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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건축기행 - 유토피아를 디자인하다 ㅣ My Little Library 7
강영환 지음 / 한길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여행기 자체를 굉장히 오랜만에 읽었다. 음? 근데 좀 특이했다. 여행이라기 보단 기행이니까, 책의 내용은 아시아 건축기행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한·중·일이 아닌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타이, 라오스, 네팔, 부탄 등 굉장히 다양하다면 다양한 남부아시아 지역의 이야기가 나온다. 종교적으로는 불교와 힌두교를 중심으로 돌았다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를 디자인한다라, 과연 가능할까?
평소 여행하면 유럽부터 생각하는 내가 조금 문제였을까? 사실 굉장히 유명한 곳들이지만, 보통 내 주변 사람들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대부분 유럽을 상상했다. 나도 20대가 되고 유럽을 다녀왔지만, 묘하게 가장 가고 싶은 언제나 티베트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막연한 동경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다. 동방의 아름다움? 그런 것보단 지금도 듣는 노래 중 ‘김동률-출발’의 뮤비에 대한 기억들이 훨씬 더 강하게 동경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책이 참 좋았던 점은 화려한 건축물들에 대한 예찬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판이 정말 깔끔하다. ‘건축은 건축주의 수명보다 길게 마련이다. 오늘날의 내 허영이 후손들에게 쓰레기로 남지 않을지 숙고해볼 일이다. (132p)’, ‘공동체적 의미가 없다면 랜드마크는 덩치 큰 쓰레기에 불과하다. 어쩌면 대대로 손가락질 받는 탐욕과 수치의 기념물이 될지도 모른다.(227p)’ 촌철살인 같은 멘트들이 꾸준히 나온다. 사회상과 건축이 관계되어있는 것과, 권력의 상징을 이론적으로 말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이 책에선 권력이든 종교든, 현시대까지 살아남은 건축물들에 대해서 말하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물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슈웨다곤 파고다였다. 황금을 쏟아 부은 듯, 경관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그 옆의 마을은 그렇지 못하였으니까. ‘황금으로 불상이나 불탑을 도배해야 불성이 빛나는 것은 아닐진대, 슈웨다곤 황금 불탑의 그림자는 달라 마을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190p’ 종교에서 중요한 것이 사치는 아닐 텐데, 참 아이러니하다. 사실 현대인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이렇게 화려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준 유적지니까. 어찌 보면 대리만족 아닐까 싶다. 권위를 찾는 사람은 화려한 여행을, 비움을 찾는 사람은 텅 빈 곳을 가더라도 느끼는 게 있을 테니까,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조금 생각해볼 거리 아닌가 싶다. 내가 여행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책에서 하나 더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자연경관이다. 정말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준 경관이 너무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식민지 시대(혹은 서구식)에는 자연조차 꼭 정원식으로, 인공적으로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아 정말 큰 차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이 더 아름답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안나푸르나의 황금빛 일출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자연이야말로 전통 아닐까 싶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고,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담이지만 사진이 정말 깨끗해서 행복했다. 덕분에 지금 시험기간에, 감기까지 겹쳐서 굉장히 마음도 몸도 좀 피곤했는데, 볼거리를 제공한 동시에 소위 말하는 ‘눈 정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시험기간은 매번 오지만, 감기는 너무 오랜만이라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좋게 생각하면 특이점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 감기는 나을 테니, 언젠가 여행으로도 특이점이 온다면 좋겠다.
기행이라지만, 정신없지 않고 다소 고요한 평화를 가질 수 있었다. 샨티! 샨티! 내 일상도 좀 고요해지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