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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이긴 큰 붓 - 임진왜란 소년 포로 홍운해 이야기
홍종의 지음, 이해정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25년 5월
평점 :

임진왜란 소년 포로 홍운해 이야기
칼을 이긴 큰 붓
홍종의 지음 | 이해정 그림


임진왜란 소년 포로 홍운해,
꺾이지 않는 마음과 붓 한 자루로
시퍼런 칼날을 꺾고
일본에 제 이름을 당당히 남기다!

힘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지킨
홍운해의 굳은 신념과 용기를 그린 역사 동화!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서 나의 자아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단지 내가 누구인지 식별하는 것을 넘어서 나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타인과의 원활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요소가 바로 이름이지요.
우리의 이름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문화적 정체성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름 안에 가족의 가치관, 문화적 배경, 신념, 종교적 의미 등이 모두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름을 빼앗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은 창씨개명으로 자기의 이름을 강제로 빼앗기고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도록 강요당하기도 하였는데,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홍운해도 조선 시대 임진왜란 당시 왜나라에 포로로 끌려갔고,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라는 강요를 받았지만, 목숨을 걸고 부모님이 지어 주신 자신의 이름을 지켜 냈을 뿐만 아니라 서예가로 크게 이름을 알리고 당당히 제 이름을 남겼습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홍운해야. 목숨을 걸고서라도 내 이름을 지킬 것이다.”라는 단단한 신념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은 홍운해의 정체성이 되었고, 삶과 신념 그 자체가 되었으며, 떠나온 조국의 이름이 되었기에 그 이름을 빼앗기지 않고 지켜야 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지키는 홍운해의 이런 행동은 ‘자기 결정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자신의 뿌리, 자기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동화를 통해 어린이들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시련 속에서 더욱 빛나는 별이 된
홍운해의 고우체와 발자취
우리 땅에서 일어난 임진왜란으로 인한 참상과 아픈 역사를 역사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보고 들어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라가 풍전등화 상황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문화재가 침탈당했습니다.
당시 왜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사람이 십만 명에 가깝다고 합니다.
병사들만 포로로 잡혀 간 것이 아닙니다.
왜적은 도공을 비롯한 각종 기술자들, 노예로 부릴 어린 소년, 소녀들까지 민간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갔어요.
포로들의 생활이 얼마나 처참하고 고통스러웠는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홍운해 역시 열한 살의 나이에 왜적들에게 포로로 끌려간 실존 인물입니다.
경상남도 산청 출신인 홍운해는 임진왜란 당시 가족들을 모두 잃고 왜적들에게 포로로 끌려가서 비참하게 살아야 했어요.
어적부터 책을 읽고 글씨 쓰는 것만을 좋아하던 샌님 홍운해는 왜나라에서 서예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 재주를 높이 산 일본 무사의 눈에 들어 양자 제의까지 받지만, 홍운해는 자신의 본 뿌리는 조선과 부모님이 지어 주신 ‘홍운해’라는 이름에 있음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시퍼런 칼날 앞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40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본에서 ‘고우[홍(洪)의 일본식 발음]’라는 성의 시조가 되어 9대째 자손을 잇고 있으며, 고우체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홍운해의 큰 붓은 왜적이 휘두르는 칼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지켜 줄 강하고 큰 붓 하나씩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