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정나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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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뭔가를 살 때 항상 거대한 곳을 간다. 문구를 사러 가도 다이소나, 카페를 가도 사람이 북적 거리는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책을 사도 일단 살 책이 있는 큰 서점, 술을 마시더라도 사람이 북적이는 곳. 그러다가 간간히 정말 휴식이 간절해지는 순간들, 그러할 때 작은 공간을 가게 된다. 작은 문방구, 작은 카페, 작은 서점, 작은 술집.

 


이 책은 그러한 작은 가게들에 대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추억들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썰, 회상들이다. 다만 보통 이런 책이면 가게에 대해서 글을 쓰고, 사진 몇 개 붙이며 이야기를 마칠 법한데, 출판사랑 작가의 경력일까. 마케팅에 대한 ‘정말 간단한 이론’들이 조금 등장한다.






제3의 공간, 고객의 성향, 빅데이터, 사회적 책임. 작은 가게 이야기에는 맞지 않아 보이지만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법한 부분들을 한 번 되짚어주는 순간. 오히려 너무나 당연히 되던 것들에 대해 한번씩 생각해보게 된다. 당장 내가 서포터즈를 하고 있는 출판사, 책거리들에도 이렇게 당연한 것들이 있지만 나는 볼 수 있음에도 보지 못하고 않았구나 생각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작은 서점과 동네 서점이었다. 내가 자주 가(려)고 하고, 관심이 있는 공간이다보니, 낭독회를 진행하는 모습이 낯설진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이나 미국이나 보편적인 감성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케팅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자고 읽는 것을 추천하진 않는다. 그건 차라리 개론서나 사례집을 찾아보는 게 나을 테니까. 하지만 오래된-작은 가게들에 대한 로망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로망과 더불어 따뜻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건 꽤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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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내향인의 섬세한 성공 전략
모라 애런스-밀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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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이 미치도록 많다보니, 책 읽을 시간조차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혼자 있을 때는 좀 쉬고 싶고, 그렇지 않을 땐 과제, 업무, 심부름 등 잡다하게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나와 맞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름 내가 스스로 내향적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내향의 범주에는 그다지 포함되지 않았으니까. 뭐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니까.


사실 엄밀히 따지면 내향/외향의 이분법적인 분류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을 많이 적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들은 내외향을 넘어서 개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방법일 것이다. 평소에는 잡을만한 약속도 잡지 않으면서 나에게 휴식을 주자는 게 최근 나의 방법이었지만, 어느 정도 선까지 괜찮은지는 내가 아니라, 아마 타인이 판단할 것 같다.



아 좀 지질한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성향을 조정하는데 있어서, 계속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도 내 의견을 확고히 밀고나가는 게 생겼다. 혹자는 성격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신경쓰기만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무기력한 도움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도움을 줄 땐 있는 힘껏 줄 수 있는 방향이 최고니까. 


작가는 스스로 외향적 인간을 연기해왔다고 말을 하지만, 글쎄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 기준에선 충분히 외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하면서든, 본질이 어떻듯, 스스로 내향과 외향을 구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니까. 진짜 소극적이고 소심하다면 목소리, 글조차 내지 못했을 테니까. 물론 이는 내향적이라기보다는 내성적에 가깝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단 것은 상당히 용기와 힘이 필요한 행위다.


책의 방향이 후반으로 갈수록 어째 회사 관련 이야기로 가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는 작가가 사업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적인 이야기에서 조금 더 현실로 가까이 가는 진행이 조금 인상 깊었다.



어쩌면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포모증후군(다른 사람들은 순조롭다라고 생각)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 순조롭다고 생각한다기보다는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은 거겠지. 어떠한 순간의 나에겐, 사람들에겐 분명 와닿을 이야기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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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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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아彼我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통의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소통이 없다면, 개인과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책에 나온 이야기는 아니고, 최근 과제에 쓴 글이다. 왜 갑자기 두서없이 이야기를 꺼내느냐? 그런 소통을 위한 이야기들에 대한 철학이 이 책에 들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번에 분명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을 읽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인간의 조건]이 더 만족스러웠다. 좀 더 와 닿는 내용도 많았고, 그때보다 사회에 대한 생각이 더욱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에 농이지만 ‘사람은 아닌 놈’이란 소리를 들었던 만큼 인간의 조건이 무엇일지,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될 때가 있었다. 소위 주변이나 뉴스에서 ‘개만도 못한 자식’이라고 표현될 사람들도 보기도 하였고,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나’라는 철학적 물음은 아니다. 어차피 내 기준은 명확치도 않으며, 보편화되어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공감이 갔고, 한나 아렌트가 인간을 어떻게 보았는지는 조금 알게 된 느낌이었다.




출생조차 문제가 될 때 이러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그녀가 주장하는 인간은 무엇일까? 정확치는 않으나 내가 내린 결론 중 하나다. ‘개인과 사회의 영역을 구분할 줄 알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간.’ 그렇기에 사적 영역, 공론 영역을 굳이 나누어 설명하며 인간의 행위에 대해 관찰하고 이러한 글을 집필 했을 것이다. 또한 그녀는 언어의 힘, 정치의 힘에 대해서 꾸준히 말을 해왔다. 아마 그녀가 정치철학자로 오인 받는 이유는 이러한 사유가 적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계급이 있냐 없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개인적으로 노동, 작업, 행위와 같은 단어를 들으면 계속 마르크스를 떠올리기 쉬웠는데, 조금 궤를 달리하는 한나 아렌트의 의견 또한 상당히 읽어볼만한 내용이었다. 무작정 사회적으로 노동을 다룬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입장에서 ‘흡수’해나가는 즐거움에 대한 언급도 있었으니까.

최근 지식이음포럼이나, 간담회를 거친 것도 있고, 계속된 이야기를 통해 목소리를, 의견을 내야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기에,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 또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딱딱한 표지와는 다르게, 안의 내용은 나의 생각에 일부 변화를 가져오게 할 만큼 묵직하되, 부드러운 내용들이 많다. 번역이 깔끔한 덕분이려나?

서로를 가두지 않길 바라며, 서로의 인간됨을 재고해볼 시간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의미로.



정말 빼곡했던 각주 페이지..


여담이지만 최근 한나 아렌트와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각주가 정말 많고 어렵기만 할 수도 있는데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지금 시대에 꽤나 ‘시의적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마 그녀가 살았던 시대도 혼란했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은 시대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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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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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너무 바쁜 나머지 집중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중간중간 (후에 올리겠지만) 집중해서 읽은 책은 있었지만 어딘가, 계속 요즘 내 집에 보이는 머리카락마냥, 점점 떨어져가는 느낌이었다. 간만에 오랜만에 본 미술 관련 책인데, 보통 그림에 집중이 가기 마련인데, 이 책은 오히려 글에 빠졌다.  




책 자체의 디자인이 예쁜 것도 있지만, 여기서 강조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방식. TABULA RASA. 이 점이 나를 관통하는 것 같았다. 시간, 관계, 배경, 이해하기, 다시 보기, 평가, 리듬, 비유, 구도, 분위기. 이 10가지 책의 완전한 중심주제는 아닌 것이지만, 집중하는 법을 잊어버린 나에게는 이 10가지가 어떠한 가치를 지닐지. 책의 내용보다 더욱 매혹적이었다.


단순히 그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바라볼 때, 나만의 시점을 만들어야 되는 것을 스스로에게 강조하는 편이라 꽤나 매혹적이었다. 또한 그림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읽고 보기 시작한 영화나, 시들에 대한 서사를 읽을 때 이에 대해서 관점별로 볼 필요가 있는데 나는 다시 보지 않고, 단 순간에 느껴지는 평가만으로 보려고 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초반에 이 TABULA RASA를 소개하기 위해 책은 1/5가량을 프롤로그로 이용한다. 프롤로그가 본론의 장보다 길다보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마다 소개하는 그림들은 훌륭하고, 아름답다. 어디선가 본 그림들도 꽤 많지만 저자의 관점이 이를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주기에, 재미있는 ‘다시 보기’가 될 수 있기도 했다. 다시 한 번 평가를 내리기도 했고.





요즘 편집 수업을 들어서 그런 진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의 구성에 대해서도 제법 많이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상당히 많은 여백, 한쪽으로 쏠려있는 글, 아마 별 생각 없이 봤다면, ‘아 그림 소개만 하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 그림보다 글에 시선이 갔다. 그림의 중요도를 나누기 이전에 그 페이지에 있는 그림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달기 위해, 모든 글을 나눠서 분석한 것만 같았다.


아마 이 책의 글의 리듬이, 구도가 나에겐 이 책의 분위기를 살리는 최고의 요인이 된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그림과 글의 조합을 그림책 외에서도 볼 수 있는걸 실제로 본 느낌이었다. 미술 작품 관련된 (혹은 미학) 책을 읽을 때 그림 따로, 글 따로인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가뿐히 뛰어넘은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최근 본 미술 관련 서적 중엔 가장 만족도 높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히 글만 보려고(read) 책을 보는 것이 아니며, 그 글을 얼마나 만족스럽게 보여주는가(see)를 보여주었다. 반대일 때도 만족스러운 경험은 많았지만, 내 편견에 금을 많이 내준 것 같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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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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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워하지 않는 것)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데-93p.

 

<나의 가해자들에게>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어째서인지 이 시국에?’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했다아무래도 요즘 너무 자주 듣고 쓰는 단어라서 그런 것 같다하지만 가해자라는 단어는내가 생각한 농담과는 거리가 멀었고무거웠다학교 폭력을 지나온 피해자들의 이야기왕따였던 어른들.


 

학교폭력왕따학창 시절을 거친 사람이라면 이 단어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나만 해도 당장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의 기억이 별로 없다오래되었단 핑계 이전에 나 또한 왕따에 가까웠고 그 당시의 기억들을 돌아볼 마음도생각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일까이 책을 읽는 내내 별 것 없던 그 기억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긴 걸로 왕따를 당하고이유 없이 왕따를 당하고 맞고만만하다고 피해를 보고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책 속의 이야기처럼 그 당시엔 학교가 세상의 전부니까’ 어쩔 수 없이 견디기도 했다내 친구가 본다면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지금 보면 별 문제는 아닐 수 있으니까누군가에게 내가 당한 폭력을 이야기해도 별 것 아닌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나에겐 괴로웠던 시간이 있었음을 스스로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은 왕따나 아싸라고 하면 헛소리하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아직도 당시에 애매한 관계였던 사람들을 만나면 꽤나 꺼림칙한 느낌을 버릴 수 없다방관자였던 이들과는 농담이라도 하겠지만가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나 만나게 될 때는 몸이 살짝 굳게 된다긴장을 하게 된다는 것생각보다 벗어나기가 어려운 행동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 학창시절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물들어 있던 것은 아니다나도 어찌 보면 가해자 같은 행동을 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고방관한 순간도 많을 테니까.

 

책 속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 아니고실제 인물들이다그래서 더 가슴 아팠다모두가 서로에게 괜찮아.’, ‘고마워라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서로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왜 이 따뜻한 위로에서도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까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책이 아마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엄기호)>라서 더욱 이 대화가 더욱 가슴 아팠다고통을 나누는 실제적인 모습이었으니까.

 

성별로 반을 나눴지만 이들이 겪은 폭력에는 남녀 구분이 없었다어찌 되었든 어른이 된 그들은 과거를 되짚는 모습은 원망한탄이 담겼다기보다는 태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이미 어른이 되었고그 상처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폭력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고학교 폭력에서 거리가 멀어진 지금은 예방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허나그에 대한 이야기는 원인만을 없앤다고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단순히 예방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이 학교폭력이라는 어둠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행복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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