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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임동근 해제 / 김영사 / 2020년 1월
평점 :

이것이 열린 도시의 윤리이다 444p.
도시관련 학문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아마 서울북페스티벌로 기억한다. 하나의 행사에 다양한 전문가라고 불러온 사람 중 도시공학자가 있었고, 그 분께서 상당히 서울 중앙(종로)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대한 의미와 조형물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데 그 부분이 상당히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TMI지만 아울러 그 때가 여러 가지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책은 솔직히 말해 어려웠다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론 유현준 건축가의 저서처럼 주변의 일상, 건물들을 빗대어 설명해주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건축철학에 대한 부분이 초반에 많이 나와서 어려웠던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철학, 역사의 과정을 거쳐 현대에 들어가는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현대 도시의 실용 아니 윤리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뭐든 그 발전과정은 알아 둬야할 것이니까. 당장의 가깝고, 가벼운 실례로도 지식은 얻을 수 있지만 이 책은 두꺼운 만큼, 더욱 두꺼운 지식층을 다질 수 있는 책이었다.
조금 의외였던 것은, 작가가 건축가는 아닌 점이었다. 이것이 의외라는 것은 어느 순간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이상한 편견이 생겼단 것을 반증하기도 했는데, 건축/도시는 단순하게 분리될 수 없는 나무와 숲의 관계와 비슷한 것임에도, 나는 그저 단면적인 면만 바라보았단 것이다. 편견에 대해서 반성을 한 번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첫 도시 관련 도서가 건축가의 도서였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 책의 경우, 만일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와 같은 종류의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초반에는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오히려 그보다는 더 원론적인 이야기에서 구체적으로 파고들어가는 매력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아함, 화려함, 공, 단적, 평등. 다양한 가치들이 있지만 이 가치들에 대해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가치들을 조합하고, ‘윤리’적인 도시를 만드는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XX윤리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봉사 정신, 전문성 정도로만 축약했던 것 같은데, 그 윤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히는 도시윤리) 생각해볼 기회를 준 책이다.
여담이지만 표지가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도시의 속성을 잘 녹였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 같은 얼굴이지만 어떠한 각도에서 보느냐, 어떠한 포즈를 취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 참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도시도 사람의 일부가 될 수 있으며, 사람도 도시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