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봄
이인애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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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봄은 산후우울증으로 사이비종교에 빠지게 되어 양육권까지 모두 빼앗기고 이혼을 하게 된 경력 단절의 중년여성 '선애가 어느 회사에 취업을 해 20대 다운증후군 연아를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특수학교에는 다운증후군 학생이 6~7명이 있는 학급에 한 명이 있을 정도로 많이 있다. 평소 사랑 표현도 많이 하고 장난도 잘 쳐서 귀여움도 많이 받는 반면, 사소한 일에도 잘 삐치고 관심받기 위해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교나 시설에서는 많이 볼 수 있지만 관련 업종에 있거나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는 그렇게 흔하게 만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선애는 연아를 처음 만났을 때를 다른 우주 속 외계 풍경만큼이나 낯설게 보였다. 유리벽 너머의 세상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랬던 선애였는데 연아와 생활하며 자신의 아이들이 오버랩되고 나중에는 자기도 모르게 연아를 보러 계속 찾아가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장애인들이 겪을만한 사건들을 이야기 속에 많이 담고 있다. 야식 심부름을 가서 끼니가 될 만한 음식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젤리를 잔뜩 사 오기도 하고, 사내 워크숍에서 안주로 사과를 깎아오라고 하니 사과 한 개를 엉망으로 겨우 깎아놓고 다 했다며 이불 속에서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선애에게 연락처를 받고는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을 보내기도 하며, 그룹홈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와 싸워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선애와 여행가서는 스타벅스 매장이 없어졌으나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기로 약속했다며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작가의 가족 중에 다운증후군이 있는 것일까? 가족이라도 집 밖에서의 일은 속속들이 알 수는 없을 건데, ’연아의 봄에서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가정에서, 직장에서, 또는 그 밖의 사회생활 중 겪을만한 일들을 아주 상세히 다루고 있어 작가의 능력에 계속 감탄하면서 글을 읽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는 장애인의 생계급여, 주거 문제, 성 문제 등도 다루고 있어 내용은 안타까워하며 이런 문제들을 다루어 준 것에 고마워하며 글을 읽었다.


다만, 제목을 왜 연아의 봄이라고 지었을까. 이야기는 선애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선애가 연아에게 봄이 오기를 특별히 바라는 것 같지도 않는데... 살짝 의문이 남는다.


240쪽 정도 분량의 책이지만 작가의 문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선애와 연아 사이의 일어나는 일들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단숨에 읽어진다. 그리고 선애와 연아 모두 아픔이 있지만 3인칭 시점에서 담담하게 묘사하여 감정의 치우침 없이 사건 중심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울컥하는 부분이 몇 번 있었는데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선애와 연아가 홍콩으로 여행을 가서 관람차에 올라 시시덕대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이고, 또 하나는 마지막에 선애가 상담심리센터를 찾았는데 거기서 상담사가 왜 본인을 가해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장면이었다. 연아와 선애가 그렇게 쭉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일까. 여튼 그 부분에서 울어버리고 말핬다.

 

연아의 봄은 사회복지나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있거나 종사하고 있다면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전환교육, 사회적응훈련, 그룸홈, 사회적 개입 등에 대해 개론서보다 더 많은 물음을 던져준다. p202. "봉사자님, 선생님이 책임질 거 아니면 괜한 희망 주지 마세요.“ 특수교사로 근무하는 18년동안 동료교사나 관리자로부터 비슷한 표현을 숱하게 들었다. 나는 아니지만 사회는 평생 책임져야 하며 그 과정에 나의 몫도 있는 것이리다.

 

졸업반 담임을 하면 아이들의 졸업 후의 삶이 밝혀 한동안 걱정의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새학기가 되면 또 새로운 아이들과의 정신없는 일상에 서서히 잊어버리게 된다. 졸업한 우리 아이들, 괜시리 잠 못 드는 밤, 카카오톡 프로필을 훔쳐보며 막연하게 잘살고 있을 거라 위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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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 나르시시스트를 떠나 행복한 나를 되찾는 10단계 치유 솔루션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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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한 마디 말에 멘탈이 무너져내린 일이 있었다. 무심코 던진 가벼운 말에 그렇게 상처받은 건 왜일까? 내가 문제다 결론을 내리고 덮어두고 지내고 있는데 불쑥 그 감정이 고개를 내민다. 나는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1장에서는 유해한 관계와 유해한 사람을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20가지 설명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게 있다면, 현재 유해한 관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나는 네 개를 골랐고 이 중 특히 내가 못 견디겠는 건 14번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p.28

3. 이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내가 하찮게 여겨진다.

4. 이 사람과 만나면서 계속 감정적으로 혼란한 상태에 빠진다.

7. 나의 잘못이 아닌 일로 자책한다.

14. 이 사람은 내 가족과 친구들이 나를 비난했다고 전한다.

 

2장에서는 유해한 관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가능하면 연락을 끊자.’를 제안한다. 그리고 연락을 완전히 끊을 수 없을 때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처방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단칼에 끊을 수 없는 애매한 관계라.. 실천 방법을 알면서도 고민이 되기는 한다.

 

3장에서는 유해한 관계에서 벗어난 이후 회복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하고 있다. ‘보내지 않을 편지 쓰기를 읽으며 말하지 않을 말들을 속으로 되뇌어 보면서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분노에 대처하자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누군가가 당신에게 한 짓을 용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말자. 당신은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에서 위로가 많이 되었다.

 

이후 4장부터는 나를 위한 치유의 방법들을 유목화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 중 8인간관계를 회복하자편에서는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자고 제안한다. 때때로 아주 방어적으로 되는 나여서 이 제목이 너무 반가웠다. 두 세 번 다시 읽었지만 역시 용기가 필요한 일이어서 연습을 해 봐야겠다 다짐만 해 본다.

 

이 책은 토닥토닥하는 다정한 책은 아니며, 오히려 방법을 제시하는 설명서에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전혀 잘못된 게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해 보자. ~할 수 있다. ~하는 게 좋다.’라고 말하는 서술 방식에 괜히 울컥하여 목이 멘 채 글을 읽어야 했다.

 

역으로, 나는 과연 사람들에게 유해하지 않은 사람일까?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누군가에게 나 또한 유해한 태도로 대했을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과의 말을 어떻게 전하지?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며 같은 실수를 안 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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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주문하세요 상상 동시집 23
박경임 지음, 민지은 그림 / 상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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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에서 지나가다 시 '엄마를 주문하세요.' 읽고는 너무 재미있어서 동시집 "엄마를 주문하세요."도 읽어보게 되었다. 


기대를 가지고 첫 장을 넘겼는데 시인의 소개는 건조한데 그림 작가인 민지은의 소개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몇 번을 다시 읽었다. '무더운 날 시원한 물 한잔 같은, 심심한 국물에 짭조름한 소금 같은, 깜깜한 밤 한 줄기 빛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그립니다.' 이런 소소한 시작부터가 좋았다. 


시를 읽으며 운 적은 많아도 시를 읽으며 내가 이렇게 상상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빵빵 터져본 적이 있던가? 박경임 시인의 시는 "맞아!"를 연발하게 하고, 세상을 달리 보는 따스함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아직도'라는 시는 첫 행을 읽는데 너무 크게 빵 터져 곁에 있던 중학생 딸이 무슨 일이냐고 놀라 물을 정도였다. '형 방에 아직도라고 부르는 섬이 있어.' 얼마나 기발한 발상인가. 바다 한 가운데 섬이 있고 섬에는 커다란 침대가 덩그러니 혼자 있다. 그 앞에 '아직도'라고 쓰여진 푯말이 크게 서 있는데 그림까지도 너무 재미있다. 시를 다 읽고 다시금 떠올리는 지금도 너무 재미있어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딱 한 줄로 나를 울려버린 시. '할머니는 내가 아픈지 어떻게 알아요?'를 읽는 데 울 엄마 생각이 나 울컥해버렸다. 시는 별것 없이 할머니의 무심한 듯한 말 한 마디가 다인데 나는 왜 울컥했을까. "응, 내가 100번 넘게 아파 봤거든." 시는 이게 다다. 100번 넘게 아팠을 할머니가 짠해서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이유는 딱히 모르겠는데 계속 눈물이 나 잠시 한 호흡 멈췄다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에서 유일하게 까만 배경에 적힌 시 '무서운 이름'을 읽으며 '나도 어릴 때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하며 뭔가 내 편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릴 때 "잔인하게 엄마손파이를 어떻게 먹냐?"며 친구를 놀리거나 "날개죽지 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는 '사랑일기'의 노래가 가사를 실제로 그렇게 한다 생각해보라며 깔깔거리며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의 이 위트 가득한 농담을 실없는 소리로 치부하며 공감해주는 이가 없었는데 그때 박경임 시인이 곁에 있었더라면 같이 주거니받거니 신나게 떠들었을 것 같다. 

이 동시집에 실린 시들은 하나같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귀여운 것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짓게 한다. 하나하나 다 소개하고 추천하고 싶어 근질근질하기만 스포를 하면 감동이 줄어드니 여기까지만!! 


시가 짧고 재미있어 금세 다 읽었는데 그 여운은 입가의 미소로 남아 떠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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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 - 흔들리는 선생님을 위한 70개의 길라잡이
엄재민 지음 / 책장속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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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 현장에서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이 책을 발견했다. '당신은 제법 괜찮은 교사입니다'라는 책 제목이 너무 와 닿아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위로가 되는 책은 아니었다. 


학교는 다양한 학생과 교사, 더 다양한 학부모들이 학생이라는 매개를 중심으로 모이는 곳이다. 수업,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및 업무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나의 고민과 힘듦에 대해 따스한 토닥거림을 주는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으니 예의 바른 매뉴얼 같은 느낌이다. 


교사편, 업무, 수업편, 학생과 학부모 편으로 나누어 '이럴 때 이렇게 하면 좋습니다.' 하는 안내서. 18년차 교사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일까 이럴 때 꼭 이렇게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이 책의 독자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내가 만약 신규라면 겪어보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보니 '그렇구나. 이때는 이래야지.'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볍게 읽고는 막상 책에서 말하는 일이 닥쳤을 때는 해결책을 떠올리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글로 배우는 것들이 다 그렇겠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학교 내 전문적 학습공동체나 교사 동아리를 신규교사들로 꾸려 이 책을 가지고 독서 모임을 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책에서는 교사로서 학교 생활을 하면서 고민이 되는 지점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그래서 이 책을 목차처럼 삼고 신규교사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한 꼭지씩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선배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 또는 공동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등 고민을 더 확장할 수도 있고, 책에서 이런 실천방법을 얘기했는데 우리도 해 보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내 결론은 그렇다. 이미 상처를 입는 선생님에게 따스한 위로를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세대간 소통의 물꼬를 트고 함께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책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니 누군가에게는 아주 많이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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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관음 컬러링북 - 마음을 전하고 마음에 답하는
정기란 지음 / 담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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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넘겼는데  어라? 처음에는 불량인가 했다.

컬러링북이다 보니 종이가 두꺼워 실 제본을 한 것이리라. 튼튼한 데다 어느 쪽을 펼쳐도 종이의 모양이 유지되는 게 신기했다.

관음이 진지한 세밀화의 느낌보다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 같아 왜 이렇게 그렸을까?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보면 볼수록 귀엽다. (이런 표현 써도 되나?^^) 특히 동그란 발등이 너무 앙증 맞아 제일 먼저 칠했다.

친절하게도 채색방법도 나와있어 도움이 되었다. 단순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마음의 변화가 반영되어 잡생각이 들거나 주위의 방해요소로 신경이 분산되면 테두리 밖으로 삐쳐나가는 등 바로 표가 났다. 심호흡 한 번,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칠한다.

처음 칠한 양류관음은 자비심이 많아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는 게 마치 버들가지가 바람에 나부끼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자비심. 나한테 가장 부족한 부분인데.. 그림이 내게 또 화두를 던져준다.


그리고 각각의 관음마다 관음예문이라 하여 기도문이 있고, 오늘의 기록이라 하여 진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가을을 좋아하나요? 가을의 매력을 세 가지만 적어 보세요.' 단순하지만 생각을 하게 된다. 가을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왜'라니? 그냥 좋은데 '왜'라니? 답을 구하기 위해 또 생각한다. 


하루 한 장이 아니더라도,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하더라도 내게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웃음이 날 것 같아 이제 한 페이지 색칠해 놓고 마음이 즐거워졌다.


나는 불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종교적인 마음을 떠나 관음을 색칠하며 평안을 느끼고, 내게 던지는 물음에 답을 하며 나를 되돌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런 책인 것 같다. 크고 든든하고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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