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윤동주 100년 포럼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무척 당황스러운 시집이다. ‘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라는 제목과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를 만난다는 문구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를 무더기로 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책을 여니 윤동주의 시는 꼭꼭 숨어있고 그가 사랑한 프랑시스 잠, 장 콕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등의 시들은 5일마다 등장했다. 꼬박 한 달을 달려야 윤동주의 시를 만난다. 윤동주의 시는 맛배기처럼 매일 그의 시 일부만을 옮겨놓고 있다. 윤동주 다이어리니 윤동주의 시로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존 시집에 익숙했던 아니 새로 나온 시집을 보지 못한 독자에게는 익숙하지 않는 이 구성이 영 불편하다.

 

생전에 많은 시를 남기지 않은 시인이기에 2cm넘는 어마어마한 두께에 무엇이 담겼을지 조바심이 났다. 어째든 그의 시 전부와 그가 좋아한 시들로 가득차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그의 시는 30일에 한 편, 다른 시인들의 시는 5일에 한 편씩 실려있다. 다이어리 형식의 책인 만큼 윤동주 시는 매일 읽을 수 있도록 시 일부를 매일 마다 실어 매일 그의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로 열어 놓고 있는 점이다. 다른 시인의 시는 간간히 들어있다.

 

처음에는 감상이 단절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것이 오히러 시에 집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시구를 더 깊이 생각하고 음미하게 됨과 동시에 전문을 찾아 읽게 했다. 또한 그의 시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장치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윤동주 시인의 시에서 볼 수 있는 맑고 순수함이 너무도 선명해졌다. 시에서 그가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지 느껴졌다. 겨울 계곡물에 녹는 얼음처럼 투명한 그의 시어가 시리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하루를 다섯으로 나누어 5년의 기록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이 다이어리에 무엇을 어떻게 써야 윤동주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를 제대로 읽는 것인지는 아직도 난감하지만, 시의 일부를 그대로 필사를 해도 괜찮지 싶다. 매년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도 경이롭지 않을까 싶다.

 

손연자 단편집 마사코의 질문에는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가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할때까지의 그의 내면을 그린 잎새에 이는 바람이라는 단편있다. 이 단편을 읽고 교과서에 시가 실린 시인,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서시의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윤동주가 피상적인 존재가 아닌 그의 가슴 져미는 아픔과 고뇌, 젊음,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인이 되었다. 작년 개봉한 동주를 본 후, 먹먹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도 그의 맑고 순수한 영혼이 느꼈기 때문이다. 매일 조금씩 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윤동주 다이어리도 그를 더욱 사랑하게 할 시집이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시 이 요즘 자꾸 자꾸 다가온다.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 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바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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