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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함정 - 똑똑한 당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이유와 지혜의 기술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20년 1월
평점 :
대체로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어리둥절하게 만들기가 쉽더군.
제목부터 참 의미심장하다. 요즘 흔한 말로 ‘탈출은 지능순’, ‘능지(지능)이 딸린다.’라는 말이 유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실수에 대한 이야기라니. 사실 당연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의 똑똑한 사람들도 간혹 보면 굉장히 바보 같은 실수를 할 때가 많으니까.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 체감으로 ‘아 저 친구가 응용력, 창의력이 아직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도우려고도 했다. 아무래도 나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작 나는 그 정도의 능력이 되지 않고 상당히 머리가 안 좋은 편에 속한다. 누군가는 ‘머리는 좋은데 쓰질 않는다.’라는 부류도 있지만 나는 그 부류에 속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믿는다. 적어도 내가 공부, 일을 할 때, 어느 쪽으로 잘 돌아가는지는 조금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과, 아니 정보 관련에서 이야기를 할 때 사실, 정보, 지식, 지혜를 나누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지능의 함정이란, 지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지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혜가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지만, 지식은 정보가 체계화된 것뿐이니, 그것만이 들어가 있다면 그것은 뭐든 될 수 있는 동시에, 뭐든 될 수 없으니까.
책의 초반부에서 이런 지능의 함정에 빠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떠오른 사건, 책이 있다. 옴진리교에 대해서 다룬 ‘언더그라운드’이다. 속된 말로 신념을 가진 멍청이가 제일 위험하다고 하지만, 이들은 멍청이가 아니다. 한번 잘못 입력된 것이 많은 것을 뒤집어 놓았던 것이다.
틀린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지능의 함정’에 빠진 것을 알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어둠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부터, 2010년대의 이야기까지 너무나 폭넓은 이야기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허나 이러한 실수가 반복되는 이야기를 꾸준히 봐야한다는 것은 상당히 비극적이란 생각이 들 수가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는데 이를 방관할 순 없기 때문이다. 실수는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아직 믿는 나로서는 이런 실수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는 것이 사회적 성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법적 청소년을 벗어나 나도 성인이 되어가니까, 내가 아는 것들이 과연 나를 가두는 울타리가 아닌지 알아봐야할 계기가 되어준 것 같다. 아는 것을 말할 때는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배운, 아니 생각하는 학문은 나를 가두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놓고 다음 술자리에선 ‘나는’ 이라는 단어 더럽게 많이 쓰겠지만, 조금 더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