상을 세 개의 챕터로 나누고 각 하위 파트에 방영했던 그림과 함께 짧은 글을 편집해 싣고,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구성으로 이책은 컴퓨터와 인터넷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사물 인터넷코딩에 대한 개념은 물론 코딩을 응용하고 활용하여 적용하는 과정을 한 눈에 그릴 수 있다. 또한 컴퓨팅적 사고에 대한 호기심도 자극한다.

 

Chapter 1 지금, 누가 세상을 바꾸는가

조용한 혁명만 읽어도 세계가 코딩에 대한 어떻게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은 이미 코딩 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편입시키고 Web2.0으로 불려지는 사람들이 창출한 무수한 것들을 계속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산업혁명 당시 공장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와 자본가들이 수학을 가르친 것처럼 4차산업혁명시대가 우리의 화수분이 되기 위해서는 코딩 교육이 필수임을 강조하고 정부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에스토니안 마피아로 불리는 에스토니아의 예에서 찾을 수 있다.

 

회원가입을 위해 필수적으로 기입해야 했던 왜곡된 글자를 캡차라고 하며 이는 악의적인 컴퓨터프로그램인 (Bot)’을 차단하기 위한 절차다. 짜증났던 이 과정을 이해하고 나니 짜증을 부렸던 모습들이 부끄러워졌다. 캡차에 소모되는 시간이 아까워 이를 생산적으로 바꾸고자 고민이 리캡차 시스템을 만들어 고문서들을 복원하는데 활용되고 있고 실제로 1년에 250만권을 만든다는 것에서 코딩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막연하게 짐작했던 SMS, MMS, 위키피디아, 커뮤니티맵핑, 검색엔진의 역사 등은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코딩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잭 안드라카라는 소년이 인터넷 검색만으로 췌장암 진단 키트를 만든 이야기는 편협하고 한정되어 있던 인터넷 검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가능성과 발전적 상상을 가져다 준다.

 

Chapter 2 코딩과 소프트웨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사물인터넷(IoT)은 생활 속 사물끼리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 받은 기술 및 환경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 모든 사물이 연결된다는 말이 된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과 연결하면 가능해진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으로 보낸 정보가 “login” 이 다섯 글자라고 한다. 이후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문자나 그림을 뛰어넘어 사물인터넷 세상이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지루하지 않다. 컴퓨터라는 사물이 어떻게 이러한 일들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컴퓨터의 개념과 구조에 대한 설명도 매우 쉽다. 어떻게 컴퓨터가 움직이지는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설명보다 쉽다. 이는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이기도 하다.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과 함께 데이터베이스의 활용에 따라 어떠한 거대한 것들을 만들어내는지 노자의 말로 압축해 보여주고 있어 세세한 설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아름드리나무도 털끌만 한 것에서 생겨나고 구 층 누각도 바닥 다지기로부터 일어나며 천 리 길도 발밑에서 시작된다.”

 

 

Chapet 3 시작된 미래,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과거에 있었던 직업군과 새로 생길 직업군을 보여주면서 독자 스스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부정적인 요소보다 코딩으로 인간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인터넷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 서울버스 앱 개발자나 키즈폰 개발자들의 말을 빌어 소프트웨어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작된 미래가 낯설고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고 거부하고 외면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세상으로 치부해버려서는 안된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인터넷 환경을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코딩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시작된 미래의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각자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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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양장) - 최고의 수학 난제가 남긴 최고의 수학소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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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가 쓴 “Uncle Petros and Goldbach’Conjecture”는 이번으로 두 번째 출판되었다. 한 번은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로생각나무에서 또 한 번은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으로 풀빛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제목만으로 놓고 본다면 하나는 천재 수학자 페트로스를 보는 사람들의 관점으로, 하나는 수학자 페트로스를 중심으로 보게 하는 것 같다. 역자가 같아 목차를 제외하고는 번역이 달라진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구성에 있어 먼저 출파된 책에 수학자를 통해 본 수학사가 부록이 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은 학교에서 배웠던 수학과는 사뭇 다른 수학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골드바흐의 추측,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라그랑주의 정리 등 무수한 정리들이 나오고 수학용어 또한 만만찮게 나온다. 한 번 정도 들어보았거나 난생 처음 듣는 수학자 이름들도 무수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해 이 책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에 따라 이들을 무시하고 넘기는 것은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수학책이 아니고 소설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이해하고 관련된 것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페트로스 삼촌이 고등학생인 그의 조카 에게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라고 하는 것과 똑 같은 일이다.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관심을 더 갖는 것이 적절하다.


페트로스가 도전한 골드바흐의 추측과 같은 수학 난제들에 도전하는 것이 페트로스의 동생이자 서술자 의 아버지 말처럼 돼지 앞에서 진주를 내버린 꼴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신이 주신 천부적인 수학 재능을 풀 수 없는 난제에 쓰는 것이 무용한 일인지 이야기해 봐야한다.



인생의 비결은 항상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데 있는 것이야라는 아버지의 말은 오늘날 우리 부모의 말과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내몰리고 있는 우리 젊은 세대는 꿈을 내려두고 생계 현장에 얽매이고 있다. 아버지의 말처럼 개인의 재능을 이룰 수있는데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이룰 수 있는 목표만 세우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곱씹어 봐야 하지만 마음 속에 강한 거부감이 인다. 이는 삼촌 페트로스의 속임수로 알고 절규하는 와 그의 친구 새미의 비난에서 알 수 있듯이 반드시 그래야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는 형제들에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수학천재 페트로스 삼촌을 찾아와 골드바흐의 추측에 빠졌던 삼촌처럼 수학에 빠져보고 싶다고 말한다. 페트로스는 나에게 다른 분야는 자기일에 성취감을 그럭저럭 느끼며 살 수 있지만 수학자는 최고가 아니면 비극의 길이라고 말한다. 나는 자신은 최고가 될것이라고 하지만 페트로스는 의지만 갖고는 되는 것이 아니라며 나가 실패와 불행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면 나가 재능이 있는지 판단해 주겠다며 골드바흐의 추측을 문제로 내준다. 나는 그것이 수학 난제중 난제였던 골드바흐 추측인줄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의지와 열정을 태워 도전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더 이상 수학에는 관심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삼촌과의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게 된다. 페트로스는 아예 조카의 도전을 처음부터 잘라 버린다. 페트로스 삼촌은 아마 조카가 자신을 닮은 삶을 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수학에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듣고 절망하고 수학을 포기한채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친구인 세미에게 고등학교 여름방학내내 자신이 시름했던 문제가 골드바흐의 추측이었다는 것을 알고 삼촌을 향한 분노와 절규에 휩싸인다. 나는 삼촌이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았다고 생각한다. 새미 역시 분노하며 외친다.



대체 무슨 권리로?’

모든 인간은 스스로 택한 절망적인 상황에 절망할 권리가 있는 거야

   

 

나는 삼촌에게 삼촌이 젊었을 때 리틀 우드와 공동의 리만의 제타 함수에 관한 발표를 한 것 외에 다는 특별한 연구업적을 찾을 수 없다며 에너지 소진 이론을 언급하며 페트로스가 골들바흐의 추측에 매달린 것은 자신의 게으름을 변명하기 위해 꾸면 것이라며 질타를 한다. 이에 페트로스는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란 스스로 정한 목표에 의해 평가되어야 하는 거야



라고 말한다.



애증에서 삼촌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나는 테라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의 시체에서 나는 절대적 만족감에서 우러나온 듯한 미소가 그 얼굴에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죽은 페트로스 주변에는 나가 구해왔던 리마콩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공식적으로 페트로스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답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견해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면 독자는 그가 평생 미쳐 있었던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해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닌 듯 하다. 페트로스의 말처럼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란 스스로 정한 목표에 의해 평가되어야 하는 것



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도전에 의해 절망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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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윤동주 100년 포럼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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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당황스러운 시집이다. ‘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라는 제목과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를 만난다는 문구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를 무더기로 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책을 여니 윤동주의 시는 꼭꼭 숨어있고 그가 사랑한 프랑시스 잠, 장 콕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등의 시들은 5일마다 등장했다. 꼬박 한 달을 달려야 윤동주의 시를 만난다. 윤동주의 시는 맛배기처럼 매일 그의 시 일부만을 옮겨놓고 있다. 윤동주 다이어리니 윤동주의 시로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존 시집에 익숙했던 아니 새로 나온 시집을 보지 못한 독자에게는 익숙하지 않는 이 구성이 영 불편하다.

 

생전에 많은 시를 남기지 않은 시인이기에 2cm넘는 어마어마한 두께에 무엇이 담겼을지 조바심이 났다. 어째든 그의 시 전부와 그가 좋아한 시들로 가득차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그의 시는 30일에 한 편, 다른 시인들의 시는 5일에 한 편씩 실려있다. 다이어리 형식의 책인 만큼 윤동주 시는 매일 읽을 수 있도록 시 일부를 매일 마다 실어 매일 그의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로 열어 놓고 있는 점이다. 다른 시인의 시는 간간히 들어있다.

 

처음에는 감상이 단절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것이 오히러 시에 집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시구를 더 깊이 생각하고 음미하게 됨과 동시에 전문을 찾아 읽게 했다. 또한 그의 시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장치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윤동주 시인의 시에서 볼 수 있는 맑고 순수함이 너무도 선명해졌다. 시에서 그가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지 느껴졌다. 겨울 계곡물에 녹는 얼음처럼 투명한 그의 시어가 시리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하루를 다섯으로 나누어 5년의 기록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이 다이어리에 무엇을 어떻게 써야 윤동주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를 제대로 읽는 것인지는 아직도 난감하지만, 시의 일부를 그대로 필사를 해도 괜찮지 싶다. 매년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도 경이롭지 않을까 싶다.

 

손연자 단편집 마사코의 질문에는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가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할때까지의 그의 내면을 그린 잎새에 이는 바람이라는 단편있다. 이 단편을 읽고 교과서에 시가 실린 시인,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서시의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윤동주가 피상적인 존재가 아닌 그의 가슴 져미는 아픔과 고뇌, 젊음,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인이 되었다. 작년 개봉한 동주를 본 후, 먹먹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도 그의 맑고 순수한 영혼이 느꼈기 때문이다. 매일 조금씩 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윤동주 다이어리도 그를 더욱 사랑하게 할 시집이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시 이 요즘 자꾸 자꾸 다가온다.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 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바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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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바람 소리를 들어라 - 신지학 3대 기본서로 떠나는 마음 여행
헬레나 P.블라바츠키.지두 크리슈나무르티.마벨 콜린스 지음, 스로타파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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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들게 읽은 책이다. 그 이유를 옮긴이가 정확하게 짚어주었다. 옮긴이의 말에서 옮긴이는 신지학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신지학을 접신혹은 귀신같은 것을 다루는 사이비 종교로 오해하고 편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는데 꼭 내가 그랬다. ‘운명의 바람소리를 들어라의 광고문구와는 다르게 영매와 혼과 초자연 등에 대한 언급들은 실체가 모호한 두려움을 주었고 이로 인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커다란 장애를 겪었다. 옮긴이가 신지학에 관심을 두고 22년 넘게 이론과 실천, 경험을 해오면서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신지학의 가르침을 신지학이라는 용어자체도 낯설어 인터넷 검색으로 그 정의를 찾는 무지의 독자에게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오해와 편견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옮긴이의 말부터 읽었으면 좀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운명의 바람소리를 들어라는 다소 긴 기획자의 말과 마음을 여는 팁, 그리고 총 3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장은 헬레나 페트로브나 블라바츠키가 저서 침묵의 소리’, 2장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저서 스승의 발아래서’, 3장은 마벨 콜린스의 도의 길잡이. 각 장마다 저자의 대한 소개글도 싣고 있다.

 

기획자의 말에서 느꼈던 것들이 헬레나 페트로브나 블라바츠키의 생애를 읽으면서 완전히 흐트러졌다. 독서의 중심을 잃게 되었다. 블라바츠키 여사의 면면들이 심령영화에서나 볼법한 것들이 다수였다는 것도 그녀가 가르치려고 했던 신지학이 귀와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방해했다.

 

당연히 블라바츠키 여사가 쓴 제1침묵의 소리는 글자만을 읽는 꼴이었다. 문장과 내용을 블라바츠키 여사나 신지학과 연결시키지 않고 읽었다면 무척이나 주옥같은 격언이 되었을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신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생소한 용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크다. 신지학에 한 발자국 더 쉽게 다가서기 위한 디딤돌에서 언급한 아스트랄체(Astral Body), 멘탈체(Mental Body), 오컬티즘(Occultism), 카르마(Karma), 모나드(Monad)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워낙 생소한 용어들이 300여개가 쏟아져 나온다. 300개에 가까운 주)를 장 뒷부분에서 찾아 읽으며 텍스트를 읽기에는 솔직히 버거웠음을 고백한다.

 

세계적으로 영적인 관심을 폭발적으로 불러일으킨 블라바츠기 여사가 직접 쓴 침묵의 소리와 두 갈래 길, 일곱 개의 문은 이렇게 아쉽게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하고 고된 읽기가 끝난 후라서인가 자두 크리슈티나무르티가 그의 스승의 말을 받아 적은 스승의 발아래서는 신기할 정도로 쉽고 빠르게 받아들여졌고 공감의 언어들에 연신 밑줄을 그으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이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추천사의 말처럼 말씀을 실천해야만 수확이 많은 것이다. 배고픈 자가 음식을 평하기만해서는 배가 부를 수 없다. 배고픈 자는 손을 뻗어 음식을 먹어야 한다. 신지학의 가르침이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그가 그의 스승의 말을 실천했던 것처럼 실천해야 얻은 것이 많아 지고 신지학에서 말하는 도에 오를 것이다.

 

자두 크리슈니나무르티는 도에 발을 디딜려면 스승의 가르침을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분별력, 무욕, 선행, 사랑’, 이 네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가르침으로 분별력을 가지라고 하면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고 한다.

아는 자와 모르는 자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말과 궤를 같이 하는 말이라 더욱 공명을 얻으며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무엇을 진짜 원하는 것인지 분별해야함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항목에서 아니 삶 전체에서 이 말은 매우 중요하며 간결하고 단순하고 순수한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 40페이지 정도의 이 짧은 글은 수시로 자각하며 실천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어줄 것 같다.

 

마벨 콜린스의 도의 길잡이또한 무난했다. 마벨 콜린스는 작가이며 영매였지만 그녀를 둘러쌓던 잡음들은 신지학이 추구하는 바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였다. 어째든 그녀의 문학적 능력은 그녀에게 대스승의 지도아래 이 글을 받아 적을 수 있게 했다. 바깥뜰에 있는 구도자의 삶을 위한 21가지 규칙, 도의 길로 들어간 제자들을 위한 21가지 규칙, 카르마에 대한 매우 섬세한 단상은 침묵의 소리스승의 발아래서의 연장선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관심이 갔던 부분은 카르마를 어떤 결과로 생각하고 이 결과는 제멋대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에 의해서 생기는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는 부분이다. 따라서 과거에 연연하거나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일뿐더러 미래는 현재와 끊어지지 않는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기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말도 의미가 있었다. 기실 과거에 이러지 않아 지금 이렇다며 과거로 돌아가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거라 확신하지만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이들이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의 회귀를 희망하는 것은 현재의 불성실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고 무의식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신은 존재하는가?

사후 세계는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이러한 본질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신지학이며 신지학을 통해 무엇을 준비하면서 살아야하는지 알 수 있다고 신지학은 말하고 있다.

 

운명의 바람소리를 들어라를 통해 신지학이 기독교와 불교의 사상을 비롯한 여러 종교와 사상을 종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편견을 버리고 읽는다면 분명 필요한 말과 실천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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