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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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부탁을 해야겠어요 292


나쁜 사랑 3부작과 나폴리 4부작으로 유명한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나폴리 4부작을 읽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기에. 표지들이 참 예쁜 소설들이라고 생각했기에, 안의 내용 또한 적당히 예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 30페이지 쯤 읽자마자 그 생각은 싹 달아났다.


‘놀랄 만큼 솔직하고 민망할 정도로 대담하다’라는 뒤표지의 이야기처럼 이야기는 예쁘지 않았다. 예쁘지 않다는 것은 투박하단 것이 아니라, 꾸미지 않은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바람난 연인에게 너는 이래서~ 나는 이랬고~란 말이 나올까? 안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건 리얼보단 로맨스일 것 같다. 바로 욕부터 때리는 강렬함이 얼얼했다.


주변의 묘사보단 주인공의 심리가 상당히 돋보였던 것이, 인물이 불안하면 어째 나도 찝찝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성별을 넘어서, 이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라는 몰입감이 장난 아니었다.


점점 몰락해가는 모습은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때 읽었다가 놀림을 받았던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이 떠오르긴 했지만, 이는 불륜의 주체가 달랐다. 남성 작가가 여성의 불륜을 쓰는 것과 여성 작가(사실 여성인지도 불분명하지만)가 남성의 불륜을 쓰는 것. 분명 작가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러한 요소가 몇 년 전부터 차이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주인공 올가는 강인한 사람이다. 강인한 여성이라고 어딘가에서 꾸준히 강조하지만, 이러한 일(불륜, 외도)의 앞에서 강할 수 있는 것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책을 덮은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책에 불편함을 지닌 것이 남자이기 때문일까? 하고.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아직 나는 이런 경험을 겪진 않았고, 주변에서도 찾긴 힘드니까. 허나 그럼에도 계속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올가의 선택이 어떨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보면 예전에 나온 <냉정과 열정 사이>가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양자의 입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별로 구분하는 것보다, 나는 인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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