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최진영 지음 / 핀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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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 최진영>

최진영 작가님의 내밀한 면을 엿볼 수 있었던 일기장.
처음엔 적응을 못했는데 뒤로 가면서 익숙해진탓인지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읽게 됐다.


보면서 느낀 건 작가의 이름이 중요하구나.
작가의 이름을 지우고 도서관에 꽂혀있었다면 한두페이지 읽고나서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 책이라 빌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끝까지 읽게 하는 걸 보면 이름이 갖는 힘이 큰 것 같다.


창작 노트라고 명명된 탓에 서운함이 더 큰 듯하다.
끝까지 읽어도 창작노트라기보단 일기에 가까운데.
출판사는 창작 노트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사철제본을 방식을 택한 걸까. 표지 디자인도 아쉬운데 짧은글 100편이 실린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 가격이 무려 만팔천원이다.
출판시장이 안좋은 건 독자탓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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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뒤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9
애니타 브루크너 지음, 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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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뒤락은 둔중한 인상의 위엄 있는 외관을 지닌, 전통과 명성을 갖춘 호텔이다. 삶에 혹사당했거나, 혹은 그저 피곤에 지친 사람들에게 원기 회복을 보장해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 이디스는 친구들의 권유에 떠밀리듯 이곳에 오게 된다. 그들은 그녀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를 바라지만, 이디스는 글을 쓰기 위해 호텔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변화를 겪는다.

호텔의 투숙객들은 각기 개성 넘치고 때론 우스꽝스럽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이며 멍청해 보인다. 이디스는 그들에게 날을 세우기보다는 인내심 있게 경청한다. 이는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하는 작가로서의 직업적 특성일 수도 있지만,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하는 그녀의 본성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믿는 이디스 앞에, 사랑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여러 사건들이 펼쳐진다. 그녀는 흔들리며 갈팡질팡하면서도, 결국엔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사랑 없는 결혼이 가능할까? 어떤 결혼 생활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내가 상대의 어떤 부분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일은, 곧 사랑에 대한 나만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겉보기엔 특별한 사건 없이 조용히 흘러가지만, 결혼이 ‘정상적인 삶’의 조건처럼 여겨졌던 시대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꽤 센세이셔널하게 다가온다.

특히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는데 사랑과 결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교차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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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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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자주 들었던 직업, 책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직업.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직업, 사람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직업들.
이렇게 직업을 말해보라고 하면, 서른 개쯤은 대부분 비슷하게 떠올리지 않을까.

직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우리가 인식하는 직업의 범위는 의외로 좁다.
관념이 일정한 틀에 갇히면, 어른이 되어서도 ‘일’의 외연을 넓히기가 어렵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직업이 아닌, 낯설거나 익숙하지 않은 직업을 찾아 나선다.
그들의 일하는 방식과 일터의 환경, 그리고 그 직업이 지닌 의미를 이 책에 솔직하게 담아냈다.

물류, 비스킷 공장, 로켓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관찰하면서 그는 말한다.
“의미 있는 일이라는 개념을 너무 좁게 생각해선 안 된다. 의사나 콜카타의 수녀, 과거의 거장에게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추앙받지 않더라도 다수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직업은 시대적 배경,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는 일들은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계층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 직업을 신성시하도록 만든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는 이 책 안에서 ‘일을 통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책의 제목이 <일의 기쁨과 슬픔>인 이유는, 마지막 문단에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아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 줄 것이다.”

우리는 일을 통해 성취감과 좌절감,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속박과 자유를, 노동과 여가를 오가며 살아간다.
그 중심에는 ‘일’이 있고, 일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을 통과한다.
일 안에서가 아니라, 일을 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란 제목은, 아마도 ‘일 그 자체’가 우리에게 감정을 일으키는 수단이기 때문이 아닐까.


은행나무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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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도 괜찮아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전하는 '우울 졸업'과 행복한 은둔 생활
가토 다카히로 지음, 최태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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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도 괜찮아 - 가토 다카히로>

일이 힘들 때, 인간관계가 버거울 때, 슬픈 상황이 겹쳐 올 때 우리는 몹시 괴로워하면서도 정작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관계의 밀도가 높고 생계에 직결되는 직장생활에서는 도망치기가 더욱 어렵다.

이 책은 열 가지 사례를 통해, 힘든 상황 속에서 어떻게 ‘마음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를 ‘도망치는 액션’과 ‘탈출 거처 만들기’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왜 우리는 도망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길까? 많은 사람들은 회피에 대해 과도한 책임감이나 수치심을 느낀다. 그래서 오히려 벗어나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부정적인 감정의 수렁에 더 깊이 빠져 우울 삽화를 반복적으로 겪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 정신과 의사가 휴직을 쉽게 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역할 회피 성향이 높은 사람에게 장기 휴직이 반복적인 회피 패턴을 강화시키고, 결국 은둔형 외톨이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한다.

저자는 도망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자기 관찰’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돕기 위해 ‘살기 힘든 정도’를 간단히 점검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정신상태표를 제시한다. 이 점수는 도망쳐야 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지금 내 심리 상태가 어떤지 돌아볼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이 책은 ‘도망’이나 ‘회피’라는 단어에 가려져 있던 자기 돌봄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밖으로 나오는 방법”과 “그 안에서 잘 머무르는 법”을 함께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는 시간을 건넨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군자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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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정용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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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 정용준>

2023 보건복지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연간 2만 5천에서 3만 건에 이른다.정서적 학대와 방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기에, 실제 학대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는 이러한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저지르는 부모, 가족의 주변 환경,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건들을 취재하고 방송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 책은 하나의 사건을 향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는 여러 사람들을 보여주며,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다층적으로 비춘다.

1부: 불꽃과 얼음
아동학대를 자극적인 방송 소재로 소비하는 사람들과, 이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대비가 뚜렷하게 그려진다.
소재가 곧 시청률이고, 자극이 있어야 가십이 되고 관심을 끌며 결국 돈이 되는 사회. 그 안에서 느슨한 연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더욱 고립시킨다.

“가정 폭력이나 아동 학대 사건은 여성청소년계가 담당해요. 이게 문제죠. 아동은 원래 보건복지부 담당인데, 가정 내 문제는 또 여성가족부가 맡게 되는 거예요. 언뜻 보면 두 부서에서 모두 관심을 가질 것 같지만,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서로 업무를 미루거나, 막상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혼란이 생겨요. 그래서 경찰 내에서도 아동 학대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교육기관에서 아동학대 징후가 보이면 교사는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신고하면 경찰이 사안 조사를 위해 학교에 오고, 구청 직원도 함께 온다. 그러나 이후 교육기관은 해당 아동의 학대 판정 결과나 어떤 보호나 지원을 받는지 알 길이 없다. 경찰, 복지, 학교가 함께 협의하거나 공유하는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각자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경찰은 수사를, 구청은 복지를, 학교는 교육을 맡는다.
말하자면, 통합적인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태다.


2부: 함정
사법 제재가 미약함에 분노한 사람들이 사적 제재를 감행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전개된다.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데 집중되기보다 오히려 사적 제재를 지지하는 이들의 심리, 그리고 주인공이 왜 아동학대 사건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따라가며, 학대를 겪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둠 속에 살아가는 현실을 조명한다.

“유희진은 취재 차량 뒤에 서서 시위 현장을 바라봤다. 그들 곁에 서서 함께 외치고 싶은 마음과, 그들의 입을 막고 팔을 끌어 시위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하는 것. 수취인불명 딱지를 받고 되돌아올 편지를 계속 쓰는 것. 텅 빈 객석을 향해 부르는 노래. 이제는 이런 일을 숭고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덧없는 말은 덧없는 말. 무의미한 건 무의미할 뿐. 다른 무엇이 되지 않는다.”

시위 장면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피켓을 들고, 종이를 나눠주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그리고 무심한 표정 뒤에 경멸을 담은 채 지나가는 행인.”
하지만 무서운 건 무엇일까.
시위를 해도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무력감, 냉소적인 마음이다.
시위하던 사람이 무심해질 때가, 아는 자들이 등을 돌릴 때가 가장 무섭다.


3부: 질문들
마지막으로, 작가는 그동안 참아왔던 질문들을 쏟아낸다.
각 인물의 과거를 되짚으며, 아동학대 피해자의 이후 삶이 어떤지, 그 경험이 어떻게 다른 기억과 감정들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준다.
사적 제재는 과연 정당한가.
우리는 그저 이웃이고, 행인이고,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들인데, 무엇을 해야 할까.
작가는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이 모든 질문들을 던지며 생각하게 만든다.

한 사건이 일어나면, 다른 여러 사건들이 실타래처럼 꼬여 줄줄이 이어진다.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이 생기고, 누군가의 인생은 폭력 속에서 파멸해 간다.
특히 아이들을 향한 무차별한 폭력은 때때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찾아온다.
사랑.
과연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안온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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