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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한 인사말 ㅣ 책이 좋아 3단계
송미경 지음, 양양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1월
평점 :





‘성장’이라는 단어를 아주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들은 결국 자란다는 결말보다, 자라는 과정에서 겪는 외로움과 두려움, 고통에 더 오래 머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읽는 내내 마음이 깊이 흔들렸다.
이 책은 아이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이 되어 주었다.
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아주 흔한 인사말〉의 주인공 ‘설이’는 신생아다.
이 이야기의 세계에서는 모든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완벽한 문법과 예의를 갖춘 인사말을 구사한다.
그러나 설이는 말하지 못하고 울음으로만 의사를 표현한다. 그로 인해 부모는 걱정과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그 감정만큼은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왜 우리 아이는 다를까’,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은 설이의 부모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야기는 언어의 유무를 넘어서, 부모의 기대와 기준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귀여웠던 로라는〉은 열 살이지만 또래보다 훨씬 작고, 엄마가 운영하는 쇼핑몰의 모델로 살아가는 아이 로라의 이야기다.
로라는 이제야 아랫니가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이가 빠지면 사진이 보기 흉해질까 봐 엄마에게조차 말하지 못한다.
더 자라지 않기를, 계속 ‘귀엽기만’ 하기를 바라는 로라의 마음은 아이의 성장 앞에서 어른의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 준다.
특히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토끼 인형 ‘토순이’를 부러워하며 결국 토끼 인형으로 변해 버리는 장면은 판타지적이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아프게 남는다. 학부모로서 이 이야기는 아이의 성장이 부모의 기대에 맞춰 조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아이가 느끼는 압박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는 가장 독특하면서도 철학적인 이야기다. 이 세계에서 아버지들은 모두 가방 속에 들어 있다.
아이들은 엄마가 여행을 떠난 동안 아버지 가방을 돌보고, 가방 뛰어넘기를 하며 논다.
그러던 중 ‘이상’이라는 아이와 그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가방 속이 아닌, 손을 잡아 주고 목말을 태워 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큰 혼란을 안긴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란 무엇인가’, ‘존재하지만 부재한 어른’에 대해 아이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진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며 아버지 가방을 열기로 결심하는 장면이다.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여겨졌던 아이들이 어른의 세계를 질문하고 흔드는 주체로 그려진다.
세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설정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감정들에 집중한다.
이 책 속 아이들은 빨리 자라거나, 제대로 말하거나, 어른의 기대에 맞춰 움직이기를 강요받는다.
하지만 송미경 작가는 아이들을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자기 세계를 가진 존재로 존중하며 그려 낸다.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 양양의 그림은 책의 정서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따뜻하면서도 안온한 색감, 여백이 살아 있는 화면은 이야기 속 감정이 독자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게 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그림들은 아이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아주 흔한 인사말》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어른인 내가 먼저 멈춰 서서 아이를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묻기 전에,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성장의 속도를 재촉하기보다, 그 과정 속 외로움과 고통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는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혼자 읽어도 좋지만, 특히 부모에게 더 깊이 다가오는 작품이다. ‘아주 흔한’ 말과 상황 속에 숨겨진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만나고 싶은 학부모에게 이 책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